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T시장의 `꽃바람`

 증권 IT 시장에 봄이 왔다.

 동북아 최고 자본시장을 겨냥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와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마쳤고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한국증권·굿모닝신한증권 등 대형 증권사도 잇달아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증권 업계의 IT 혁신 활동에 시동이 걸렸다.

 ◇배경=지난해까지 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주요 시중은행과 대형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반면 증권사는 증시 침체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IT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불어온 증시 활황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증권사 간 통합 등으로 증권 업계의 차세대 시스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증권 업계는 지난 99년부터 2000년 사이에 집중 투자된 HW·SW 시스템의 교체 시기를 맞은데다 최근 발표된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인해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 투자 시장의 빅뱅이 예상되면서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를 위해 IT 업그레이드 또는 혁신이 더는 늦출 수 없는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더욱이 금융투자상품 간 결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상품 개발과 서비스, 업무환경을 지원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 환경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현황=우선 올해 증권 IT 시장의 선도 프로젝트는 KRX의 차세대 통합 시스템 구축 사업이 될 전망이다. KRX는 이달 초 한국IBM·LG CNS와 수행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컨설팅을 마무리짓고 이르면 이달 말께 약 1000억원 규모(추정)의 차세대 사업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코스콤도 IBM 서버를 적용, 기존 증권사용 온라인 공동망 시스템(베이스21) 재구축을 골자로 한 차세대 사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주춤했던 중대형 증권사도 잇달아 차세대 사업을 준비하고 나섰다. 이미 삼성증권이 차세대 관련 전담팀을 가동중이며, 대우증권은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 기존 e비즈니스부와 정보시스템부를 합쳐 비즈니스시스템부로 전환하고 차세대 프로젝트를 전담할 ‘차기 시스템부’를 신설했다.

 또 LG증권과 합쳐진 우리투자증권, 동원증권과 한투증권이 통합된 한국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대신증권 등도 올해 차세대 사업 추진이 유력하다.

 ◇전망=올해 증권 IT 시장은 시스템 교체 주기의 도래라는 표면적 요구에 앞서 복합 금융상품 개발·서비스, 효과적인 고객관리, 경영정보시스템의 고도화 등 금융 시장 전반을 관통한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선진 인프라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통합 및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프로젝트로 달궈질 전망이다.

 증권사도 더는 중개 중심의 시스템 구조, 시스템 확충과 현안 해결 지향의 서비스 개발로는 영역 파괴의 회오리에 직면한 금융 시장에서 생존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유용환 대우증권 상무(CIO)는 “차세대 시스템은 IT가 경영 전략 수립의 핵심 도구라는 전사적 인식 아래 업무 프로세스 개선, 투자대비 수익성, 효과적인 관리 방안, 다양한 상품 개발 지원 등 여러 사항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수반돼야 한다”며 “전산 비용의 최적화를 위해 과열 경쟁을 보였던 과거와 달리 비경쟁적인 분야에서 표준화와 공동 개발 등 증권사 간 협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