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융합시대 새 겸영정책 찾아라
KT와 SK텔레콤 등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미디어그룹’를 지향하는 가운데 통신과 방송 및 통·방 융합시장에서의 겸영규제가 잠복된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겸영규제는 통신사업자 뿐 아니라 KBS, MBC, SBS 등 지상파에서부터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 위성방송, 위성DMB·지상파DMB 등에 이르기까지 방송사업자 전반에 걸친 문제다.
겸영규제는 이른바 ‘IPTV 논쟁’으로 대변되는 통방 갈등에서 가장 첨예한 대목 중 하나다. 현재로선 △IPTV의 시장 진입 및 그에 따른 진입 규제 △와이브로, HSDPA 등 신규서비스의 통신·방송간 영역 문제 △통신·방송·통방융합시장에서의 시장 획정 문제 등이 직접적인 논점이긴 하지만 겸영 규제는 이들 문제와 모두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통방융합 정책을 거론하면서 아직 겸영부분은 기본적인 원칙을 말할 수밖에 없는 민감한 대목”이라며 “이런 문제는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매우 관심을 갖는 분야이자, 앞으로 공정위가 논의틀 안에서 개입되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겸영문제는 따라서 향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와 같은 조직이 출범해야 책임있고 현실성있는 정책 논의가 가능할 전망이다.
통신과 방송간 융합 현상은 단지 새로운 융합 시장의 대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 통신시장과 방송시장에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요구하는 셈이다. 특히 겸영 제한 및 금지에서 기존 방송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목소리가 거세다. 따라서 새롭게 등장하는 통·방 융합시장의 겸영 원칙을 정하는 움직임은 기존 방송 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동시에 규제 원칙 변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시장의 겸영 규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통·방융합시장의 겸영 원칙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송시장의 겸영규제 완화 목소리=방송시장의 겸영 규제는 사실 지상파방송사가 그 핵심이다. 겸영 규제의 가장 강경한 대상이 지상파방송사인 데서 쉽게 알 수 있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은 “현 방송법의 겸영 제한과 금지는 방송 매체 시장간 서로 영향을 안 받겠다는 의도인데 막상 현실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한 예로 지상파방송사가 SO와 위성방송이라는 두 매체 시장 가운데 SO와는 상호 겸영 금지를, 위성방송에는 지분 33%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대목을 지적했다. SO와 위성방송을 나눠 어느 매체는 금지를, 어느 매체는 제한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SO가 지역 지상파방송사(민방)을 소유하는 데 대한 제어장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SO들이 지역민방을 산하에 거느릴 경우 지역민방의 지역성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낳은 조치가 겸영 금지라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현재 환경에서 본다면 지역민방 등 지역방송사는 오히려 SO와 결합해 디지털방송시대에 새로운 양방향 서비스 등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지역 광역화도 이뤄야 할 과제인데 이는 (SO와 같은)자본 유입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역민방의 지역성 손상은 SO도 77개 방송권역으로 나뉜 지역 매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김 소장은 지적했다.
◇통·방 융합 시장의 겸영 정책은?=통·방 융합 시장은 결국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서로의 영역에 진입하거나 신규 시장이 대두되는 형태로 진전될 전망이다. 겸영 이슈는 주로 통신사업자가 방송 시장에 진입할 경우에 불거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법을 따르면 통신사업자가 진입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법에서 통신사업자를 지칭해 겸영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KT나 SK텔레콤 등은 이미 매출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막는 조항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현단계에서 융합시장을 위한 겸영 정책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산업 및 경제 활성화 측면을 강조할 경우 △지상파방송 진출을 금지하는 대기업의 기준 완화 △지상파방송·SO간 겸영 금지를 제한으로 완화 △SO의 1/5 겸영제한을 1/3로 완화 △위성방송 등의 대기업 지분 제한(33%)의 완화(49%) 등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문제점은 방향성이 없는 것보다 정통부와 방송위원회 등 정부 기관이 지상파방송사를 포함하는 겸영 원칙 및 정책을 쉽게 세우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부 부처와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10년을 지킬 통·방 융합 시장의 겸영 정책을 확립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현행 통신·방송 규제 원칙은
하나로 융합되고 있는 통신과 방송 시장이지만 ‘겸영문제’에서는 180도 정반대 위치에 서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통신법상에는 방송법과 같은 겸영제한은 없고 겸업에 대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방송법의 경우 매체간 겸영 금지 및 제한이 사실상 방송법의 큰 틀을 형성할 중요한 이슈다. 둘 간 겸영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른 셈이다.
◇겸영에 자유로운 통신=전기통신사업법 제11조(사업의 겸업)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사업 외의 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외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5조(겸업승인 제외사업)는 통신기기제조업·정보통신공사업·용역업에 한해 겸업 승인을 받도록 한다. 즉 통신서비스 사업자간 겸영 금지는 없으며 단지 통신기기제조업 등 단말기나 시스템 제조업체에 대한 겸업을 제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통신서비스 시장의 경우 통신사업에 따른 역무별 허가가 있을 뿐이기 때문에 △유선사업자와 무선사업자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별정통신사업자 등의 구분만 가능하다. 겸영금지가 있으려면, 이를 테면 ‘유선사업자는 무선사업자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라든가 ‘기간통신사업자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지분 ××%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야 하지만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통신시장에서는 공정경쟁 이슈만 존재한다. 최대 유선통신사업자인 KT가 무선분야 최강자인 SK텔레콤을 인수할 의도를 갖고 있어도 법적으로는 금지된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거대기업간 인수합병이 다른 통신사업자와 불공정 경쟁 구도를 만들지를 판단할 따름이다. 정책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지만 이는 법률적 겸영금지와는 거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통신시장이 가진 ‘시장 경쟁의 원칙’이 무엇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겸영 금지가 큰 틀인 방송=방송시장은 기본적으로 겸영금지가 시장환경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방송위 관계자는 “방송시장은 현재 지상파방송, SO, 위성방송 등 매체 단위로 묶어서 규제하기 때문에 매체간 소유 금지가 큰 규제틀”이라고 말했다. 통신이 역무별로 묶여있어서, 규제의 초점이 역무별 상품간 결합판매에 맞춰졌다면 방송은 아예 특정 매체영역의 사업자들이 다른 매체영역에 진입하거나 지분을 갖는 것 자체를 제한 또는 금지한다.
한 예로 지상파방송사를 소유하거나 일정지분을 획득하려고 할 경우, 대기업과 외국자본, SO는 원천적으로 한 주도 소유할 수 없다. 일간신문사도 지분소유가 불가능하다.
동일 매체영역 내부에서도 겸영제한은 확고하다. SO의 경우 전체77개 방송권역중 5분의 1 이상을 겸영할 수 없도록 규정지어져 있다. PP의 경우 PP전체시장에서 매출액 33% 이상(홈쇼핑 제외)을 가질 수 없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방송사의 소유제한 및 겸영제한의 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