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조인트 벤처)’만이 살 길이다.
광저장장치(ODD) 시장 지형이 바뀌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군과 적군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시장점유율과 공격 마케팅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합군을 만드는 추세다. 한마디로 조인트 벤처로 ‘몸집 불리기’가 대세로 굳어진 것. 기술 라이선스 공유는 물론이고 생산과 마케팅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차원에서 다양한 컨소시엄이 출범하면서 광저장장치 시장에도 새로운 경쟁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뭉쳐야 산다=오는 4월 3일 소니와 NEC는 저장장치 공동생산을 위해 조인트 벤처를 정식 설립한다. 이에 앞서 두 업체는 소니 55%, NEC 45%의 지분을 갖기로 합의했으며, 소니의 광저장장치 기술과 NEC의 시스템 칩 기술을 결합해 관련사업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DVD 표준과 관련해서는 소니가 ‘블루레이 DVD’ 진영에, NEC는 ‘HD DVD’ 진영에 포함돼 있지만 이번에 합작사를 설립해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저장장치 분야 조인트 벤처의 원조는 LG전자와 히타치. 두 회사는 지난 2001년 산업계에서 처음으로 손을 잡고 ‘HLDS’를 설립했다. 이어 2003년 탄탄한 생산라인을 가진 대만 벤큐와 저장장치 기술의 대부격인 필립스가 ‘PBDS’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맞서 2004년 시장점유율 2, 3위를 주고 받던 삼성과 도시바가 ‘TSST’를 출범시키고 1위 공략에 두 손을 걷어붙였다. 소니와 NEC 연합군이 다음달 출범하는 데 이어 파이어니어와 티악(TEAC)도 컨소시엄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주도권을 잡아라=다음달 3일 ‘소니NEC’가 출범하면서 광저장장치 관련 합작회사는 HLDS(히타치-LG전자)·TSST(도시바-삼성)·PBDS (필립스-벤큐)를 포함해 4개 업체로 늘어났다.
표면적인 합작 목적은 ‘크로스 라이선스와 시장점유율’이다. 합작의 원래 목적은 ‘원천기술 공유’지만 점차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이들 합작사의 점유율은 80% 대에 달한다.
이는 합작사 1호인 히타치와 LG전자의 성공 모델에 연유한다. 두 회사는 지난 2001년 합작사를 설립한 이후 줄곧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TSST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라 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컨소시엄이 시장 5위권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이동근 LG전자 상무는 “2000년 초 HLDS가 출범할 때만 해도 히타치·소니·파이어니어 등 일본 기업이 시장을 주도했다”며 “원가 경쟁력과 제품 양산기술에서 LG·삼성전자 등 국내기업에 밀리면서 일본기업이 합작회사를 특허 이외의 ‘우군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세대 시장이 관건=여기에 차세대 DVD 표준 경쟁은 연합군 결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블루레이 컨소시엄 맹주인 소니가 HD DVD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NEC와 손잡은 이유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번 합작으로 소니 NEC의 점유율은 21% 수준으로 단박에 2위인 TSST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합작 배경은 차세대 시장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DVD-RW 등 기존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지 않고는 생존조차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황인섭 TSST 사장은 “세계 시장 1위, 2위는 거의 변화가 없어 지금의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기존 도시바와 삼성전자 이외에 이번 LG가 손잡는 것만 봐도 차세대 시장을 위한 업체 간 합종연횡은 더욱 심해질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한정훈기자@전자신문, bjkang·ex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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