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을 타고 별과 별을 넘어 여행을 해 보자. 달, 화성, 목성을 지나 태양계를 넘어 은하계 밖까지 블랙홀을 피하고 초신성에서 도망치며 우주 끝으로…. 우주의 바다는 나의 바다, 그렇게 머나먼 여정 속 의외의 사건들도 생기게 될 것이다.
세상에 우주인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은하계만도 1000억이 넘는 세계가 있으니 그 중에는 우리의 지구 같은 별에서 우리처럼 말을 하고 생각을 하며, 불을 쓰고 물건을 만드는 외계인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가 그들과 만나는 놀라운 사건을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어쩌면 외계인은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처럼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오전, 졸린 눈을 부비며 신문을 가지러 나온 주인공이 화창한 날씨에 미소 지으며 기지개를 켜는 순간 하늘 위에 나타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외계인은 언제 우리를 찾아올지 모른다. 그것은 백년 뒤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만년 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 외계인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을지도 모른다.(세상에는 지금도 외계인과 만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의 주장은 거의 전부 믿기 어려우니 여기선 그들 얘기를 무시하겠다).
우주가 넓고 다양한 이상 그런 가능성은 한없이 넘쳐나는 법. 아니, 어쩌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맨 인 블랙’에서처럼 지구 어딘가에 외계인들이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엑스 파일’이 그렇듯, 미국이 외계인을 발견해서 몰래 실험을 하고 있을지도…. 여하튼,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황당한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도 이런 경우는 낫다. 왜냐면 ‘맨 인 블랙’에선 이미 외계인하고 잘 지내고 있으며 -지구가 날아갈 위험이 없지는 않지만- 어쨌든 평화롭게(?) 그들과 교류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외계인(혹은 외계 생명체)을 지금 처음 만나는 경우. 다시 말해 ‘퍼스트 컨택(첫번째 접촉)’을 가지는 경우다.외계인이라는 이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우주전쟁’처럼 난데없이 광선을 쏘아대며 학살을 할지도 모르고, 빙긋이 웃는가 했더니 갑자기 괴물로 변해서 삼켜 버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괴물처럼 생겼지만 실은 상냥한 마음씨를 갖고 있어 친절하게 선물을 줄지도 모른다(물론 그 선물이 ‘지구 파괴 폭탄’일 수도 있다). 혹은 ‘스피시스’처럼 아름다운 미인이라서 다가갔더니 우주 괴물이었다는 상황도 존재할 수 있겠다. 어쨌든 우주인과의 퍼스트 컨택은 분명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 틀림없다. ‘걸리버 여행기’의 모험 같을까? 여하튼 옆집 아저씨를 만나 인사를 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테니까.
얼마전 정보 프로그램에서 브라질에선 손가락으로 OK표시를 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아니, 딴 나라였나?). 왜냐면 그 나라에선 그 표현을 ‘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란다. 한편, 어디에선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요’라는 뜻이고 또 어떤 나라에선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면 안 된다던가?
이렇게 작은 지구에서도 그처럼 상황이 다른데, 생판 모르는 외계인이라면 그보다 더 복잡할지도 모른다. 가령 외계인을 처음 만나 환영하기 위해 손을 흔드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런데 만일 그 외계인들에게 있어 그 것이 선전 포고를 뜻한다면? 마땅한 인사말이 없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게 마침 외계인들의 귀에 욕설로 들린다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난 이제 타월 없이는 아무데도 안가.”라고 한 마디를 했는데, 그 말 한 마디로 인해 우주 전쟁이 일어났다. 설마 우리라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그렇다면 외계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그에 대한 좋은 사례가 있다. ‘지구의 어느 작은 마을에 살던 소년 엘리어트는 어느 날 우연히 이상한 생물을 발견하게 된다. 괴상하게 생긴 그 생물에 관심을 가진 소년은 초콜렛을 가져다 이곳 저곳에 뿌리고 그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작고 가냘프게 생긴 외계인. 바로 ET였던 것이다!’ 스필버그의 명작 ‘ET(이티)’에서 엘리어트는 초콜렛이라는 그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호의로서 괴물일지도 모르는 어떤 생명체를 맞이한다. ET가 정말로 초콜렛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 호의는 받아들여졌고 결국 둘 사이에는 우정이 싹트게 된다.
외계인이 우리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인류를 먹이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벌레처럼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들이 우리를 찾아온다면, 분명 우리보다 수 백 년, 아니 어쩌면 수 천 년이나 수만년 앞선 존재일 것이다. 그야말로 원시인과 현대인. 고대 로마 시대에 핵잠수함을 몰고 나타난 상황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맘만 먹으면 지구 따윈 단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그야말로 신이라 할까?
그러니 그들이 우리들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면서 최선을 다 하는게 제일이다. 만일 사악한 외계인이라면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고, 반대로 착한 외계인이라면 어리석기 이를 데 없는 우리들을 따스한 마음으로 이해해 줄 테니까.
그렇게 여유가 된다면,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에서처럼 음악이나 빛 같은 방법을 써서라도 그들과 대화를 해 보기 위해 노력하는게 좋을 것이다.
자신 있게 이야기해보자. ‘We are not Alone(우리는 외롭지 않다)’ 고. 그들과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우리 말고도 우주의 식구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아마도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지리라 기대해 본다. 모양과 생각은 달라도 그들은 우리 우리 이웃. 그리고 우리와 같은 ‘우주인’이니까.SF 칼럼리스트. 게임아카데미에서 SF 소재론을 강의 중이며, 띵 소프트에서 스토리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스페이스 판타지(http:www.joysf.com)란 팬 페이지로 유명하다.
* 사진설명 *
- 외계인이 말을 걸어오길 기다려야 할까? 영화 콘택트에선 외계인의 전파를 수신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 그날에 대비하라. 외계인은 바로 우리 곁에 와 있을지도….
- 기지개를 켜는 여러분의 뒤편에 외계인의 우주선이 떠 있을지도 모른다.
-‘맨 인 블랙’처럼 지금 지구 어딘가에서 외계인이 입성 심사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 미국 정부가 외계인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고?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역시 독특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 조심하라. 외계인들은 여러분의 몸통을 개하고 바꿔칠지도 모른다. 팀버튼의 ‘화성 침공’
-‘우주 전쟁’ 이렇게 영문도 모를 물건이 보이면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된다.
- 생긴건 이래도 너무너무 상냥하다오.
- 깨어났더니 소인족 나라에 있다면? 외계인을 만나는 건 이보다 더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다.
- 지구를 찾아온 발칸인. 그들은 자기네 생각대로 우호를 표시한다.
- 머리 두개 팔 셋 달린 외계인. 인간을 닮았다고 다 인간은 아니다.
-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난다. 호의적인 태도는 이런 멋진 체험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상상과학의 세계에는 그에 대한 수많은 예제가 존재한다.
<전홍식기자 pyodogi@sfw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