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LCD 시장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한·일·대만 3국간 경쟁 패러다임이 변모하고 있다. 시장 선도 기업의 절대 아성으로 여겨져온 특정 분야에 경쟁 업체가 추격을 위한 공세를 본격화하는 등 무한경쟁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한·일·대만 기업이 지난 3∼4년간 LCD 시장 경쟁에서 확보한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한편 향후 전개될 LCD 시장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명실상부 1위 석권 =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샤프와 산요엡슨 등 일본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중소형 부문에서 대대적인 공략에 나섰다.
지난 2001년 이후 대형 부문을 주도해온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소형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 등 파상공세를 전개, 대형은 물론이고 중소형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LCD 1위 등극을 실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고해상도 중소형 LCD 패널 수요 확대에 대비, 충남 천안 소재 중소형 생산라인의 생산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춰 2294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LG필립스LCD는 중소형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개발과 기획·영업·생산·고객지원 등이 통합된 애플리케이션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중소형 부문 킬러 애플리케이션인 휴대폰은 물론이고 MP3P와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게임기, PDA 등 모바일 기기 시장 확대에 부응하는 동시에 일본이 주도하는 중소형 시장 재편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본과 대만, 한국 맹추격 = 5세대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공격적인 투자와 이에 따른 시장 선점으로 대형 부문 헤게모니를 내줬던 일본 샤프는 올 4분기 세계 최초로 8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에 돌입한다.
이에 앞서 히타치와 도시바, 마쓰시타의 합작사 IPS알파테크놀로지는 3분기에 32·37인치 TV용 LCD 생산라인(6세대) 가동을 시작한다. 샤프와 IPS알파테크놀로지의 생산능력(유리기판 기준)은 각각 월 4만5000장과 6만장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와 IPS테크놀로지의 이 같은 행보의 이면에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주도하고 있는 대형 부문 견제는 물론이고 자국내 경쟁업체인 소니의 LCD TV 부문 약진이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소형은 일본에, 대형은 한국에 주도권을 내준 채 만년 2위에 그치고 있는 대만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이미 올해 초 대만 AU옵트로닉스 (AUO)와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 칭화픽처튜브(CPT)는 7.5세대(1950×2250㎜)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주도해온 7세대 대형 LCD 패널 경쟁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CMO와 AUO는 장기적으로 7.5세대 생산 라인을 각각 2개와 3개씩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의 관건은? = 이미 전 세계 LCD 시장 경쟁은 빠른 속도로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형과 중소형 등 각각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 선점 기업의 시장 수성과 추격에 나선 경쟁 기업의 시장 진입을 위한 공격적 행보는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일·대만 3국 기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각자 영역에서 선점 기업이 확보한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시장 개척 등의 경쟁 우위 요소를 얼마나 이른 시일에 극복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LCD 시장 상황에 맞는 꾸준한, 그리고 적절한 규모의 투자 여부가 경쟁 우위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