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역사를 따져보면 20년을 갓 넘는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오래된 SW 기업도 20년을 넘긴 곳이 손으로 꼽을 만하다. 게다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부침이 심해 10년을 넘기는 곳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트라이콤(대표 김정 http://www.tricom.co.kr)의 창립 19주년 행사가 주목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설립 10주년을 넘어섰다고 하면 탄성을 지를 정도로 생존이 힘든 이 분야에서 19년이란 세월동안 기업을 유지해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달 22일 트라이콤은 설립 19주년을 맞이해 ‘SW 공급 업체에서 기술 기반 솔루션 전문 업체로 변신하겠다’는 앞으로의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대표 SW 업체로 자리잡다=트라이콤은 1988년 SW에 대한 구매 인식조차 없던 시절에 설립된 대표적인 SW 공급 업체 중 하나다. 트라이콤은 설립 초기 해외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폭스베이스, 하바드그래픽스, 핏스탑과 같은 상용 SW를 가장 먼저 국내에 공급했다. 당시 이 제품의 한글화 작업을 통해 SW 사용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라이콤은 설립 첫 해 150개 고객과 13여억원의 매출에서 시작해 매년 평균 35%의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3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객 수만 해도 3000여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중심으로 어도비, 시만텍, 오토데스크 등의 클라이언트 기반 업체의 주요 파트너로서 위상을 갖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제2의 도약기를 만들자=트라이콤은 지난해 말 기업이미지(CI)를 전면 교체했다. 설립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조직 및 사업 구도를 변화시켰다. 김정 사장은 “솔루션 공급 업체로 한때 업계 최고라는 자부심에 묻혀 지냈다”면서 “그러나 현실에 안주한 부분이 있어 제2 도약을 위해 설립 초기의 도전 정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이콤은 이를 위해 올해 기업 공개 작업을 추진중이며, 매출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해 450여억원의 목표를 정했다. 무엇보다 단순 SW 유통 중심의 사업을 지양, 기술 기반의 솔루션 발굴 및 개발 사업과 교육 서비스 전문 업체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기로 했다. 1년여에 걸쳐 조직 구조를 유통사업본부, 솔루션사업본부 및 교육사업본부 체제로 개편하고 각계 분야의 전문 인력을 영입하여 전문성을 높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부설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영상회의 솔루션을 개발한 것은 SW 개발 업체로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트라이콤 기술연구소 직원 전원이 디자인 및 개발에 참여한 영상회의 솔루션은 지점 수나 지역에 상관없이 전사적으로 지원하고 음성 및 화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미 이 제품으로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우수벤처기업 승인을 받았으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중소기업혁신협회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미래 비전을 만들다=트라이콤은 미래 비전을 ‘기술 기반의 솔루션 공급 및 서비스 공급 업체’로 확정했다. 19년동안 SW를 다루면서 체험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자는 의미에서다.
이를 위해 단순 클라이언트 기반의 솔루션 유통에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공급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통합 데이터 관리 업체인 엠바카데로 및 데이터베이스 성능 관리 업체인 시만텍 등과 총판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기반의 관리 솔루션 등으로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공급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서비스 분야도 트라이콤이 도전하는 신규 사업 중 하나다. 트라이콤은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교육센터를 설립, 온라인 아이티(IT) 교육을 포함한 교육 컨설팅 및 서비스 사업을 추가했다. SW 공급에서 기술 전수 및 교육까지 한번에 전달할 수 있는 기술 그룹으로서 모양새를 갖추자는 비전에서 나온 것이다.
김정 사장은 “현재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태어나는 혁신 기술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
◆이끄는 사람들
트라이콤은 ‘합의와 열정, 그리고 자신감 가득한 기업’을 추구한다. 이 중심에는 1988년 회사를 설립한 김정(52) 사장이 있다. 김 사장은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SW 업계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 협회 초대와 2대 회장직을 연임했다. 한국소프트웨어협의회 회장도 맡아 국내 SW 저작권 보호와 SW 산업 대중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 2000년도 트라이콤에 합류한 이강진 부사장(41)은 회사 전반적인 업무를 맡는 COO 역할을 하고 있다. CEO와 현장에서 뛰고 있는 임원진을 원활하게 연결시켜주고 있으며 내부 살림을 꼼꼼히 챙긴다는 평가다.
소프트웨어사업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정용공(39) 이사는 13년 넘게 SW 유통업에만 매진해온 베테랑이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해태 I&C에서 SW 영업을 시작했고 트라이콤에는 지난 96년에 입사했다. 현재는 연 매출 100억 이상을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유통사업본부 총 22명의 인원에 대한 관리 및 영업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트라이콤의 차세대 비즈니스 개발 및 테크놀로지 기반의 솔루션 사업은 솔루션사업본부의 박재영(39) 상무가 주도하고 있다. 박 상무는 한국오라클 기술본부 서비스지원 팀장을 거쳐 웨어밸리를 설립, 데이터베이스 개발 솔루션 ‘오렌지’와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 ‘샤크라’를 만들어 냈다. 당시 설립 2년 만에 130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이후 퀘스트소프트웨어로 옮겨서는 채널 영업 및 마케팅 이사를 맡았다. 이러한 경력 덕분에 트라이콤에 최근 영입돼 신규 사업 발굴과 채널 기반 솔루션 사업을 맡았다.
트라이콤의 교육사업본부는 경영학과 출신의 정회성(49) 전무가 책임지고 있다. 1984년 큐닉스컴퓨터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후 내내 마이크로소프트 기반 IT 컨설팅에 주력하여 2003년에는 필라넷 부사장을 역임했다. 작년 말 트라이콤이 교육사업본부를 설립하면서 전무로 취임하고 교육사업본부에 대한 모든 커리큘럼 기획 및 컨설팅 서비스를 총괄 책임지고 있다.
◆트라이콤의 경쟁력
트라이콤은 매년 평균 3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트라이콤은 이러한 성장 배경으로 ‘도전 의식’과 ‘신속한 의사 결정’을 꼽았다.
김정 사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에서 이를 주도하는 업체가 되려면 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이를 헤쳐나가겠다는 도전 의식과 이를 지원하는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한 사업 진행에 있다”고 강조했다.
매출 규모가 커지고 사업 분야가 확장됨에 따라 느슨해지기 쉬운 것이 조직 관리다. 의사 결정에 많은 단계들이 만들어져 결정도 쉽지 않아지는 것이 현실. 트라이콤은 이를 막기 위해 결재 체계를 담당자, 본부장, 부사장 순으로 간소화했다. 의사 기안자 또는 본부가 많은 부분을 진행하도록 담당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도전 의식을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 트라이콤 측의 설명이다.
사내 보고 시스템을 통해 사업본부의 업무 진행과 추후 내용을 미리 짐작 가능하게 해 담당자가 처리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해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트라이콤의 경쟁력이다. 지난 1년간 근무 직원 수가 두배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관리가 간소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60명의 임직원으로 매출액 362억원을 올릴 수 있는 것, 이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10%에 달하는 것은 이러한 조직 관리 덕분이다. 이는 영업이익이 매출 대비 5% 미만인 경쟁 업체보다 배 이상이 많다.
◆트라이콤 현황
업체명 트라이콤
대표자명 김정
설립년도 1988년
직원수 62명
매출(2005년) 362억원
(2006년) 453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