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 (jongkkim@mocie.go.kr)
자동화를 뜻하는 영어의 ‘automation’은 자동 인형장치를 나타내는 고대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하는 ‘automaton’에서 유래한다. 자동화 기기는 이미 기원전 3세기경 알렉산드리아의 자동 물시계, 헬레니즘 시대의 헤론이 만든 성수(聖水) 자동판매기 등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멀리 외국의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잘 알고 있듯이 조선 세종대 장영실이 만든 보루각 물시계(일명 자격루)는 동아시아의 전통시간 측정기술에 고대 아라비아의 자동장치 기술을 가미한 것으로 자동화 역사에 길이 남을 발명품이다. 그 기술을 재현해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처럼 자동화는 오래된 역사가 있고, 현재 우리 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최근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고 원자재비도 상승하고 있다. 더구나 소비자에게는 상품 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기업이 노동인력 수급문제를 해소하고, 제품 품질을 향상시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자 최근 눈을 돌리고 있는 분야가 자동화다. 자동화 기기는 일종의 기술 융합·복합화(fusion) 분야로서 기존의 기계 기술에 전자 또는 정보처리기술을 접목한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다분야 공학 융합) 산업이다. 이러한 자동화기기는 일반인에게도 매우 친숙한 로봇을 포함하는 자동화 설비와 컴퓨터 자동제어기, 센서와 같은 자동화 부품, CAD 등 자동화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산업이다.
현재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이 전체 자동화 기기의 80% 정도를 공급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역시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분야로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 기술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산업이 세계 어느 국가보다 발달해 있고, 일단 공감대가 형성되면 빠른 추진력을 보여주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 자동화기기 분야는 선점효과가 막대해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가는 기민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까지 선진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측면도 강점으로 들 수 있다.
다만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자동화 센서와 같은 핵심부품을 경쟁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점이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이 미성숙 상태에 있고, 선진국에서 기술이전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렇듯 자동화 기기 분야의 성장 가능성 및 당면과제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3월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17회 국제자동화종합전(aimex 2006)’이 개최된다. 지난 16년 동안 KOFA(공장자동화전시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던 전시회를 확대 발전시켜 벤더세미나, 신제품 쇼 케이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와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지멘스·LS산전·로크웰 삼성 오토메이션 등 전 세계 대표적인 자동화 브랜드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국제 행사는 해외에 우리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자동화 기기 분야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대 첨단 자동화 기기인 물시계를 만들어낸 조상의 기술력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자동화 기기 선진국의 위상을 다시 찾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즈음하여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