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자본시장의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런던증권거래소(LSE) 등으로 대표되는 이곳은 GE·HP·BP 같은 초대형 글로벌기업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 한 켠에는 제2의 구글을 노리는 중소 벤처기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자본시장 또한 발달돼 있다. 한국 역시 코스닥이 중기·벤처 자본시장의 성공사례로 자리잡았지만 미국과 유럽은 그들 나름의 방식을 통해 자칫 자본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기 쉬운 중소벤처를 흡수하고 있다.
증권연구원의 엄경식 연구원은 “해외 신시장은 ‘고객’을 모시는 차원에서 유치활동을 벌이는 등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노력을 벌인다”며 “국내 신시장도 기업경영 마인드에 입각해 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NYSE와 나스닥에 진입하기 힘든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OTCBB(Over-The-Counter Bulletin Board)와 핑크쉬트(Pink Sheets)가 대표적이다.
두 시장은 NYSE·나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을 거래하고 있으며 기업이 별도의 진입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라 ‘마켓메이커’로 불리는 시장조성인이 해당 기업 주식을 유통시키는 구조다.
따라서 발행기업은 정기보고서 제출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부담없이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다만 사기업이 운영하는 핑크쉬트는 OTCBB종목과 자체 종목이 동시에 거래된다는 점에서 점 더 폭넓게 운영된다. 특히 핑크쉬트는 지난 99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른바 ‘적격성 규칙’을 시행하자 당시 OTCBB에서 퇴출된 3000여개 종목을 넘겨받으면서 급성장했다.
최근 핑크쉬트는 ‘네스카페’로 알려진 네슬레 같은 유명기업이 상장부담을 덜기 위해 진입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중이다. 기존 벤처와는 별도로 일반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유명기업을 유치해 거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유럽=영국 LSE의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는 AIM(Alternative Investment Market)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성장기업용 시장이다. 지난 95년 개설된 AIM은 기술주 중심의 타 유럽 신시장에 비해 열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전 산업별로 고르게 벤처기업을 수용한 점이 IT버블사태 이후 호재로 작용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AIM은 지난 한 해만 519개사가 신규 상장할 정도로 활황이다. AIM은 자국기업의 신주 발행과 해외기업 상장 증가에 힘입어 신성장기업의 자본조달창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통합시장인 유로넥스트 산하로 운영되는 얼터넥스트(Alternext)는 지난해 5월 중소기업을 수용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유럽에는 100만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있으나 주 시장인 유로넥스트 진입이 쉽지 않아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역사가 짧아 24개 기업만이 거래되고 있지만 기업측면에서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금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두 시장은 해당 기업이 상장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차이를 보이나 진입요건이 낮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또한 미국의 나스닥·OTCBB, 우리나라의 코스닥·프리보드 수준의 기업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진입요건을 최소화해 안정권에 접어든 벤처는 물론 초기단계 벤처들도 진입이 용이하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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