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의 로봇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는 23일 지능로봇연구소 기공식을 갖는 포항을 포함해 대전, 경남·마산, 인천, 전남·광주 등이 올해와 내년, 내후년쯤 일제히 지역 내 로봇산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산업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놓고 있다. 로봇연구단지와 로봇종합지원센터를 각각 구축해 이미 인프라를 마련한 부천과 안산을 포함하면 전국 곳곳에 로봇산업을 위한 기반 시설이 들어서는 셈이다.
산자부는 안산의 로봇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각 지역거점센터와 연계해 공용 평가시험환경을 오는 2010년까지, 공용인증시스템을 2013년까지 완성하고 특허지원 및 공용제작 지원 시스템 등을 구축해 한정된 국가자원의 효율적 투자와 연구개발 및 실용화의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 요구없는 지원은 전시행정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지역별로 특화된 분야를 나누는 것은 고사하고 로봇산업 전체를 동일하게 지원한다고 해도 지역의 산업기반을 찾기란 쉽지 않다. 로봇산업이 아직 초기단계여서 구체적인 업계의 요구와 공공부문의 지원이 피드백을 거쳐 발전하는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은 대구 지역의 자동화 관련 업계까지 돋보기를 들이대며 산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연구능력이 큰 자산이지만 산업기반 없이는 생명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 230여개 업체를 발굴했지만 구체적인 산업의 수요를 파악해낼 정도로 구체화된 산업군은 아직 아니다.
대전도 입주기업을 모집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산업기반 모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전 첨단산업진흥재단 남궁인 로봇사업단장은 “대전지역의 산업을 분석해 보니 바이오와 전기·전자분야에 치우쳐 있었고 기계산업 분야는 일부 대학지원사업뿐이었다”며 “산·학을 중심으로 수요그룹을 만들고 필요 인프라를 구축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해양, 자동화 분야를 중심으로 그나마 산업기반이 갖춰진 경남·마산도 상품 특화는 내달 말쯤 방향을 잡을 생각이다.
김홍석 로봇종합지원센터장은 “지역별로 분야를 나눠 접근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어느 정도 중복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사업 초기라 축적된 경험이 많지 않지만 지역에 산업기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은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이고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신뢰성이나 생산능력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용 감소를 위한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며 “핵심기술을 소자본 창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기술개발 결과를 사업화할 수 있는 이전체계를 갖춘다는 방향을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목소리는 수요발굴과 연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쪽이다. 단순히 공용 장비와 회의 공간을 내주는 단편적인 지원보다는 지역의 시범사업과 연계해 입체적인 지원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홍영기 로보테크 이사는 “지역별 중복개념도 있긴 하지만 지역별 산업 거점의 필요성도 있다”며 “지역의 신규 건설단지와 공동으로 시범사업을 벌일 수 있는 시범사업단지 형태로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례-부천 로봇산업연구단지 사례
‘1단계-로봇산업의 수요를 발굴하라. 2단계-로봇산업과 타 산업 간 연계고리를 만들어 수요를 확대하라.’
2004년 로봇산업 연구단지를 설립해 일찌감치 로봇산업을 지역의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온 부천시가 2년여간 얻은 교훈이다. 부천시는 로봇업체와 학교, 연구소를 포함해 27곳의 기관·기업을 유치하고 이들을 위해 기계실, 전기·전자실, 클린룸, 연구개발용 테스트베드 등 장비·인프라를 갖췄다.
국내 로봇클러스터로는 가장 탄탄한 산업기반을 갖춘 곳 중 하나. 서울산업대, 생산기술연구원, 부품연구원, 부천대, 산업기술대 등과 협력하는 산·학·연·관 체제를 통해 △인프라 △기술개발 지원 △네트워크 지원 △홍보마케팅 지원 △인력양성 등의 5박자를 갖춘 국제로봇개발 생산기지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하지만 2년여간의 사업을 통해 겪은 시행착오도 많다.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는 로봇제조의 표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별로 요구하는 장비, 인프라의 종류가 각각 다를 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다는 점. 실제 여러 차례에 걸쳐 가진 수요조사에서 필요장비와 시급한 장비 등이 해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운영도 문제였다. 공공부문이 직접 운영하자니 장비마다 붙여야 하는 운영인력 확보와 그 인건비가 부담스러웠고, 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자니 공정한 운영에 의심이 갔다. 부천은 일단 로봇제작 초기단계에 시제품의 외양을 만들어보는 프로토타입 생성기 등 업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주요 장비를 구입해 설치한 뒤 장비사용 교육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나갔다.
하지만 인프라를 확대하는 2차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로봇업계의 수요만으로는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없다고 보고 인근의 금형산업, 센서산업, 계측기기 산업과의 연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로봇업체만을 수요로 잡아서는 장비의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타 분야 업체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의 확대방안이었다.
부천은 이를 위해 △콘텐츠 디자인 △네트워크 기술 △SI기술 △알고리듬 기술 △액튜에이터 기술 △센서 기술 △메커니즘 기술 7개 분야로 나눠 로봇 완성품 업체와 지역의 부품 업체 간 연계고리를 만들고 로봇산업 외양 확대는 물론이고 지역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인터뷰-부천산업진흥재단 이동훈 사업본부장
“받아야 할 쪽에서 무엇을 받겠다고 구체화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로봇산업연구단지 관련 사업을 개발, 추진해온 부천산업진흥재단 이동훈 사업본부장은 “로봇제조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산업부문의 수요가 정리되지 않을 뿐더러 로봇업체들이 처음부터 정확한 개발 목표와 로드맵을 잡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만큼 산업이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몇몇 업체는 개발 제품 선정 때부터 아주 자세한 개발사양을 정해 놓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때마다 필요한 장비가 달라지고 요구사항도 달라지죠.” 이 때문에 필요장비와 시급장비를 각각 따로 조사한 뒤 그대로 구매하지 않고 그 나름대로 미래 수요와 필요성을 판단해 구매순서를 정했다. 업체들이 공히 요구했던 프로토타입 생성기 등은 호응이 좋았다. 그는 “지역산업의 수요를 구체화하고 또 효율화를 위해 구체화된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업체탐방(5)우리기술
우리기술(대표 노선봉 http://www.wooritg.com)은 원자력발전소 시스템 감시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으며 로봇사업을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설정하고 사업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로봇사업을 담당하는 새 임원을 영입하는 등 사업활성화 채비를 빠르게 갖추고 있다.
우리기술은 로봇사업을 수년째 진행해왔지만 초기시장 형성이 미미해 사실상 사업을 일단 보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초기시장이 형성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기존에 개발한 제품 가운데 출시시기를 놓쳐 상품화하지 못했던 일부 제품의 성능 개선에 이은 출시로 전략을 설정했다. 특히 올해 안 출시예정인 제품 중에는 기존 제품에 비해 획기적으로 성능을 개선한 가정용 청소로봇과 마이크로 로봇 완구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기술의 가정용 청소로봇인 V1은 높이 2㎝ 이내의 방 문턱을 무리없이 넘나들며 화장실이나 떨어질 위험이 있는 현관, 발코니 등은 바닥 센서가 높이를 감지해 추락을 방지한다. 또 2시간 충전으로 1시간가량 집안청소를 할 수 있으며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대를 찾아가 자동충전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충전 후에는 원래 자리로 돌아와 남은 부분을 청소하고 청소를 마친 뒤에는 전원을 끄고 대기하는 기능도 있다.
우리기술은 이미 2003년 8월 내방객에게 원하는 정보제공과 전시물 홍보, 소개를 하는 안내로봇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2002년에는 보안,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가정용 로봇 아이작을 개발했다.
올해에는 낮은 청소효율, 큰 소음 등 기존 제품이 가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청소로봇 제품과 다양한 놀이기능을 가진 마이크로 로봇을 출시하기 위해 산·학협동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단기적 성과로 축적된 기술을 기존의 제어감시 기술과 합쳐 지능형 홈로봇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했다.
노선봉 사장은 “우리기술은 지금까지 홈로봇 아이작과 안내로봇을 개발하면서 착실하게 로봇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며 “3∼4년 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능형 홈로봇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기 위해 자체역량 투입은 물론이고 국책과제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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