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한국선 왜 힘 못쓰나

가입자 고작 4만명..기존사업자들, 유선시장 잠식 우려 `미온적`

미국, 일본 등 전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인터넷전화(VoIP)가 브로드밴드 강국이라는 한국에서만 유독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삼성네트웍스, 애니유저넷 등 인터넷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지난해 9월부터 070 공통식별번호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 12월 KT 등 기간통신사업자들도 합류했으나 070번호 가입자는 2월말 기준 약 4만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구나 KT 등 기존사업자들은 기존 유선시장 잠식을 우려, 인터넷 전화 확산에 미온적이고 심지어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에도 인터넷전화를 탑재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다.

그러나 방송ㆍ통신 융합 차원에서 케이블TV 사업자(SO)들의 집합체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에 인터넷전화 기간통신사업자 면허를 부여하기로 결정돼 향후 인터넷 전화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일본선 가입자만 830만명 = 인터넷전화란 인터넷을 이용해 음성 통화를 하는 것으로 일반 유선전화(PSTN)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일반 전화기와 유사한 전용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에서 관련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은 뒤 음성 통화를 하는 방식(소프트폰)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중심이 돼 인터넷전화에 주력, 가입자수가 830만명에 이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초고속인터넷 `야후BB`와 인터넷전화(야후BB폰)를 하나로 묶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결합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야후BB 가입자 355만명중 95%에 해당되는 337만 명이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NTT 등 기존 유선 통신업체들도 지난해부터 인터넷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도 인터넷전화 전문업체인 보니지, 스카이프 등은 물론 타임워너케이블, 컴캐스트 등 케이블TV 사업자들도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을 하나로 묶어파는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 전략 차원에서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인터넷전화를 이용하고 외부에서는 이동전화를 사용하도록 이동통신과 와이파이(Wi-Fi)를 동시에 제공하는 듀얼모드 폰도 나왔다.

노키아는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3GSM세계대회`에서 와이파이 인터넷전화 기능을 담은 듀얼모드 휴대전화(N3136)를 공개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하드웨어업체인 D-Link 시스템은 전세계 어디에서든 Wi-Fi망에 접속만 되면 무료로 전화를 걸 수 있는 휴대용 인터넷 전화기를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에이오엘(AOL), 이베이 등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소프트폰 서비스업체 인수 혹은 이들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소프트폰 사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 국내선 왜 `고전`하나 = 한국에서의 인터넷 전화는 90년대 말 `새롬`이 소프트폰 방식의 무료 인터넷전화를 도입, 선풍적 인기를 누리다 시내전화 비용 누적 등의 이유로 사업에 실패했던 것과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는 양상이다.

KT 등 기간통신 사업자들이 인터넷전화 관련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으며 인터넷전화 공통식별번호 070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사람들이 060 등 유료 정보서비스나 스팸전화로 오인, 수신을 거부당하는 경우까지 있다.

또한 얼마전까지만 해도 20만-30만원선에 달했던 인터넷 전용전화기 가격도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전화 사업자별로 프로토콜이 달라 인터넷전화끼리 전화를 주고 받기 어렵다는 점도 안정성을 희구하는 소비자들이 기존 유선전화에 집착하는 또다른 이유다.

이 때문에 한국시장에서는 폰투폰 방식에 비해 통화품질이나 안정성이 떨어지는 PC에서 전화를 거는 소프트폰이 인터넷전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소프트폰 시장은 다국적기업 스카이프와 포털사업자인 NHN(네이버폰) 및 전문업체인 MSA커뮤니케이션(아이엠텔)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MSA커뮤니케이션은 올 들어 USB폰, 국제전화 카드, 국제 SMS 등 신규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며 유료 가입자 17만명을 모았다. NHN은 지난 1월 네이버폰 상용서비스에 돌입, 두 달만에 15만 가입자를 모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인터넷전화 시장에 뛰어든 것은 기존 통신사업자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일단 070 인터넷전화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KCT는 하반기부터 상용화에 돌입, 전체 SO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중 10%에 이르는 10만 가입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또 SO들의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가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KCT의 인터넷전화사업 참여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정보통신부가 통신사업자들과의 공정경쟁을 위해 향후 어떤 허가조건을 부여할지에 달려있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