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 고객 이모씨는 발신자번호표시(CID) 무료 요금제로 바꾸려고 전화를 걸었다가 허탈감에 수화기를 놓았다. 분명 CID 요금이 무료가 됐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확인해 본 결과 오히려 요금이 오른 것. 이씨는 기본료 1만2000원짜리 `일반12000`에 가입해 있었다. 여기에 커플정액제 4000원과 CID 요금 2000원을 포함해 기본료로 월 1만8000원을 지불하고 있다. 이씨가 쓰고 있는 요금제와 동일한 새 요금제인 `커플사랑`은 기본료가 월 2만원이다. 이씨는 "지금은 커플정액제가 6000원이지만 지난 2004년쯤 가입할 땐 4000원이었다"며 "CID 요금을 없앴다고 광고를 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비싸졌다"고 분개했다.
KTF의 고객인 김모씨도 씁쓸한 경험을 했다. 김씨도 CID 요금이 무료인 새 요금제로 바꾸려고 홈페이지에서 요금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실제 할인혜택은 500원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됐다. CID 요금 1000원이 없어지는 대신 무료 통화 시간이 줄고 심야 할인이 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CID 요금이 절반 정도만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일반 할인시간대도 기존 요금제에서는 오전이었지만 새 요금제에선 오후로 변경돼 정확한 요금 차이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발신자번호표시(CID) 요금을 포함한 LG텔레콤과 KTF의 새 요금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이통사들이 CID 요금을 없애면서 슬그머니 기본료나 할인 요금을 올려 말만 `무료`지 사실상 `인하`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존 고객들이 얼마 되지 않는 할인 혜택을 보려면 `직접` 새 요금제로 변경을 신청해야 해 아직 CID 요금을 고스란히 내고 있는 가입자가 상당수다. 새로운 요금제가 손해인 경우까지 있다.
◇ LGT 무료 CID 요금, 사실은 1000원선LG텔레콤은 지난달 2000원이던 CID 요금을 기본료에 포함시킨 새 요금제 `표준 플러스`를 발표했다. 그 대신 기본료를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올려 CID 요금을 실제로 1000원만 내렸다.
`표준 플러스`는 이전과 달리 오후 7시 이후 할인 요금제를 도입해 이용시간대에 따라 요금 인하폭이 다소 커지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오후에 전화를 많이 쓰는 가입자는 인하폭이 1000원을 넘게 된다. 반면 퇴근 후 휴대폰을 거의 쓰지 않는 가입자는 사실상 CID 요금 1000원을 내는 셈이다.
LG텔레콤의 일부 다른 요금제에는 CID 요금이 그대로 남아 있다. LG텔레콤의 커플요금제는 `일반12000`에 커플정액제 6000원과 CID 1000원을 포함해 기본료가 2만원이다. 이와 동일한 새 요금제 `커플사랑`도 기본료가 2만원이다. 지난 2004년 이전에 가입한 고객은 커플정액제가 4000원으로 오히려 새 요금제가 2000원 더 비싸다.
◇ KTF, 이용시간대에 따라 오히려 손해KTF도 마찬가지다. KTF는 새로운 요금제로 바꿨을 때 오히려 요금이 올라가는 일까지 벌어져 비난을 사고 있다.
KTF의 새 요금제에서는 휴대폰 이용시간대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심야와 오전에 전화를 많이 쓰던 고객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심야 할인이 없어지면서 밤 12시~오전 6시까지 10초에 10원이던 요금이 정상 요금인 18원으로 훌쩍 뛰었다. 오전 할인은 오후로 옮겨지고 요금도 14원에서 15원으로 올랐다. 이와 반대로 오후 7시~12시 사이에 전화를 많이 쓰는 가입자는 일정정도의 CID 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전 18원이던 요금이 15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KTF의 기존 `표준요금`은 기본료 1만3000원으로 CID 1000원을 포함하면 1만4000원이다. KTF의 새 요금제인 `신표준요금`은 CID를 포함해 기본료가 1만2500원. 표준 요금제에서 10분이던 무료통화가 5분으로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기본료는 1만3000원이 된 셈이다.
지난달 134분(정상 102분, 할인 22분, 심야 10분)을 통화한 KTF의 고객 김모씨는 신표준 요금제에서 요금 인하 효과가 540원으로 CID 요금의 절반에 그쳤다.
◇ "복잡한 요금 체계로 소비자 현혹(?)"LG텔레콤과 KTF의 새 요금제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문제도 있다. 고객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선택하려 해도 요금체계가 조금씩 달라 오히려 혼란을 겪고 있다. KTF의 고객인 김모씨는 "이전 요금제와 새로운 요금제 차이를 비교하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그나마 할인시간대가 달라 정확한 요금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LG텔레콤과 KTF가 일괄적으로 CID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요금제란 명목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 말고 당당하게 CID 요금을 인하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매출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 [이데일리 김경근기자] 2006/03/06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