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호 창간특집기획]특별대담 정동채 문화부장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다시 정치권(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갔다. 정 장관은 게임산업의 격변기인 지난 2004년 7월 부임한 이후 약 18개월동안 ‘정치 장관’의 한계에 대한 세간의 우려속에서 굵직굵직한 현안을 처리했다. 게임보다는 영화에, 산업보다는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특유의 소신과 뚝심으로 게임 등 문화콘텐츠산업과 관련된 크고작은 정책을 추진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업계의 최대 숙원인 ‘게임산업진흥법’을 제정했고,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 구현을 위한 범 게임관련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정책자문단인 ‘2010 게임산업 전략위원회’를 발족,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큰 골격을 완성한 점이 정 장관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게임스 창간 2주년을 맞아 본지 모인 편집국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문화부빌딩 2층 장관실에서 ‘3.2개각’에 포함돼 문화부를 떠나는 정 장관을 만났다. 정 장관은 다소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지난 1년 8개월의 성과와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 문화부의 게임 및 문화산업 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편집자>

대담 = 모인 편집국장우선 아쉬운 점부터 얘기하면 문화산업의 여러 영역 즉, 방송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캐릭터 등을 별개의 영역인 것처럼 다뤘다는 것입니다. 문화산업은 이들 장르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선을 보이기도 하지만 시나리오, 공연, 연극과 같은 것을 기본 원형으로 문화, 창의력과 기획력이 결합된 종합예술 분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 기초 예술, 관광 뿐 아니라 방송과 통신의 구조개편, 즉 산업과 문화라는 종합적인 전략과 안목이 필요하지요.

또 보람이라면 문화 콘텐츠산업이 세계 문화강국 진입을 위한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연 10% 이상 고성장을 하고 있는 게임산업에 대해 2010년에는 ‘세계 3대 게임강국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 방안들을 개발했으며, 게임산업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지난해 ‘게임산업과’를 신설했고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독자적 법률인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법률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착실히 준비해 법률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특히 지난해 게임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비전과 실행 전략을 마련하기 위하여 각계 전문가 80여명으로 구성된 ‘2010 게임산업 전략위원회’를 구성, 올 상반기중에 게임산업 중장기 세부실행전략(Action Plan)을 수립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게임산업의 저력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의 성공적 개최는 우리 게임산업이 지향해야 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종래의 단속과 규제 위주로 되어있던 ‘음악·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서 탈피해 게임산업을 문화콘텐츠산업의 핵심산업,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에서 추진된 것입니다. 이 법률은 게임산업진흥과 게임문화 조성 내용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게임산업진흥을 위해서는 창업의 활성화, 전문인력 양성, 기술개발과 표준화의 추진, 유통질서의 확립, 국제협력 및 해외진출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최근 다양한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되는 등 e스포츠에 대한 국내외 이용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증대하고 국제적으로도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그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한 법적근거와 정책지원체계를 특별히 마련했습니다.또한 게임의 과몰입이나 사행행위 조장 등의 역기능을 예방하고 건전한 게임이용문화 조성과 이용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시책을 강구토록 규정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새 법률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신설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게임물 등급심의와 관련해 객관성과 전문성의 부족으로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과 더불어 사행성이 강한 게임물을 등급분류 해주었다는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게임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등급분류기관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합의를 해주었다고 봅니다.

신설된 게임물등급위는 업계·학계·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과거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산업인 게임산업을 지원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운영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이미 등급분류를 받았던 게임물이라고 하더라도 18세 이용가 게임물에 대하여는 신설될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재심의를 받도록 법률에 규정된 만큼, 더 이상 사행성게임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 이 법률의 취지입니다.주무 장관으로서 게임산업뿐 아니라 문화산업, 예술, 미디어, 관광, 체육 등 문화부 소관업무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게임산업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마도 게임산업이 다른 장르에 비해 새롭고 역동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임이 산업으로서 정부정책의 대상이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문화부로 게임관련 업무가 이관된 것이 1998년도인데 그 이후로 디지털기술 및 정보기술의 발달과 연계되면서 게임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외형적으로 지난해 게임산업의 국내 시장 규모가 약 5조원에 이르렀고, 수출도 약 5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외형적인 성장과는 달리, 게임산업은 아직도 산업적으로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충분히 안정화 돼 있지 않다고 봅니다. 게임산업은 신생산업으로서 역동적이기는 하지만 외부 환경요인에 쉽게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게임산업의 성장 잠재력입니다. 게임은 문화와 역사, 인문 사회적 지식과 과학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문화와 산업의 총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CT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셈이지요. 아직도 일부에서는 게임을 오락적 측면에서만 판단하려고 하지만 게임은 그 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 게임을 통해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고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는 정도입니다. 게임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을 현실에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관심과 그 활용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게임의 사회적 위상을 높여줄 뿐 아니라 게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견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얼마 전 발생한 명의도용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개인 정보보호에 대해 취약점이 온라인게임을 통하여 분출된 것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명의도용의 문제를 온라인 게임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며 그 책임이 전적으로 온라인 게임사에 있는 것처럼 간주해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문화부는 게임 분야의 주무부처로서 게임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명의도용 문제가 발생에 대해 즉각적으로 관계부처와 업계가 참여하는 대책회의 등을 통해 대안을 강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유관 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 문제가 조속한 시일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도용의 문제나 게임 과몰입과 같은 것이 게임에 대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널리 확산될 경우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대안의 폭이 좁아지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산업 진흥과 규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게 사실입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확산은 게임산업진흥 정책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게임산업에도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게임은 신생산업이기에 아직까지는 그 긍정적인 효과보다 역기능에 대한 것이 먼저 표출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이 보다 부각될 것이라 확신합니다.행정 각 부처간의 정책경쟁은 산업계나 정책개발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해 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경쟁이 부처간 업무 중복 또는 부처이기주의로 나타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자원 낭비일 뿐 아니라 산업과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문화부가 정통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MOU를 체결한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 과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정책 환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정책 환경에 대해 관련 부처간 협력을 통해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사업의 중복을 피하고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각 부처는 자신들의 전문영역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구요. 한 부처에서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것은 정부 부처간의 업무분장이라는 제도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각한 시장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부는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산업의 주무부처입니다. 문화부는 게임산업과 콘텐츠산업 전반에 관한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해 가면서, 정보통신기술이나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항은 정통부 또는 과기부와 교육이나 직업 훈련과 관련된 사항은 교육인적자원부 또는 노동부 등과 협력해 가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게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과도한 사행성이 강한 게임물은 건전한 게임산업과 게임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사행성이 강한 게임물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봅니다. 사행성의 문제를 안고서 게임산업의 발전을 주장할 명분이 없습니다. 엄격하게 대처해가는데 지극히 맞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부는 게임물등급위가 출범하면 기존에 등급분류를 받았던 게임물이라고 하더라도 재심의를 통해 사행성게임물이 더 이상 유통되지 않도록 강력히 조치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 외에도 심야영업시간 제한, 게임물의 내용을 표시하는 장치 부착, 게임장의 조도 등 영업환경 규정의 개정, 경품취급기준 개정, 관계기관과의 합동 단속 등을 통해 더 이상 사행성 게임이 사회 문제화 되지 않도록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해 가야합니다. 이와 병행해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도 동시에 펴 나갈 것입니다.

아케이드 게임관련 업계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포럼이나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갈 것이고 아케이드 게임장이 생활공간이자 문화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개발원의 조직 축소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발원은 1999년 설립된 이후 우리나라 게임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구조 개편과 관련하여 외형적으로는 축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게임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게임산업개발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정립 과정이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소위 성장 진통인 것이지요. 게임산업과 게임문화의 정책 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개발원은 게임산업 업계와 정부라는 두 축의 교두보이자 접점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업계를 지원해가야 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책 경쟁력과 전문성이 더욱 강화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단순한 지원 사업은 협회나 단체로 이관하고 정부와 업계가 필요로 하는 정책연구와 분석, 핵심 정책사업 수행 및 사후관리 등 명실상부한 정책지원기관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구조개편을 한 것입니다.

앞으로 개발원은 게임산업의 외형적 성장을 진흥하는 차원보다는 게임산업과 게임문화와 관련된 핵심적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임산업의 싱크탱크로 재정립될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원 조직 문제는 변화하는 정책 환경과 그 수요에 따라 인력 확대를 포함하여 탄력적으로 운용해갈 계획입니다.정동채 장관은 지난 1년8개월간 국내 문화산업의 주무장관으로 활약하며 적지않은 업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업계 숙원인 게임산업 진흥법을 제정했으며, 게임산업을 전담할 게임산업과를 신설, 게임이 문화부내에서 확실한 영역으로 자리잡는 단초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게임만을 위한 게임법, 즉 게임산업진흥법의 제정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게임법은 정통부와의 부처협의 과정에서부터 적지않은 진통을 겪은데다 작년에 의원발의로 비슷한 2개안이 도출되는 등 우여곡절끝에 제정된 것이란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게임법 제정으로 국내 게임산업은 다시한번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됐다.

정 장관이 게임산업을 위해 추진한 또하나의 성과는 세계 3대 게임강국 실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작년에 발족한 ‘2010 게임산업전략위원회’이다. 각계 전문가 80여명으로 구성된 ‘2010 게임산업 전략위원회’를 통해 앞으로 게임 관련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넓어졌다.

정통부와의 공조체제를 통해 국내 유일의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것도 정장관의 실적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지스타는 당초 우려에도 불구, 연인원 20만명이 넘는 관객과 막대한 수출상담 실적을 올리며, 미국의 ‘E3’와 일본의 ‘동경게임쇼’를 능가하는 국제 게임전시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한국게임산업의 위상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정리=안희찬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