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텔레콤은 지난 17일 일본 법인 창립 5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지난 2001년 현지법인을 설립해 2003년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 누리텔레콤은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SMS)로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라이선스로만 3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5년간 세계에서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일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조송만 누리텔레콤 사장은 “일본 시장 안착은 곧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올해는 일본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일본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SW 업계에는 ‘일본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시장 진입 자체를 높게 평가한다. 특히 기술력에 비해 브랜드가 약한 국내 SW 업체들은 일본 시장 진출만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한국 SW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미국 기업도 일본 고객사 리스트를 내밀면 태도가 달라진다”며 “SW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일본에서 고객을 확보했다고 하면 일단 기술력 검증은 끝난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국내 SW 업체들은 일본을 통한 글로벌화 전략으로 일본 고객사의 해외 지사와 투자사를 1차 대상으로 선정,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SW 업계에서는 일본 기업의 지사와 투자사의 SW 시장 규모만 해도 일본 시장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화에 성공한 일본 기업을 모체로 지사나 자회사, 투자사를 공략해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일본 SW 시장은 624억달러로 우리나라보다 10배가량 큰 규모며 미국 다음으로 크다. 산술적으로 일본 기업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공략할 수 있는 SW 시장이 300억달러 규모를 상회한다.
실제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일본 고객사를 통해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최대 선박엔진 회사인 얀마그룹에 CMS를 공급한 게 계기가 돼 얀마그룹의 싱가포르법인에도 솔루션을 공급하게 된 것이다. 올해 일본 라이선스 매출 목표를 지난해 10배 수준인 50억원으로 잡은 포시에스도 일본을 통한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스파이웨어 퇴치 프로그램인 ‘스파이제로2006’과 안티 바이러스 백신인 ‘V3’의 일본 시장 성공에 힘입어 북미와 중국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스파이제로2006이 지난해 NEC사가 운영하는 유료 포털에서 SW 판매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일본 IT 기업 일본인텔리전스에 V3 엔진을 비롯한 보안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데 힘입어 북미와 중국에도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김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일본 시장에서 거둔 성공은 글로벌 시장을 향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며 “일본법인인 안랩재팬을 일본의 대표적인 보안 업체로 키워 안철수연구소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영림원소프트랩의 권영범 사장은 “일본 전사자원관리(ERP) 시장의 5%를 점유하면 동남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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