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는 계속 강화되는 추세로 21세기 국제 무역의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U는 행정부에 해당하는 집행위원회에서 안건을 발의하고 의회와 이사회의 회의를 거쳐 환경규제를 발효한다. 수년간의 준비와 예고기간을 거쳐 발효되는 절차를 밟는만큼 쉽게 규제가 철회되거나 후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U는 지난해 8월 13일 폐전기전자제품처리지침(WEEE)을 발효했다. 폐전자제품에 대한 처리방안을 요구하는 안으로 아직까지 강제 규제 성격을 띠지는 않고 있다. 반면 오는 7월 1일 시행에 들어가는 전기전자제품 유해물질사용제한(RoHS)은 납·수은·6가크롬·카드뮴·폴리브롬화비페닐(PBD)·폴리브롬화비페닐에테르(PBDE) 등 6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포함된 전기전자제품의 역내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실제 수출에 대한 직접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대안 물질이 없는 경우에는 규제에서 제외하거나 일부 유예기간을 주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EU는 또 2008년에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시행키로 하고 올해 법안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는 유럽지역으로 연간 1톤 이상 유입되는 화학물질은 모두 심사와 등록 및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좀더 강력한 형태의 규제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U대표부의 김준동 상무관은 “유럽은 고성장보다는 안정과 복지에 우선을 두는 문화에다 미국·중국 등 거대 세력, 신흥 강국 대응 차원에서 환경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며 “EU의 환경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안별 대응 차원을 넘어서 중장기 관점의 포괄적인 친환경 제품과 생산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월이 다가오면서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유럽으로 전기전자제품을 수출해야 하는 업체들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EU는 회원국에 RoHS에 대해 효과적이고(규제가 반드시 있어야 함), 비례적이며(침해 정도에 따라 제재수위가 차등화돼야 함), 위반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제재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EU는 RoHS에 대해 기본 개념만을 정립하고 25개 회원국에 별도 규제방법과 제재 강도를 입법화하도록 했다. 유럽 국가별로 대응 방법이나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EU 수출국에는 불편과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세부 시험방법이나 규정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EU대표부의 김상훈 환경관은 “EU는 미국·중국·호주 등을 기후변화협약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중으로 많은 EU 이외 국가의 저항에도 환경규제에 대한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며 “모든 국가에 대응할 수 없다면 EU 활동에 적극적인 프랑스와 독일, 또 영어권인 영국 등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