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구조조정본부 축소 개편은 `반(反)삼성` 여론을 해소하는 동시에 글로벌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포석을 깔고 있다. 삼성의 구조본은 그룹내 막강한 권력과 추진력으로 `오늘의 삼성`을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삼성 특유의 `독단`과 `황제경영`의 근원지라는 비난 역시 강했다.
이번 구조본 조직 축소 개편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8000억원 사회헌납 등에 이은 `반(反)삼성` 여론 해소를 위한 후속 대책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구조본의 명칭을 `전략기획실`로 변경하고 기능을 미래 핵심전략에 초점을 맞춘 것도 `오너의 친위대`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다. 삼성의 구조본 축소개편은 이와함께 글로벌 경쟁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엔 스피드가 중요하며 따라서 계열사별 자율경영의 힘이 구조본의 집중경영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구조본의 명칭이 바뀌고 일부 기능이 조정됐다고 해서 총수 직속 구조본의 핵심 역할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눈가리고 아옹`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는 삼성이 향후 전략기획실을 운영하면서 풀어야할 과제다.
◇구조본 축소 개편..反삼성 여론 해소 후속책삼성은 지난 98년4월 IMF 위기 극복을 위해 비서실을 구조본으로 개편한 이후 회장-구조본-계열사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 경영을 실시해 왔다. 구조본은 그룹 경영의 관제탐으로서 계열사 경영을 이끌며 삼성의 비약적인 성장과 글로벌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구조본이 총수를 위한 `황제경영`의 근원지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 옛 안기부 `X-파일`,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에 대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배정 등 `삼성공화국`이라는 비난 여론의 근거를 마련한 사건에 구조본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왔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구조본 축소개편은 구조본과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 대비 의지 담아..계열사 독립경영 강화삼성의 구조본 축소 개편은 글로벌 경쟁에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글로벌 경쟁환경은 삼성에 대한 견제가 점점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휴대폰, LCD 등의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삼성은 이번 구조본 기능 조정에서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 지나치게 계열사의 경영에 관여해 왔던 구조본의 역할을 최소화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구조본은 앞으로 계열사 경영 현안에 대한 기능을 거의 하지 않고 미래 전략 마련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글로벌경쟁에서 효과적이고 스피드하게 대응하기 위해 각 계열사 중심의 자율경영, 책임경영 체제의 확립이 중요하다는 전략적 판단과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구조본의 이번 개편을 통해 5년, 10년 뒤를 대비한 경영모델의 그랜드 플랜을 만들어가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의 과제는 삼성 구조본의 명칭과 일부 기능이 조정됐지만 그룹내 주요사업에 대한 헤드쿼터역할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본의 긍정적 역할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얘기다.
반면 구조본의 부정적 기능이 어디까지 해소될 지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구조본이 거느리고 있는 방계 조직까지 합치면 이번 축소 개편이라는 의미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반(反)삼성` 여론 형성 이후 삼성이 내놓은 잇따른 해속책과 마찬가지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몫은 역시 삼성에게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구조본 축소 개편 역시 삼성이 변화하려는 고심을 역력히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실천에 따라 그 의미를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2006/03/08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