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인터넷` 좌담회](1)책임지는 인터넷 문화 조성

전자신문은 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공동으로 ‘책임지는 인터넷문화 조성’을 주제로 ‘업그레이드 인터넷을 위한 지상토론회’를 지난 28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개최했다.
전자신문은 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공동으로 ‘책임지는 인터넷문화 조성’을 주제로 ‘업그레이드 인터넷을 위한 지상토론회’를 지난 28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개최했다.

주최 : 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인터넷기업협회 공동

주관 : 전자신문

<참석자 >

김상배 <서울대 교수>

문효은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심재민 <인터넷진흥원 대외협력단장>

유승호 <강원대 교수>

이호영

(가나다 순)

※사회=이창희 <본지 디지털문화부장>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면서 책임지는 인터넷문화 조성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양적으로 성장한 인터넷 환경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정부, 사업자, 네티즌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공동으로 ‘업그레이드 인터넷을 위한 지상토론회’를 지난달 28일 진흥원 3층 사랑방에서 개최했다. 연중 시리즈 좌담회 형태로 개최될 토론회에서 인터넷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필요성과 정책적 대안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에 열린 1회 토론회는 ‘책임지는 인터넷문화 조성’을 주제로 열렸으며 참석자들은 “인터넷을 둘러싼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며 “정부, 사업자, 네티즌 등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희 전자신문 부장(사회)=전자신문과 인터넷진흥원,인터넷기업협회는 앞으로 몇회에 걸쳐 업그레이드 인터넷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오늘이 첫번째인만큼 인터넷 환경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배경과 향후 아젠다를 도출해 보자

◇심재민 한국인터넷진흥원(NIDA) 대외협력단장=국내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나 인터넷 사용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은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데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업그레이드 인터넷은 인터넷의 발달이 급속도로 성장했을 때부터 제기돼 왔다. 문제는 네티즌, 사업자, 정부 각각 영역에서 거버넌스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정하느냐가 과제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계도는 옳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 국내 인터넷 세상은 유기적이기보다는 제각각으로 움직이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 영역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공 영역이 민간 영역을 규제하는 수직적인 차원의 접근보다는 정부와 사업자,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평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호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책임연구원=지금껏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프라 확충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70∼80년대 근대화 과정과 마찬가지로 질적 성장보다 양적 성장에 치우쳤다. 이런 과정에서 정보화와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대돼 기존의 제도기반이나 권력 기반이 빠른 속도로 해체되면서 역기능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지식검색을 살펴 보자. 인터넷의 폭발성에 기인해 발전했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 제도권인 학교 지식의 갑갑함을 탈피하려는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무분별한 인터넷 덧글 문화도 마찬가지다. 양적으로 성장한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지만 급속도로 확대되다 보니 덧글의 도덕성과 신뢰도가 전혀 고려되지 않아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

◇유승호 강원대 교수=질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본연의 특성 때문이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대에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인터넷 공간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확대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상의 정보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정보의 보고였던 인터넷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인터넷 세상을 둘러싼 질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사회=질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 좀더 각론으로 들어 가자. 최근들어 무분별한 성인물 확산, 사이버범죄 급증, 콘텐츠 불법복제 심화에 따른 지적재산권 분쟁 급증, 정보격차 심화 등 인터넷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주제별 대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문효은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인터넷의 특성상 통제나 규제는 반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유통을 규제하면 또 다른 유통채널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규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적재산권의 경우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를 동시에 보장하는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크리에이티브커머스 라이선스’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음반 제작자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 콘텐츠에 마크를 붙여 유통을 허용할 수 있는 흐름인데 이를 인터넷에 적용시키면 실제로 네티즌이나 콘텐츠 제작자가 제공한 콘텐츠 활용 허용범위를 네티즌들이 직접 판단하고 유통을 책임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수 있다. 이를 통해 네티즌을 훈련시키고 건전한 움직임으로 확산시켜 책임지는 인터넷문화 조성과 지적재산권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규제나 규범만으로는 해결 안된다. 광범위한 캠페인과 네티즌들과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교수=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살펴 보겠다. 인터넷 시대 지식의 성격은 질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존의 정형화되고 객관화된 지식과 디지털세대가 원하는 지식은 다르다. 굉장히 객관적이고 실증적·과학적인 지식보다는 주관적이면서도 효용성이 큰 지식을 원하고 있다. 디지털세상에서 지적재산권은 독점적인 소유를 통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수록 더욱 가치가 커진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완전히 규제하기 보다는 바뀌고 있는 지식의 성격 자체를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정부의 입장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없으니까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임연구원=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입안자들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물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 P2P 사이트인 냅스터나 소리바다 등의 사례를 보자. 냅스터나 소리바다 정신이 오히려 인터넷 정신에 더욱 가깝다. 저작권 적용을 소홀히 하다 보니 인터넷 서비스를 발전시킨 이들의 노력은 무시되고 보수적으로 대응했던 음악저작권자들이 아이디어를 이용해 똑같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있다. 오히려 아이디어와 기술을 제공한 사람은 지탄받고 있는 비극적인 현실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부당한 분배가 이뤄지는 현상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시급하다. 정보격차 문제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기업의 자발적인 커뮤니티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더욱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유 교수 =서비스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 하지만 인터넷의 특성을 살리는 오픈 마인드가 더욱 중요하다. 인터넷을 도시라고 본다면 도시에는 포털 사이트 같은 광장도 있을 수 있고 악성 덧글이 난무하는 게시판과 성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음산한 술집도 있을 수 있다. 음산한 술집에서도 정보 커뮤니케이션은 이뤄지는데 무조건 규제한다고 술집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접근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심 단장=정보 제공 측면에서 책임지는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포털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이 무척 중요해졌다. 실명제 도입 논의도 포털을 통해 범람하는 무분별한 명예훼손과 역기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정치·경제·문화적 이슈에 대해서도 포털의 전파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측면에서 포털도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인터넷문화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논의해야 한다.

 가이드라인 문제에 있어서도 정부가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 부사장 =정부가 기여할 수 있는 몫은 따로 있다. 인터넷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인터넷 문화를 이해하고 학습해야 한다. 어른의 잣대로 네티즌의 행태를 보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괴리감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관점이 아니라 변화된 관점에서 인터넷 윤리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아이들이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왜 활용해야 하는 것인지를 확고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무작위로 검색어만 입력하면 하향평준화된 정보들이 무차별적으로 제공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떤 정보를 조직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먼저 책임감을 가지고 변해야 한다. 포털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이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 할 때다.

◇사회=논의됐던 크리에이티브커머스 라이센스나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가이드라인 마련, 아이들 관점의 인터넷윤리 교육 등 다양한 대안이 정부, 사업자, 네티즌의 주도로 실질적으로 가시화돼 책임지는 인터넷문화 조성에 한발짝 다가서길 기대한다. 토론에 참여해 좋은 의견 개진한 것 감사한다.

정리=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