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SKY 프로리그 2005’ 그랜드 파이널 경기를 끝으로 2005년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가 시작됐다. 스토브리그는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의 휴식기간이지만 사실은 선수나 구단 입장에서 경기시즌보다 더 바쁜 기간이기도 하다. 이 때를 이용해 우수한 선수를 스카우트 하거나 전열을 재정비 다음 시즌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e스포츠 협회는 최근 스토브리그의 활용계획을 발표하며 새로운 시즌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협회는 3월 초 2주간의 휴식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2006프로리그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준비기간 중에는 준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드래프트와 현역 프로게이머들의 소양 교육 등이 계획돼 있다. 특히 드래프트시기에 신인선수 발굴과 함께 팀간 선수이동으로 e스포츠 계에 적지 않은 지각변동도 예상돼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각 팀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신인 드래프트 보다는 이미 검증된 선수들의 영입이다. 신인 드래프트의 경우 실력을 검증하지 못해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없지만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들의 경우 당장 팀 전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스토브 기간 중에 각 팀들은 자기 팀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선수들을 대거 스카우트 해 유효적절하게 활용, 큰 재미를 보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팀별 약점으로 지적된 라인업을 토대로 선수 이적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프로리그 성적을 토대로 2006 시즌 팀간 선수 이동을 팀별로 예상해 보면, 먼저 후반기 돌풍을 이끌었던 삼성은 테란이 아쉬운 상태, 지난 해 변은종과 박성준을 영입하며 저그라인을 두텁게 해 팀플레이를 보강, 후기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상대적으로 테란라인이 약하다는 평이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에 저그라인 강화를 위해 나도현과 안석열을 영입한 팬택앤 큐리텔 큐리어스는 2005시즌 동안 상대적으로 프로토스가 약한 모습을 보여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지난 시즌 전격적으로 전상욱과 박태민을 영입해 모든 종족의 밸런스를 잘 맞춰 결국 트리플크라운이라는 전무후무한 성적을 거둔 SK텔레콤 T1 역시 타 종족에 비해 프로토스 선수층이 얇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프로토스 선수의 영입을 적극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타 구단에 비해 약점이 거의 없지만 매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진 KTF매직엔스는 지난해 후반기 이병민 전격 영입해 다소 약하다고 평가되던 테란라인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또다른 선수 스카우트가 있을 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이번 2006 상반기 드래프트는 준프로게이머에게 입단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프로자격 승급도 이뤄진다. 현재 e스포츠 협회에 등록돼 있는 준프로게이머는 총 69명으로 이중 절반이 넘는 50명의 선수가 2005년 이후 준프로게이머 자격을 획득 것으로 나타나 이번 드래프트에는 지난 해 상반기 신청자 26명보다 더 많은 게이머들이 프로팀 입단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준 프로게이머들의 성적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각팀 감독들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영입하기 위해 드래프트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부족한 재정으로 베테랑 선수의 영입이 힘든 비기업팀의 경우 새로운 시즌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우수한 신인선수들의 드래프트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005년 드래프트를 돌아보면 상·하반기를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POS의 염보성이다. 최연소 스타리거의 기록을 갈아 치우며 차기 스타리그에 진출해 있는 염보성은 프로리그에서도 10승 6패라는 기록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과연 이번 드래프트에서 제2의 염보성이라는 대어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최근 대기업들의 e스포츠 참여가 활발해 지면서 업계는 이적에 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최연성의 이중계약 파문과 프리에이전트를 선언하고 KTF로 이적한 이병민 등의 영향으로 이적관련 문제가 이슈화 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이 해결 된 이후 이적에 관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그와 같은 문제가 언제라도 재발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팀들이 한 시즌을 끝내고 휴식기를 가지는 스토브리그 중에 대형 선수들의 이동이 있을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사후약방문 식의 때 늦은 대응보다는 미리 선수들의 이적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프로게이머 억대 연봉자는 임요환, 이윤열, 박정석, 박용욱, 박태민, 최연성, 강민, 홍진호로 2004년 보다 4명이 늘어나 총 8명에 이른다. 이런 고액 연봉선수들의 증가는 연봉이 거의 없는 비기업팀 선수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자신의 실력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박탈감으로 타 구단으로 떠나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화승이 PLUS를 인수 르까프팀을 창단하는등 e스포츠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스폰서나 소속사가 없는 비기업팀들도 곧 소속사가 생길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비기업팀 선수들이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어떤 기업들이 e스포츠 구단주가 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포이트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