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있는 내 친구가 지금 당장 서울의 나와 만나 뉴욕 브로드웨이의 멋진 뮤지컬 한 편을 본다(?)’
실제 현실 속에서는 엄청난 거리의 제약이나 비용 부담 때문에 도저히 이뤄질 것 같지 않은 광경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말 그대로 ‘가상’의 현실 속에서 이런 멋진 일들이 내 방에 앉은 채로 실현될 수도 있을 것 같다.
1998년 6월 설립된 이화여대 컴퓨터그래픽스/가상현실연구센터(센터장 김명희)는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실감영상과 가상현실을 연구하고 있다. 첨단 기술로 사람의 환경을 재생해내는 가상현실은 70%가 시각적인 부분에 의존하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CG)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컴퓨터 그래픽은 또 디지털콘텐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사형 아바타 제작기술이나 영화의 특수효과 등도 모두 컴퓨터 그래픽. 우리나라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 연구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늦게 시작됐고 인력 기반도 취약하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국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컴퓨터그래픽 분야 세계적인 학회인 ACM 심포지엄에서 센터에 소속된 김명수 서울대 교수가 이스라엘 연구팀과 공동으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는가 하면 지난 2001년에는 센터장인 김명희 교수 논문이 SCIE저널인 ‘저널 오브 비쥬얼라이제이션 &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는 등 국제 학계로부터 잇달아 인정을 받았다. 이 분야 세계 최대 전시회인 ACM 시그래프에서는 98편의 출품 논문 가운데 센터의 김창헌 고려대 교수팀의 작품이 표지에 실려 호평을 받았다.
국제 협력도 활발하다. 2003년 스위스 취리히공대와 공동연구협약을 체결, 현지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후 매년 2∼3명의 연구인력을 꾸준히 파견하고 있다. 스위스와의 공동연구 주제는 ‘유럽과 한국을 잇는 미러링(Mirroring) 가상현실’. 멀리 떨어진 2개의 공간에서 동시에 가상현실을 구성하는 이른바 유비쿼터스컴퓨팅 기술이다. 이스라엘 CG연구소와는 격년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센터 구성원 대부분이 매년 국제연구소로 파견돼 해외 경험을 쌓고 있다.
센터는 또 2005년에는 ‘현대·기아자동차 제7회 자동차 설계 공모전’에 ‘사용자 적응형 디지털 계기 시스템’을 출품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터뷰/김명희 센터장
“기술경쟁이 치열한 CG나 가상현실 연구에서 선진국으로부터 한 수 배워오는 것을 넘어서 우리나라 주도의 국제협력을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적재산권이나 마케팅 등 전문 분야의 노하우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김명희 센터장은 “우리나라 연구소들이 연구에만 전념하다보니 정작 세계 무대에서의 거래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이분야의 기술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과제를 발주할 때 제안서에 얽매이지 않고 융통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으면 한다는 게 김 센터장의 바램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