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PC사업의 새 비전을 밝혔다. 해외에서는 2008년까지 ‘글로벌 톱5 노트북PC 브랜드’로 육성하고 국내에서는 보급형 라인 업을 강화해 ‘부동의 1위’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프로세스를 전면 개선함으로써 흑자 기반 사업으로 PC 사업 인프라를 바꾸기로 했다.
‘국내 1위 PC 브랜드’ 삼성전자 컴퓨터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헌수 부사장(컴퓨터시스템 사업부장·57)은 ‘프로세스와 시스템 혁신’으로 국내외에서 삼성 PC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삼성 컴퓨터 시스템 사업을 책임져왔으며 언론과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91년 삼성에 영입되기 전 AT&T 벨 연구원 당시부터 김 부사장은 15년 가까이 컴퓨터 ‘한 우물’만 고집해왔다.
김 부사장은 먼저 PC 부문 프로세스에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 확보, 브랜드 제고, 마케팅과 영업력 강화 등 다양한 과제가 있지만 결국 누가 효율적인 공급망(SCM) 체계를 구축하느냐가 시장 승부의 관건이라는 것.
“PC업계는 수익성 확보가 ‘발등의 불’입니다. 판매 대수는 꾸준하게 늘지만 제품 단가 하락으로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브랜드 사업을 강화하는 길입니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조립사업이라는 업종 속성을 볼 때 구매·조달·생산 등 사업 전반의 개선이 시급합니다.”
글로벌 브랜드로 삼성PC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여전히 확고하다. 그는 2008년까지 ‘글로벌 톱5 노트북PC 브랜드’로 만드는 게 중장기 비전이라고 힘줘 말했다. 올해는 사실상 이를 위한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해외는 올해 자체 브랜드로 지난해보다 배 이상 증가한 10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그동안 추진해왔던 OEM·ODM 사업은 대부분 정리할 생각입니다. 올해 기반을 닦아 2008년까지 해외에서만 매년 배 이상의 성장을 낙관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 시장과 관련해서도 전년보다 20만∼30만대 증가한 140만∼150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올해 공격 경영으로 확고한 1위 업체로 위상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이 다소 취약했던 120만∼150만원대의 보급형 제품 라인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과 다음달을 겨냥한 보급형 제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급형 제품이 추세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더는 이를 방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삼성의 프리미엄 전략이 변한 건 아닙니다. 새 컨셉트와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제품으로 삼성의 고가 라인 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는 “디지털 가전 (CE)의 중심이 TV라면 정보기술(IT)의 중심은 PC라는 게 삼성의 기본 생각”이라며 “모바일 컨버전스와 홈 네트워크와 맞물려 PC가 화려하게 부활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