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3)대한민국 로봇의 실체③한국 로봇 특허 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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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세계 5위권이라는 덩치에 비해 특허분야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해왔다. 로봇산업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 로봇의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의 자동화 수요 때문에 일찍부터 시스템제작이나 운영기술은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독자적인 로봇개발의 역사가 일천한데다 처음부터 일본 로봇업체의 특허기술을 라이선스 형식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굳이 특허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80년대 일본, 유럽업체들이 출원한 산업용 로봇의 핵심적인 특허기술들이 현시점에서 대부분 시한이 만료됐다는 것이다.

국내 로봇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산업용 로봇의 당면과제는 핵심부품의 국산화와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이지 특허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특허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일단 출원건수만 따지면 세계적이다. 지난 20년간 한국과 미국, 일본 및 유럽에 출원된 서비스 로봇의 특허건수를 보면 로봇왕국 일본이 46%, 미국 25%, 한국 17%, 유럽 12%로 나타났다. 아직 특허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지난 2년동안 우리 정부의 로봇산업 지원이 본격화된 정황을 고려하면 서비스 로봇특허에서 한국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로봇왕국 일본의 경우 이미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로봇특허의 주류가 후지쓰, 히타치, 도시바 등이 산업용 로봇의 원격조작과 관련한 내용에서 벗어나 소니, 야마하, 마쓰시타 등이 인간과 로봇간 양방향 인식,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의 로봇특허도 서비스 분야로 따라갔지만 유독 유럽만은 기존 산업용 로봇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5년간 기업별 출원건수를 보면 일본 소니가 압도적으로 많은 출원건수를 보이고 있다. 소니는 로봇관련 출원건수의 93%에 달하는 184건의 출원이 최근 5년 이내에 이뤄졌다. LG전자, 삼성전자 등도 최근 로봇산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출원건수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내 로봇업체들의 특허출원이 청소로봇 같은 일부 돈되는 분야에만 집중되어 출원건수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점.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서비스 로봇 분야도 수년내 특허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우리도 특허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또 로봇특허를 기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통신서비스와 결합한 비지니스 모델(BM)로 관점을 바꿀 경우 한국이 특허경쟁력으로 세계를 선도할 가능성도 있다.

휴보를 만든 오준호 KAIST 교수는 “일본로봇 업계가 특허를 무기로 우리나라를 압박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이족보행로봇의 경우 혼다와 소니가 지난 90년대 다수의 특허를 출원했고 국내에도 특허를 신청했다. 이 때문에 국내 로봇전문가들은 자칫하다간 일본의 특허공세로 두 발 달린 로봇을 못만드는 것이 아니냐고 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소니가 출원한 특허내용을 보면 너무도 뻔한 교과서적 내용이 많은데다 실제 이족보행로봇이 상용화될 2010년대에는 특허시한이 거의 만료되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고 낙관했다. 다만 서비스 로봇시장이 본궤도에 올랐을 때 국제 특허분쟁에 대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로봇특허를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오 교수는 올해 이족보행과 관련한 7∼8건의 대응특허를 일본, 미국에 낼 예정이다. 특허출원에 적잖은 비용이 들지만 우리나라 로봇이 향후 특허문제로 두 발로 못걷거나, 막대한 로열티를 일본에 지불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회사탐방(3)하늘아이

하늘아이(대표 장중언 http://www.hanulkid.com)는 교육용 로봇을 중심으로 콘트롤러, 센서 등의 원천기술과 마케팅·대량생산·유통 경험을 모두 갖춘 보기드문 로봇전문 회사다. 지금까지는 ‘시장이 존재하는’ 교육용 로봇 분야에만 집중해 왔지만 최근 지능형 로봇시장의 부상 조짐에 따라 하반기부터 새로운 개념의 청소로봇과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 10여종의 로봇을 출시하면서 시장의 다크호스를 노리고 있다.

하늘아이는 로봇교육이 향후 과학교육의 중심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고 국내 800개 학교에 교육용 로봇키트와 교재를 공급해왔다. 최근에는 중국정부의 로봇교육 육성 바람을 타고 중국 26개 성에 교육용 로봇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3년간 누적 수출 100만달러, 올해 수출 목표도 100만달러다. 이를 위해 난징(3월)과 베이징(7∼8월)에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중국내 100만개 학교에 로봇공급을 목표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완구업체인 레고 등이 최대 경쟁자다.

장중언 사장은 “중국은 학교에 천문대를 설치할 정도로 과학교육에 관심이 많다”며 “현재 2차 과학보급사업의 중심에 로봇교육이 포함돼 있고 2008년께에는 정식교과목에 편입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수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일본 등 7개국에 수출되는 교육용 로봇의 시장을 30개국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하반기 새롭게 출시하는 로봇은 청소로봇 2종, 엔터테인먼트 로봇 2종, 로봇플랫폼 및 교육용 로봇 2종, 로봇 제어용 임베디드 보드 등이다. 장 사장은 “팔리지 않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는 원천기술 확보와 교육용 로봇에만 주력해 왔다”며 “올해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고 보고 교육용 로봇의 해외수출 외에도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제품군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부에선 단순한 로봇키트만 만드는 회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자체적인 로봇시각(비전) 기술과 위치제어, 매핑, 임베디드 보드 개발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전문분야의 시장을 개척해본 경험이 하늘아이의 큰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로봇 킬러애플리케이션 확보를 위한 솔루션 전문회사도 설립키로 했다. 3월내로 솔루봇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로봇서비스 모델과 이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을 전문적으로 발굴키로 했다. 장 사장은 “교육용 로봇시장에서 로봇이 콘텐츠와 일체화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올해 시작되는 국민로봇이나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도 콘텐츠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인터뷰-박윤호 변리사

“특허는 언제나 돈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요즘 로봇관련 특허출원이 크게 늘어난 것도 향후 로봇산업이 수익성이 있다는 증거지요.”

유노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박윤호 변리사(51)는 최근 국내에서 출원되는 로봇관련 특허의 양과 질이 크게 나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97년부터 로봇특허 업무를 담당해온 그는 정부가 로봇산업 육성을 본격화한 지난 2003년부터 지능형 로봇 분야에 출원건수가 크게 늘었고 특허주체도 국책 연구소와 대기업에서 벗어나 중소업체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유진로보틱스의 경우 지난해 10개의 로봇특허를 신청했고 올해는 미국, 유럽에도 특허출원을 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이 해외에 특허를 출원하는게 쉽지 않은 일이죠.”

최근 국내 로봇특허의 동향을 살펴보면 산업용보다는 지능형 로봇, 그 중에서도 청소로봇과 관련한 개량기술에 특허출원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요즘 로봇특허 문의가 청소로봇의 항법기술이나 센서, 청소기구 등으로 너무 쏠리는 느낌입니다. 미국, 일본이 다양한 원천기술 분야에 로봇특허를 보유한데 비하면 아쉬운 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허내용은 출원한지 1년 6개월 뒤에 공개되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파악은 힘들지만 LG전자,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로봇특허도 청소로봇 관련건이 대부분이라는 것. 또 국책 연구소도 최근 로봇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논문보다 아닌 상업성을 염두에 둔 로봇특허에 신경을 쓰는 상황이다.

박변리사는 현재 지능형 로봇시장이 본궤도에 진입하지 않아 뚜렷한 로봇관련 특허분쟁이 없지만 미래를 대비해 로봇특허에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도체분야의 특허분쟁에서 드러나듯이 차세대 로봇산업도 자체 특허를 많이 확보해야만 향후 선진국의 특허공세에 크로스 라이선싱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는 로봇특허도 기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BM)특허의 하나로 간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