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주성엔지니어링](https://img.etnews.com/photonews/0603/060309042834b.jpg)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 산업의 가능성을 제시한 기업에서 확신을 심어주는 기업으로.’
90년대 소자산업의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 한국의 반도체 장비산업은 우리 안방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선진 장비업체들을 ‘모시기’에 바빴다. 당시 한국에는 장비업체는 없고 해외 장비업체의 대리점만 즐비한,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전공정장비 분야는 대기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이때 한국 반도체 장비산업의 자존심을 걸고 높은 기술의 벽에 도전한 기업이 95년 설립된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 http://www.jseng.com)이다. 도전은 2년 만에 현실이 돼 97년에는 그 어렵다는 전공정장비를 해외로 수출까지 하는 국내 최초의 기업으로 기록됐다.
세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일궈낸 ‘주성의 전공정장비 수출’은 단순히 또 하나의 수출기업 탄생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반도체장비는)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시작에 불과하지만, 우리 장비업계는 이제 ‘선진 각국의 견제 대상 1순위’로 괴롭힘을 당하는 지위(?)까지 확보하면서, 한국 장비산업의 ‘가능성’을 ‘확신’으로 이어가고 있다.
기업규모를 떠나 주성이 국산 장비의 ‘자존심’임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어려운 시절, 어려운 기술로 세계의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이제 TFT LCD 패널 제조용 플라즈마 화학증착(PE CVD)장비와 반도체 전공정용 화학증착장치(CVD), 원자층증착(ALD)장비, 식각장비(드라이에처) 등 기술 장벽이 높은 첨단 장비를 국산화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주성의 대표 분야인 증착(CVD:Chemical Vapor Deposition)장비는 가스 사이의 화학 반응으로 형성된 입자를 LCD 유리기판 또는 반도체기판 표면에 증착해 절연 막이나 전도성 막을 형성하는 장치다. 반도체·LCD 분야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인 증착장치는 기술장벽이 높아 세계적으로 몇몇 업체만이 생산하고 있다.
주성의 LCD용 PE CVD장비와 반도체용 차세대 증착장비인 원자층증착장비(ALD)는 나란히 정부가 인정하는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황철주 사장의 장비산업 인연은 유럽 반도체 장치 회사의 엔지니어로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황 사장의 머리 속에는 가장 효율적인 기술, 개선해야 할 기술 요소 등에 대한 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창업은 ‘반도체 최대 생산국인 동시에 반도체 장비 최대 수입국인 아이러니한 현실’을 직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고객이 곁에 있는데, 그 고객이 세계를 선도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각오로 세계 선진 장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장비회사를 목표로 주성엔지어링을 설립해 11년째를 맞고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시련은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그때마다 황사장은 주성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이야기하며 임직원과 힘을 합쳤다. 구입했던 땅을 팔아가며 기술 개발비를 조달했고,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미래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다졌다. 주성을 한국의 대표 장비업체로 키우겠다는 도전의식과 자부심으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본사 건물 벽면에 가로 13m, 세로 19m의 대형 태극기도 내걸었다.
주성의 도전은 본격적인 외국 진출 모색부터 시작됐다. 미국·유럽·일본·대만 등 세계시장에 주성의 기술력을 알리기만 하면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주성은 ‘기술은 기본, 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때 느꼈다. 이미 기존 거래업체가 있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웠다.
어려웠던 만큼 반향도 컸다. 2002년 반도체웨이퍼 원자층증착장치(ALD)의 미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세계시장에서 주성은 급속히 유명해졌다. 물론 호사다마를 겪기도 했지만, 이후 LCD장비시장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주성의 글로벌화는 가속도가 붙었다.
결과적으로 벼랑 끝 위기가 세계시장에 진출하게 된 기회가 된 셈이다. 황 사장도 그렇게 회상한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경쟁력의 원천이 됐습니다. 위기가 없었다면 그동안 일군 성공에 자만했을 테니까요.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인식해 결과적으로 회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외국시장을 개척했으니 전화위복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꼈습니다.”
주성은 내부적으로 원대한 목표를 세워 놓고 움직인다. 전세계 방방곡곡에서 별(1등)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미의 ‘주성(周星)’ 사명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대표이사를 비롯, 모두 겸손함을 잊지 않는다.
‘밖으로 부드럽고, 안으로 강한 기업.’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주성은 외유내강형 글로벌 장비업체로 성장해 있다.
<주성의 경쟁력, 첨단기술연구소>
‘남만큼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의식개혁 없이 1등 없다.’
직원 모두가 엔지니어(개발자)라는 생각에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주성은 본사와 연구동, 새로 지은 공장에까지 곳곳에 나부끼고 있는 구호들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비장하다 못해 살벌한 분위기다.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직원들이 만들어낸 의미 있는 구호라고 한다.
어려웠던 시절, 한국 장비산업 발전을 위해 일치단결하자는 의미에서 본사 정면에 걸었던 초대형 태극기가 여전히 나부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1998년 주성 반도체연구소 설립, 2001년 신 연구동 건립. 이곳을 통해 세계 핵심 장비의 기술 개발이 이루어 지고 있다.
어느 기업이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주성은 그 중에서도 남다르다. 주성은 잘나가던 시절인 99년 코스닥 공모자금을 거의 모두 R&D에 투자했다. 2001년부터 3년 동안 누적손실이 1200억원을 넘어서며 모든 비용이 줄었지만 연구개발 투자만은 중단이 없었다. 미래를 내다본 선행 투자는 회생을 위한 발판이 됐다.
LCD가 관심을 못받던 99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해 개발해낸 LCD용 플라즈마 화학증착장치(PE CVD)가 대박을 쳤다. 시장 수요에 딱 맞는 제품을 내놓으며 꺾인 날개가 다시 펼쳐졌다.
R&D에 대한 집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황 사장의 회고다. 주성의 특허 출원건수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본사 연구동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게 수백 건에 달하는 특허등록증이다. 로비 벽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 계단과 복도에까지 특허등록증이 걸려 있다. 회사 부침과 관계 없이 특허 수만큼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달 기준 750여건을 넘어섰다.
올해를 시작하며 주성의 모든 건물 출입문에는 경쟁업체와의 1인당 생산성을 비교해 놓은 표가 붙어있다. 경쟁사의 1인당 매출액, R&D 투자효율, 영업이익 등을 비교해 주성 직원들에게 혁신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황 사장은 “혁신활동을 통해 올해 안으로 조직화, 시스템 구축, 의식개혁 작업을 마무리하고 기술력 뿐만 아니라 회사 신뢰도와 브랜드 인지도에서도 세계 1등에 오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성을 이끄는 사람들>
주성엔지니어링은 황철주 대표이사를 필두로 영업, 디스플레이, 반도체, 플라즈마 사업 등의 분야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황철주 대표이사는 95년 주성엔지니어링 설립 후 지금까지 10여년 간 주성의 CEO로서 경영을 지휘 총괄하고 있다.
주성의 창업멤버이자 영업책임자인 이영곤 부사장은 LG반도체, AMK 출신으로 대내외 업무를 총괄해오고 있다. 그의 영어실력은 동시통역사 수준이다.
해외 반도체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길호 상무는 미국과 유럽의 신규고객 창출을 위해 한달의 80% 이상을 출장지에서 지낼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제품지원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백윤길 부사장은 제품의 설계,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부터 장비의 납품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관장하고 있다.
주성의 LCD용 PE CVD 개발에 큰 기여를 했던 양두영 부사장은 현재 OLED, LTPS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2006년 매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Cyclone(원자층증착장치) 개발의 일등공신인 김헌도 상무 또한 국내 및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장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장비기업인 램(LAM) 출신의 손종원 전무는 반도체 웨이퍼 경사면 식각장비(Bevel Etcher)를 건식(Dry process) 방식으로 응용해 개발하는 등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주성은 올해를 임직원 책임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해당 임원과 팀장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는 책임임원제를 도입, 직급위주의 연공서열 문화가 직책 위주의 성과주의 문화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