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 시행을 열흘 남짓 앞둔 가운데 새 제도가 시장에 미칠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대 관심사인 보조금 지급 규모가 명시되는 가입자 약관은 오는 27일 법 시행 후 한 달간은 이론적으로 ‘매일’ 수정할 수 있는 특별 유예기간이어서 새 제도를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사업자와 정부가 합심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막바지 제도화 작업=오는 27일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세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정통부는 늦어도 내주까지는 고시 제정을 완료한다. 새 고시에서 최대 쟁점은 사업자들 사이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 가입자 정보를 어느 정도 공유할지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전산시스템으로는 해당 가입자의 가입기간·보조금지급 여부(법 시행일 이후)만을 공유한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KTF·LG텔레콤 등이 요구해 온 전환가입자의 요금납부 내용 조회는 가입자 스스로 이동통신 사업자에 요청하면 인터넷으로 대리점 현장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도용을 막기 위해 해당 가입자의 휴대폰 인증번호 등을 이용, 진위를 확인토록 할 방침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마련토록 한 약관은 보조금 지급 규모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최대 관심사다. 정통부는 법 시행일인 27일까지 약관을 신고받을 예정이다. 현재로선 이동통신 3사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 가입자 등급을 매긴 뒤 그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정통부 관계자는 “약관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절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사업자 자율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시행 후 한 달은 진통 그 자체?=27일부터 한 달간은 사업자들이 약관을 매일 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조속한 제도 정착을 위해 한 달 동안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예컨대 18개월 이상 된 전환 가입자에 대해 오늘 10만원을 줬지만 내일은 15만원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달 공개되는 약관이 많이 바뀐다 해도 한두 번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본사와 대리점 등 영업현장에 전달되는 시간이 필요하고, 소비자에게도 적지 않은 혼란을 줄 수 있는 탓이다. 더욱 우려되는 현상은 한 사업자가 타 사업자에 비해 보조금 규모를 늘릴 경우 또다시 보조금 과당경쟁이 재연될지 여부다.
이에 대해서도 사업자들은 ‘설마’ 하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타사보다 1만∼2만원 더 늘리는 것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며 5만원 이상 증가시키기엔 너무 부담이 크다”며 “또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점에서도 어느 한 곳이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보조금 지급폭을 먼저 늘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사업자 약관에 기기변경 가입자와 전환 가입자에게 보조금 차등을 둘 것인지다. 기여도에 따른 보상원칙이라는 법 취지를 보면 전환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더 줄 수 없지만 동등하게 줄지를 놓고도 사업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SK텔레콤은 보조금 지급 등급에서 전환 가입자를 하위에 둘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반면, KTF·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는 가입자 확보 경쟁을 위해 최소한 동등하게 주도록 약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통부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부작용 최소화해야=따라서 27일 이후 한 달이 앞으로 1년간 새 보조금 규제제도의 정착을 판가름하는 고비다. 이 기간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사업자 스스로 약관을 조절할 수 있으며 이후부터는 약관 갱신 단위가 한 달로 바뀐다. 시장 혼탁을 막기 위해서는 사업자들의 초기 자정노력이 절실한 것이다.
새 보조금 규제제도가 다소 복잡한 탓에 소비자 혼란과 불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음성적으로 지급돼오던 보조금이 양성화되면서 오히려 실제 지원받는 보조금이 축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 대리점 등 유통망 수수료가 음성적인 형태로 보조금에 유입되면서 전환 가입자 유치전이 확산되는 등 또다시 과열경쟁을 부추길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마디로 사업자나 소비자, 유통망 모두 새 제도에 빨리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며 “다만 불법행위나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도 감시활동을 적극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