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전자선거시대…한사람 찍는데 `25초`

지난달 열린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장 모습. 대의원들이 선거인명부 시스템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받은 뒤(오른쪽)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통해 전자투표를 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장 모습. 대의원들이 선거인명부 시스템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받은 뒤(오른쪽)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통해 전자투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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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열린우리당 전국대의원 대회가 열린 이날 당의장 및 최고위원 경선장 모습이 이채롭다. 인터넷이 연결된 노트북PC가 두툼한 선거인명부를 대신한다. 기표소 안에는 빨간 인주와 기표 용구가 없다. 은행 현금지급기를 연상시키는 터치스크린 투표기가 놓여 있을 뿐이다. 이날 1만2130명의 대의원이 120대의 터치스크린 투표기로 모두 투표를 마친 시간은 총 75분. 1인당 평균 25초가 걸린 셈이다. 12대의 개표용 컴퓨터로 투표 결과를 알아내는 데에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전자선거가 본격 개화하고 있다. 지난 1948년 5월 10일 제헌국회 선거 이후 60년간 계속된 종이투표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차세대 투표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전자투표와 전자선거 시스템은 정치적 합의나 사회적 인식의 미비로 그간 답보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여당 경선에서의 성공적 도입을 계기로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자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달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도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가 도입되면, 전자선거 도입을 둘러싼 여야 합의 도출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황=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지난 2000년부터 ‘투표관리의 사무전산화’라는 명목으로 전자선거를 준비해 왔다. 이는 참여정부 들어 전자정부 로드맵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관련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공직선거법 개정시 ‘전자선거추진협의회’ 설치와 ‘전자투표 시범실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은 상태다.

 선관위는 최근 전자선거추진단을 구성, 전담조직을 갖췄다. 추진단은 연내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나 학생회장 선거 등에 전자투표를 시범 적용해 정치권의 불신과 국민적 거부감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전자선거는 갈수록 감소하는 투표율과 일상화돼 가는 각종 선거에 대한 가장 효과적 대안”이라며 “특히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에게 최대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전망=공직자 선거에 시범적으로나마 전자투표가 처음 시행되는 것은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다. 이후 2008년 18대 총선부터는 이동투표소나 임시투표소를 대거 설치해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한 ‘유비쿼터스 투표(종이투표 병행)’가 실현된다.

 추진단은 또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와 해외 거주자를 위해 인터넷으로 투표권을 행사토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오는 2012년 19대 총선에는 유권자가 개인 컴퓨터와 PDA, 휴대전화, 이동 투표차량 등을 이용해 투표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전자투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이 모든 계획이 국회 교섭단체, 즉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전자선거시스템 구축에 따른 기술적 개발과 보안 대책은 이미 마련된 상태라는 게 추진단 측 설명이다.

 

◆인터뷰-김용희 전자선거추진단장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자선거를 불신한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정치권이 기술적 결함을 안고서라도 전자선거를 강행한다. 후진적 국내 정치현실을 감안, 기존 종이투표와 병행할 계획이다. 투표기는 철저히 ‘라인오프(line-off)’한다. 예산낭비일지 모르나, 흠 잡힐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선거인명부는 온라인으로 연결돼 해킹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권자의 편의를 위해 전국 어디서나 투표하기 위해서는 온라인화는 필수다. 무엇보다 해킹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만의 하나 발생한다 해도 선거인명부는 기본적으로 ‘공개의 원칙’이다. 해킹에 따른 반대급부가 없다는 얘기다.

 -전자선거 추진상 최대 애로점은.

 ▲우리 사회의 불신 풍조와 정치권의 합의 도출 미비다. 사실 기술적·보안적으로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