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가상공간에서 쉴 새 없이 달려드는 괴물을 한 칼에 물리친다.’
체감형 게임기술이 발달하면서 공상과학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날도 머지 않았다. 키보드나 컨트롤러로 조작하던 대전격투게임 ‘철권’을 이용자가 직접 홀로그램속으로 들어가 적수와 맞서는 세상도 벌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언제 어디서든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게임’이 등장해 24시간 내내 게임을 즐기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이처럼 혁신적인 전망이 쏟아지는 것은 게임이 최첨단 콘텐츠 기술(CT)의 총아기 때문이다. 동영상·그래픽·사운드 등 표현기술은 물론이고 인공지능, 유무선통신 등 각종 IT기술이 제일 먼저 게임에 도입되고 있다. 통신을 통해 상호작용(인터랙티브)하는 양방향 콘텐츠가 가장 활성화된 분야가 바로 게임이다.
이 때문에 게임은 최첨단 콘텐츠 기술(CT)을 한발 앞서 검증하고, 다른 분야로 확산시키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 기술로 속속 무장=게임은 PC·콘솔·아케이드·모바일 등 플랫폼에 따라 조금씩 특화돼 진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신 기술의 발달로 플랫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실시간 트레이딩 카드 시뮬레이션이나 골프를 소재로 한 네트워크 아케이드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X박스360, 플레이스테이션3(PS3) 등 차세대 콘솔 게임기는 온라인 접속기능이 기본으로 장착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고스톱과 같은 카드류 게임 뿐 아니라 롤플레잉 게임이 유·무선으로 연동돼 ‘유비쿼터스 게임’의 싹이 자라고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표현기술에서도 게임은 앞서가고 있다. 3D 게임엔진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거의 모든 게임이 3차원으로 제작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3D 폴리곤 기술은 더욱 정교해져 실사에 버금가는 ‘작품’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X박스360이나 PS3와 같은 차세대 게임기는 ‘블루레이’ 등 차세대 플레이어를 장착해 HD급 영상과 음질까지 구현할 예정이다.
체감형 게임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DDR’ 등 주로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에 적용됐던 체감형 기술은 첨단 센서기술이 적용된 컨트롤러의 발달로 PC나 콘솔로도 확대되고 있다. 캡콤의 ‘귀무자3’ 출시와 함께 등장한 전자검 컨트롤러는 안방에서 사무라이와 결투를 가능하게 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한 신경학자는 최근 뇌파로 즐기는 탁구게임도 개발해 손발을 쓰지 않고 상상력만으로 즐길 수 있는 ‘감성 지능형 게임’의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유비쿼터스 게임시대=미래 게임은 시공을 초월하는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플랫폼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통합 플랫폼’ 게임 개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광삼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기기·기종별로 온라인의 벽을 넘어서, 하나의 게임 서버에 여러 플랫폼이 동시에 접속해 상호게임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게임 개발이 개발돼 24시간 게임이 가능해지는 변혁이 찾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홀로그램 기술을 도입한 가상 체험게임도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3D 게임이 화면에 머물러 있지만 게이머가 3차원 홀로그램속에서 사이버 적과 직접 대결을 벌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미국 EA는 홀로그램 게임의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RFID, 위치기반 등 유비쿼터스 기술을 도입하거나 뇌파나 인간감성 인식기술을 접목하면 3차원 시뮬레이터로도 발전할 수 있다.
김학규 IMC 사장은 “기술의 발달은 게임과 게이머가 소통하는 입출력 방식, 즉 기존의 컨트롤러나 화면방식과 전혀 다른 방법의 출현을 가져와 지금과 근본적으로 다른 게임의 혁신을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 미래 게임기술 어떤 게 있나
국내에서 개발중인 미래 게임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미래 게임 기술은 아직 실용화되지 않아 게임업체보다 주로 학계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 기술이 게임을 통해 상용화되면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른 콘텐츠에도 폭넓게 이용될 전망이다.
◇전자 코, 전자 혀(E-Tongue)=게임속에서 냄새와 맛을 표현하는 기술이다. 호서대 전기정보통신공학부 김정도 교수팀이 개발 중인 전자 코, 전자 혀(가칭) 시스템은 지금까지 청각과 시각에 머물러 있던 게임을 후각과 미각으로도 확대시켜줄 전망이다.
전쟁게임에서의 화약 냄새, 레이싱 게임에서의 타이어 타는 냄새 등이 가미되면서 사실감은 더해질 수 있다. 가상현실과 접목도 가능하다. 냄새나 맛의 샘플을 분석하고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뇌파 장치(Brain waves)=생체신호를 기반으로 뇌파의 변화 폭을 전기화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키보드나 마우스가 없어도 뇌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뇌파를 이용한 탁구게임이 개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전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김응수 교수팀이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한 뇌파 장치를 개발, 뇌파의 변화 폭을 전기화 시키는 작업에 성공했다.
뇌파신호만으로도 전진과 후진, 정지와 공격 등이 가능한 방식인 만큼, 게임 외에도 장애인들의 휠체어 이동 등에 활용 가능하다.
◇촉각 인터페이스 장치=강원대 전기전자정보통신공학부 장태정 교수팀은 가상 물체의 촉감과 물체를 느끼면서 실제 물체처럼 조작할 수 있는 촉각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가상의 물체에 따른 반력을 부여해 질량은 물론 각각의 가상 물체에 정해진 느낌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수년 내 기술적 진보를 통해 마우스나 조이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 슈팅 게임이나 낚시 게임 등의 활용이 가능하며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을 직접 만져보거나 모니터 상의 글자를 점자로 출력시키는 등의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3차원 스마트팬=마이크로 인피니티 소속 송진우 박사팀이 개발한 3차원 스마트팬은 항법 시스템과 모션캡처 시스템을 통한 동작인식 장치로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에 돌입한 미래 기술이다. 이 기술은 빈 공간에 글씨를 쓰게 되면 이를 컴퓨터가 인식하게 된다. 가상공간에서의 메모 등이 가능해 가상 현실게임속 채팅 등으로 응용될 수 있다. 빈 공간에 쓴 글씨를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인식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