부품업체, `완성품`도 만든다

 부품업체가 완성품(세트)에 진출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미 갖고 있는 핵심부품 기술을 바탕으로 몇 가지 공정을 더해 세트를 만들어내는 것. 부품 업체는 원천기술이 있기 때문에 세트 제품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 단기간에 매출확대가 가능하다. 반면 소비자 제품 사업 경험이 없다는 한계도 있다. 영역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부품 업체들의 시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품 업계 세트 시장 눈독=센서 전문 업체인 에스와이하이테크(대표 김경호)는 최근 멀티미디어 학습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전자책의 좌표를 인식해 그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제품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코드 처리를 한 책 내용을 소리로 표현하는 펜 모양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들은 에스와이하이테크의 센서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 회사는 멀티미디어 학습기기로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KDT(대표 고영욱)는 LED 기술을 이용해 조명 제품을 만들었다.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은 청색 LED를 이용, 값이 두배 정도 비싼 백색 LED 효과를 내는 기술을 응용해 만든 천장용 조명 장치다. 전력 소모가 적고 수명이 반영구적인 LED 조명의 장점을 살리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이 회사는 LED 제품 관련해서 올해 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마찬가지 LED 업체인 대진디엠피(대표 박창식)도 조명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든 LED 조명인 ‘XLEDs’는 일반 전구 소켓에 그대로 끼울 수 있으며 밝기도 일반 형광등을 웃돈다. 이 회사는 LED 조명에서만 올해 70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인다는 계획이다.

 삼진엘앤디(대표 이경재)는 카세트 부품인 데크와 LCD 부품인 몰드프레임 및 도광판 기술을 갖고 있는데 이를 이용, 자동차 내부에 달거나 휴대가 가능한 두께 5㎝의 DVD플레이어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DVD플레이어로 올해 100억원의 매출 달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협력으로 위험 분산한다=이처럼 부품 업체가 세트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매출 확대와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기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단가가 높은 세트를 판매, 매출을 늘리고 이를 다시 부품 원천 기술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특히 원천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업 간 거래만 해오던 부품 업체는 마케팅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트 시장에 진출한 부품 업체는 이를 공동 마케팅이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공급 등으로 풀어가고 있다.

 에스와이하이테크는 에듀세상 등 교육콘텐츠 업체와 손잡고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삼진엘앤디는 세계적 AV기기 업체인 켄우드와 OEM 공급 계약을 체결,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했다. LED 조명 시장에 진출한 대진디엠피와 KDT는 능력 있는 조명 유통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김경호 에스와이하이테크 사장은 “부품 업체가 세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는 파트너에 달려 있다”며 “상품기획력을 보강하면 부품 업체도 경쟁력이 있는 세트 제조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