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 인상에 소재 가격 폭등이 겹쳐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전자부품 업계가 완성품(세트) 업체의 대폭적인 가격인하 요구라는 초대형 태풍까지 맞아 비상이 걸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완성품업체는 부품 협력업체에 두 자릿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품목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최하 5%에서 많게는 20%에 이르기도 한다. 지난해에 비해 제안시기는 조금 늦었지만 인하 요구 폭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에 인쇄회로기판(PCB)을 공급하는 A 업체 사장은 “최근 공급 가격을 20% 정도 내리라는 공식 요구가 있었다”며 “약간 차이는 있지만 다른 PCB 업체에도 비슷한 통보가 일괄 전달됐다”고 말했다.
LG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B 업체 사장 역시 “최소 10% 인하로 못을 박은 공문이 왔는데 이는 지난해 협력업체 축소에 이어 남은 업체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공급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이뤄지는 가격 인하지만 부품 업계는 올해는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율과 유가가 올랐고 구리와 금 등 원자재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트 업체의 2005년 실적도 호조를 보이면서 더욱 낙관적인 기대를 품는 분위기였다.
또, 세트 업체들은 가격인하와 함께 가격조정 시기 폭도 줄이기로 했다. 연 2회, 반기마다 부품 단가를 정하던 2003년 이전과 달리 세트 업체들은 2004년 분기마다 다시 협상하는 연 4회 조정으로 변경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가격 조정 요소가 생길 때마다 재협상하는 상시 조정을 제안하고 나섰다. 가격 상시 조정으로 세트 업체의 가격인하 요구는 부품 업계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조건 가격 인하보다는 생산성 향상이나 경영 혁신 등의 컨설팅을 제공해 부품 협력업체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