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소니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대표 요시다 켄이치로우·이하 소넷). 지난 19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다른 소니 계열사와 분위기가 다르다.
회사에 들어서면서부터 엔터테인먼트 포털 서비스 기업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대부분 소니 계열사가 정장 차림인데, 이곳에는 청바지 뿐만 아니라 자유스러운 복장을 입은 직원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6층 접견실에서 만난 소넷의 쯔지아 나츠시코 국장 일행 역시 복장이 자유로웠다.
쯔지아 국장은 만나자 마자 회사 소개부터 시작했다. 소넷은 접속서비스와 포털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현재 회원수는 292만명에 달하는 업체다. 야후재팬, 구글재팬 등과 경쟁하고 있는 업체로 매출 393억엔(2005년도 기준)이다.
이 회사는 다양한 동물이 모여사는 섬을 묘사한 ‘리블리 아일랜드’, 자바 환경의 캐릭터 서비스 ‘웹메일 포스트펫’ 같은 플래시 캐릭터 서비스를 통해 일본 내에서 엔터테인먼트 포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일본 자스닥에도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소넷이 국내 데이터베이스(DB) 컨설팅 업체인 엔코아로부터 컨설팅을 받기로 한 것은 200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넷은 웹메일포스트펫시스템의 데이터 모델링을 시작하면서 엔코아컨설팅을 찾았다. 이는 한국 업체가 처음으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DB컨설팅을 한 사례다.
소넷은 이후 소넷의 핵심 서비스인 ‘웹메일포스트펫 서비스’의 데이터 모델링, 데이터베이스 튜닝을 통한 성능 고도화 프로젝트 등을 맡기고 있다. 앞으로는 ‘리블리 아일랜드’의 데이터베이스 튜닝 등도 엔코아컨설팅에 대행할 예정이다.
소넷의 이러한 결정은 일본 기업의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부 컨설팅 서비스를 별도로 하는 일본 기업은 아직까지 없을 정도다. 일본 기업들은 보통 하드웨어 업체에 서비스를 통째로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이러한 가운데 DB컨설팅만을 별도로 받는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쯔지아 국장은 “사용자 수가 많지 않을 때는 콘텐츠 개발업체나 자체 인력이 DB를 관리해왔다”면서 “동시접속자수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변경됨에 따라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전문 컨설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넷은 현재 수십만명의 동시접속자수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이는 최근의 일이다. 몇년전까지만해도 수만명 동시 접속자수를 응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었다.
이처럼 시스템이 복잡하고 대형화되면서 여기에 들어가야 할 DB용량도 크게 늘어났다. DB용량 증가에 따른 성능관리를 위해 계속 하드웨어만 늘릴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소넷이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엔코아컨설팅의 컨설팅을 받는 일이었다. 쯔지아 국장은 “한국에서 잘 알려진 컨설팅 업체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서비스와 고유 방법론이 마음에 들어 지속적으로 DB 관련 컨설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하드웨어 교체로 DB 성능관리를 해왔지만 엔코아컨설팅의 튜닝 컨설팅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컨설팅을 받게 되면 하드웨어 증설이 필요치 않게 되기 때문에 비용대비 투자효과(ROI)도 높다.
소넷 측은 앞으로도 일본 차세대 웹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블로그 관련 정보서비스 분야에 관심이 높다. 캐릭터 서비스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당연히 DB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른 DB 성능관리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때마다 엔코아컨설팅의 DB컨설팅이 힘을 발휘할 것으로 소넷 측은 기대했다.
쯔지아 국장은 엔코아컨설팅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그는 “처음에 발을 들여놓기는 힘들겠지만 소넷처럼 일단 컨설팅을 받고 차별성을 느낀다면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코아컨설팅의 일본내 브랜드 확산 전략
데이터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DA #2005’를 판매하는 엔코아컨설팅(대표 이화식)은 일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솔루션 판매보다 DB 관련 컨설팅에 먼저 나섰다. 이 회사는 일본 현지에서 자사 소프트웨어 인지도가 적다는 점을 감안, 우선 컨설팅 시장부터 공략한 것.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사전 마케팅 차원에서 컨설팅 사업을 수행한 것이다.
소넷 등 일본 대기업의 컨설팅을 시작하면 그만큼 업계에 소문이 나게 되고 추후 솔루션 판매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물론 컨설팅 수익도 높기 때문에 일석이조 효과를 보는 셈이다.
엔코아컨설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에서 상반기에 사장이 직접 쓴 전문 서적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화식 사장이 지은 ‘새로 쓴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의 일본어 버전으로 일본 기업 사용자에 엔코아컨설팅만의 고유한 방법론을 설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엔코아는 국내서도 이 방법을 써 효과를 본 적이 있다. ‘새로 쓴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이란 책에 앞서 역시 이 사장이 기술한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솔루션 1, 2’는 국내에서 기술전문서적으로는 유일하게 10년 동안 데이터베이스(DB) 분야에서 6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 책 덕분에 이화식 사장은 지난 10년간 국내 DB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다. 이규동 엔코아컨설팅 일본법인장은 “일본에서도 책이 발간되면 DB컨설팅과 관련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엔코아라는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쯔히로 고타마 아이파크동경 소장
“일본에서 한국 IT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소프트웨어진흥원 아이파크동경의 테쯔히로 고타마 소장은 국내 IT업체가 일본시장을 진출하는데 있어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을 브랜드 인지도 확보로 꼽았다.
테쯔히로 소장은 “소프트웨어는 특히 외형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판매하기 어려운데다 브랜드 인지도까지 낮을 경우 시장진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이 한국산 소프트웨어 품질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브랜드가 없어 미국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면서 “일본 시장 진출시 브랜드 인지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사전에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일본 지사를 설립했을 때는 철저하게 시간을 두고 일본 지사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6개월도 안돼 일본 현지인이 지사장 자리를 포기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이 한국 본사에서 지나치게 매출 성과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테쯔히로 소장은 “제품 매뉴얼을 완벽하게 일본어 버전으로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고 들어오는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의 매뉴얼을 보면 단순 번역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대로 된 일본어 매뉴얼을 작성하려면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의 일본시장 진출시 가장 큰 문제는 시장조사를 충분히 하고 있지 않는 점”이라고 지적한 테쯔히로 소장은 “시장조사 후 2년 정도 재무적으로 버틸 승산이 있다고 판단될 때 일본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