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정통부장관에게 바란다](상)정통부 `죽어야`산다

정보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은 노준형 차관이 새 장관 내정자로 확정됐다. 온통 환영 일색이다. 업계는 전문 정통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관가에서는 내부 승진이라는 점에 각각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기대하는 것도 많고 요구하는 것도 많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협력과 경쟁을 적절하게 배합해야 하는 유관부처와의 관계는 정통부 수장으로서 가장 큰 시험대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도 한 축이다. 국민의 요구와 바람도 넘쳐난다. 새 장관 내정자에 대한 정통부 안팎의 기대와 요구를 3회에 걸쳐 심도 있게 짚어본다.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어요!”

 정통부가 그동안 의욕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유관부처나 기관과 갈등을 너무 키웠다는 의미다. 당장 방송위원회와는 통·방구조개편 논의가 걸려 있고, 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행정자치부·공정거래위원회 등과는 업무영역 다툼이 진행형으로 걸쳐 있다. 게다가 상대방은 모두 만만치 않은 매머드급이다. 방송위의 배경에는 시민단체·방송사·정치권이 뒤얽혀 있고, 과기부·문화부·산자부는 상위서열의 부처다. 그 수장들도 만만치 않은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다. 산업이나 경제적 관점이 아닌,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매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정통부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다.

 “문호를 개방해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인력 부문으로 들어가면 새 장관 내정자에 대한 바람이 더욱 커진다. 인재를 고루 등용,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인재라면 반드시 중용해야 하지만 주위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특정 지역 인사를 회피할 필요도 없다는 주문이다. 또 대규모 승진인사로 장관 영전을 자축만 할 게 아니라 외부 인사도 과감히 영입, 조직의 활력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새 장관에 대한 내부 기대감이 지나쳐 장관 내정자의 리더십을 해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개각이요? 무난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한 기업체 임원이 무심코 내던진 말이다. 전문관료 출신 장관을 환영하는 것은 정책이나 업무 스타일을 예측할 수 있어 정치인이나 기업인 출신보다 낫다는 의미지, 그것이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등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물론 ‘IT839정책 등 그동안 많은 화두를 던져놨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무엇이냐’며 다소 성급해 하는 이들의 속내기는 하다. 하지만 이 모든 우려와 냉소 역시 새 장관이 안고 가야 할 몫이다.

 결국 정통부가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방어적·보신적 조직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게 주위의 견해다. 오히려 기득권을 포기하더라도 경제와 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승적 견지에서 보자는 것이다. ‘죽어야 산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통·방융합 규제 이슈다. 정통부가 기존 통신시장 규제권에 집착을 버리지 않고서는 통합규제 논의도 명분을 얻기 힘들다.

 보조금 정국에서도 증명됐듯 대 정치권 관계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우군’인 여당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느냐는 것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이다. 시민단체 등과 지속적인 대화통로를 열어놔야 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시대에 맞는 ‘개방형’ 정통부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화점식 조직확대 방안 역시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 정통부의 역할에 진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