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하이닉스 출신 CEO가 주도하고 있는 팹리스 시장에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CEO가 하나 둘씩 등장,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 업계는 삼성전자·LG반도체·하이닉스반도체 등에서 기술을 익힌 엔지니어의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대기업 출신 CEO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가운데 독특한 이력을 가진 CEO가 잇달아 사업을 확대해가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어 팹리스 업계도 대기업 출신 일변도에서 벗어난 ‘다양성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기존 팹리스 업체 출신의 CEO까지 등장해 팹리스 업계의 선순환 성장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백규 실리콘화일 사장의 전공은 경제학이다. 삼성·LG 출신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팹리 스업계에서는 드물게 엔지니어도 아니다. 전경련과 창업투자회사에서 근무하며 경영과 기획 일을 했다. 그때 익혔던 수완을 발휘해 창업 당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개발은 창업멤버인 연구소장이 총괄하고, 자신은 전문경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2메가 픽셀급 CMOS 이미지센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으며, 올해 국내시장 진입도 기대된다.
창업한 지 2년이 갓 지난 신생 벤처기업인 부리멀티미디어의 김태성 사장은 MCS로직 출신으로, MCS로직에서 CD기반 MP3 칩 개발을 주도했다. 김 사장은 MCS로직에서 MP3 관련 제품을 개발하면서 음성 지원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 2004년 1월 창업했다. 부리멀티미디어는 최근 MP3 파일 수준만큼 깨끗한 음성을 지원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 개발에 성공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3D 지원 칩도 내놓을 계획을 밝히는 등 신생업체로 보기 힘들만큼 왕성한 개발활동을 보이고 있다.
음을 생성·변조하는 음원칩 업체인 알토닉스의 구재을 사장과 김신섭 사장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구재을 사장은 삼익악기 출신으로, 삼익에서 디지털피아노 등 디지털 악기용 회로 설계를 했던 엔지니어다. 야먀하 같은 세계적인 음원 칩 업체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음원 칩 전문업체를 창업했다. 알토닉스의 또 다른 대표이사인 김신섭 사장도 이 분야에서는 보기 힘든 증권회사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주식시장에서 벤처기업 투자 등으로 막대한 돈을 불렸던 것으로 더 유명한 김신섭 사장은 성공적인 M&A를 통해 회사의 규모를 키워왔다. 알토닉스는 세계적인 음원 칩 업체를 제치고 산요와의 음원 칩 공급 계약을 따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앰프 칩 업체인 펄서스테크놀로지의 오종훈 사장은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로 유명하다. 취미로 오디오에 관련된 공부를 하다가 성능이 좋은 앰프 개발을 위해 창업했다. 창업 당시에는 앰프 업체로 시작했다가 디지털앰프 칩 시장 성장에 따라 팹리스로 업종을 바꿨다. 최근에는 휴대폰용 앰프칩을 팬택앤큐리텔에 공급하며 휴대폰용 앰프 칩 사업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