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500만 년 전, 저 머나먼 우주에서 날아온 별 하나가 지구에 떨어졌다. 그리고 지구와 비교하면 작은 돌맹이 정도에 불과한 이 별과의 충돌은 지구의 생태계를 단번에 뒤집어 놓았고 당시 지상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공룡의 역사를 끝장내 버렸다.
우리는 지구가 매우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구 밖 우주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단순히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지구를 반쪽 낼 수도 있는 거대한 소행성을 시작으로 태양 정도는 가볍게 삼킬 수 있는 블랙홀, 그리고 지구 만이 아니라 주변 태양계 전부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신성 폭발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단 하나뿐이라는 지구에는 어떤 위험이 접근할지 모른다. 이렇듯 멸망해가는 지구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슈퍼 노바’의 마지막 대목에서 주인공들은 초신성 폭발이라는 충격적인 사건과 대면하게 된다.
한순간 그들이 머물고 있던 행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가운데 그들은 탈출을 시도한다. 바로 우주의 저편, 우리 인류에게 있어 마지막이자 영원한 개척지를 향하여….
‘SF’는 미래의 이야기라고 누차 이야기했지만, 그 중에서도 멋진 미래를 가장 충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우주 끝에서 우주 끝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스타워즈’를 필두로 ‘은하영웅전설’이나 ‘카우보이 비밥’ ‘스타쉽 트루퍼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을 정도다.
‘스타트렉’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 커크는 이제껏 보지 못한 신비한 외계인 여성들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강대한 우주 해적과 대결하며 마치 우주가 자신의 정원이라도 된 것처럼 자유롭게 저 먼 신비의 세계 속에서 모험을 헤쳐 나간다.
물론 우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방대하며 우리의 능력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폴로 13’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장대로 딸 수 있을 듯 가까워 보이는 달까지의 여정조차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젠가 제 2의 지구로서 군림하게 될 화성까지의 거리는 고작 1억 km 정도 밖에는 되지 않지만(태양계의 넓이를 생각하면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 우리는 아직 그곳에 발을 딛지 못했으니 그보다 백 만 배는 먼 다른 별로 날아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할까?
더군다나 올해에 와서야 ‘한국인 최초의 우주 여행’이니 뭐니 하고 떠드는 상황에서 초신성을 피해 우주 끝까지 날아가는 여행 따위는 정말 꿈 속의 꿈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SF’는 항상 가능성의 꿈을 꾸는 세계. 그리하여 우리들은 성간 여행의 다양한 꿈을 만끽할 수 있다.‘SF’ 속에서 펼쳐지는 성간 여행에는 수많은 방법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친숙한 것은 역시 ‘워프(Warp)’다. 블랙홀인지 웜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주에 구멍을 뚫고 다른 세계로 넘어간다는 이 기술은 수많은 작품에서 차용되어 연출되고 있다.
‘빛보다 빨리 날 수는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통해 낡아빠진 개념으로 전락한 초광속과는 달리, 이 기술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 과학이란 벽에는 부딪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광속을 넘어가는게 아니라, 우주의 지름길을 통해서 보다 편하게 여행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항상 빛보다 빨리 날아다니는 물체는 존재할 수 있는데 이를 ‘타키온’이라 부른다).
칼 세이건의 소설, ‘콘택트’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에서 소개되었던 이 기술은 그 후 ‘스타워즈’나 ‘카우보이 비밥’을 통해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스타워즈’에서는 ‘하이퍼 스페이스(초공간)’이라고 부르고, ‘카우보이 비밥’에서는 ‘위상차 공간’이라고 하지만, 결국 우주를 그대로 여행하지 않고 뭔가 지름길을 뚫고 날아가는 개념은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성계의 문장’에 등장하는 평행 우주도 이런 지름길의 일종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 지름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스타워즈’나 ‘은하영웅전설’ 등에선 우주선이 그대로 지름길을 만들어서 날아가지만, 반드시 그런 것 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헤비기어’ 게임에서는 거대한 ‘게이트쉽’이라는 우주선이 등장해 길을 열어주고, ‘카우보이 비밥’에서는 두 개의 게이트 장치를 작동시켜 통로를 만들어 준다.(이것은 영화 ‘스타게이트’에 등장했던 바로 그 장치와 비슷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시스템에서 난데없이 통로가 날아가 버려 다른 세계에 갇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은 우주선이 직접 날아가는 것보다는 꽤 안전하지 않을까?어찌되었든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이야기다. 그것이 정말 실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별로 이주하는 방법엔 오직 ‘워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영화 ‘에일리언’에서처럼 사람을 인공 동면시키는 것은 어떨까?
물론 다른 별까지 날아가려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도 수 십 년은 걸리겠지만, 그 동안 늙어 죽을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현재로서는 쥐 정도 밖에는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지만 이것이 실현만 될 수 있다면 여행하는 동안 걱정 거리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은 먹을 필요도 없고 돌아다닐 필요도 없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홈월드’에서처럼 수많은 이들을 이주시킬 때 좋다).
물론 광속으로 날 수만 있다면 인공 동면 같은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 우주선의 속도가 광속에 도달하는 순간, 그 안의 모든 물체는 정지되어 버릴테니까. 아니 광속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 가깝기만 하면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나이도 천천히 먹게 된다.
이런것이 맘에 안 든다면 ‘마크로스 7’이나 ‘라마의 귀환’처럼 초 거대 우주선을 사용해서 아들에서 손자까지 대를 이어가며 여행하는 것은 어떨까? 어지간한 도시급의 그런 함선이라면 수많은 이들이 오랜 세월 우주의 방랑을 즐기면서 언젠가 이 세계를 벗어나 은하계 밖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우주로의 꿈. 그것이 설사 우리 세대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걱정할 일은 없다. 우리들이 뭔가의 이유로 멸망하지 않는한 ‘SF’의 세계 속에서 우리들은 우주여행의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SF 칼럼리스트. 게임아카데미에서 SF 소재론을 강의 중이며, 띵 소프트에서 스토리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스페이스 판타지(http:www.joysf.com)란 팬 페이지로 유명하다.
- 우주 여행. 그거 별로 쉬운 건 아니라고요. 디즈니의 영화 ‘로켓맨’에서 화성으로의 유쾌한 여행이 펼쳐진다.
- 블랙홀이 태양을 삼켜 버리고 있다. 그 크기는 -태양에 비하면- 땅콩 만하지만, 결국 태양은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 초신성 폭발을 피하여 이탈하는 우주선. 파멸적인 재앙을 피하는 길은 오직 멀리 떠나는 것 뿐이다.
-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 지구의 안마당에서 아폴로 13호는 최악의 사건을 경험한다.
- 우주 여행. 그거 별로 쉬운 건 아니라고요. 디즈니의 영화 ‘로켓맨’에서 화성으로의 유쾌한 여행이 펼쳐진다.
- 영화 ‘콘택트’에선, 외계인이 보낸 자료를 바탕으로 워프 장치를 완성시킨다.
- 우주의 지름길을 따라 멀리까지 날아간다. 그것이 워프의 기본 시스템.
- 언젠가 우리는 은하계 밖에서 이렇게 세상을 볼지도 모른다.
- 초공간으로 돌입하는 팰콘호. 한 순간 별이 길게 늘어지는 듯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 ‘헤비기어’의 게이트쉽. 강력한 에너지로 우주에 구멍을 낸다.
- ‘카우보이 비밥’에서는 거대한 게이트 장치를 통해서 위상차 공간에 지름길을 구성한다.
<전홍식기자 pyodogi@sfw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