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한국정보공학-솔루션에서 SoC로

시스템온칩 개발·소프트웨어 사업·하드웨어 유통업은 한국정보공학을 지탱하는 3각 편대로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시스템온칩 개발·소프트웨어 사업·하드웨어 유통업은 한국정보공학을 지탱하는 3각 편대로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한국정보공학(대표 유용석 http://www.kies.co.kr)이 새로운 도약대에 올라섰다. 솔루션 전문기업에서 시스템온칩(SoC) 전문기업, IT 유통 전문기업으로 거듭난 것.

 한국정보공학은 2004년 센트로닉스라는 자회사를 설립, 이를 통해 DMB 핵심 칩인 지상파 DMB용 베이스밴드 칩(CTX2050)을 개발, 지난해 12월 생산에 들어갔다. 또 지난해 5월에는 한국HP와 총판 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IT 하드웨어 유통 사업에도 진출했다. 반면, 그동안 핵심 사업부였던 솔루션 개발 사업본부와 영업본부는 100% 자회사인 네모소프트를 만들어 지난해 분사시켰다.

 16년 역사를 가진 한국정보공학은 현재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 와있다. 이 회사의 선택은 여느 기업의 선택과 확실히 다르다. 여러 사업을 정리하고 하나에 집중하는 구조조정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진출했다. 사활을 건 그야말로 모험적 결정이었다. 변신 과정에서 ‘대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의 외도’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정보통신은 이를 1등을 향한 ‘이유있는 변신’으로 설명한다.

 유용석 사장은 “보안 사업, 모바일 서비스 등 많은 것을 시도해 봤지만 국내 경쟁 업체들도 많이 등장했고 수출에도 한계점이 많았다. 과연 우리가 세계에서 1등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떠오른 것이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도 각광받을 휴대폰 및 멀티미디어 기기였으며, 핵심 부품인 SoC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정보공학의 100% 자회사인 센트로닉스가 개발한 베이스밴드 칩 CTX 2050은 자동 모드 감지, 고속 채널 재획득 기능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오디오 디코더 기능도 내장돼 고품질의 디지털 라디오 수신이 가능하다. 메모리나 부가 회로가 필요없는 고용량의 아날로그 디지털 컨버터(ADC) 및 메모리도 특장점이다.

 이미 센트로닉스는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 한곳과 제품 공급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등 연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한국정보공학의 이러한 변신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한국정보공학이 4∼5년 전부터 해 온 진지한 고민과 연구, 투자의 산물이다. 2000년 7월 한국정보공학은 코스닥 등록 당시 최고 공모가인 15만원을 기록하면서 상당한 자금을 보유했다. 그때부터 새로운 도약에 대해 고민했다는 유용석 사장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SoC 사업에 40억원 이상을 과감히 투자했다.

 특히 한국정보공학은 올해 센트로닉스를 통해 베이스밴드 칩 외에 유럽형 DVB-H 등 해외 시장 확대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각각의 핵심 반도체 부품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정보공학은 SoC 사업과 더불어 지난해 5월 한국HP와 총판 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IT 하드웨어 유통 사업에도 진출했다. 최근 서버와 PC 제품군뿐만 아니라 HP IPG(이미징프린팅그룹) 제품까지 공급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한국HP 총판으로서의 입지를 갖췄다.

 실적도 눈부시다. 사업 시작 6개월 만에 월 매출 50억원 규모, 중견 IT 유통 업체로 급성장한 것이다. IT 유통 시장에서 후발 업체였지만, 악성 채권이 없는 재무 구조와 베테랑급 영업 직원 덕분에 한국정보공학은 지난해 11월 HP 로엔드 윈도 서버 DL100 시리즈 독점 총판으로 선정됐다. HP로부터 ‘2005 최우수 파트너 상(High growth partner of PSG 2005)’도 받았다.

 정순암 상무는 “IT 유통은 솔루션 사업을 정리하면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시작했지만 이면에는 더 큰 의미가 숨어있다”면서 “단순 상품 판매 이익이 아니라 유통 사업을 통한 IT 인프라 구축 사업 진출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공학에서 솔루션 사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핵심 사업부였던 솔루션 개발 사업본부와 영업본부를 분사시킨 네모소프트는 한국정보공학의 100% 자회사다. 네모소프트에는 한국정보공학 설립 후 10여년 동안 개발해 온 검색 엔진과 그룹웨어, 리포팅 툴 등 핵심 기반 기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정보공학은 또 소만사 등 중견 소프트웨어 업체 5∼6개에도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다. 유 사장은 “SoC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국정보통신이라는 회사 DNA에 내재돼 있는 소프트웨어 저력을 강조했다.

 이제 센트로닉스의 SoC 사업,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소프트웨어 사업, 지난해 진출한 하드웨어 유통 사업은 한국정보공학을 지탱하는 3각 편대다. 한 회사 내에 있지는 않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올해 한국정보공학의 매출 목표는 800억∼900억원. 특히 SoC 베이스밴드 칩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차지한다는 공격적 목표도 설정했다.

◆이끄는 사람들

 한국정보공학은 시스템온칩·IT 유통·IT 솔루션 세 조직으로 나뉘어 있다.

 3개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 최고의 성적을 내도록 이끄는 사령탑은 유용석 한국정보공학 사장.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영과학공학을 전공하며 학자의 길을 꿈꿨던 그는 뜻하지 않은 모친의 병환으로 귀국했다가 90년 한국정보공학을 설립했다. 벤처 창업자의 모임인 ‘V 소사이어티’ 회장으로 대기업과 벤처기업 협력을 위한 정기적인 포럼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IT 유통 사업본부의 전문 경영과 마케팅 강화를 위해 영입한 지형범 영업 부사장과 정의설 마케팅 상무도 한국정보공학의 핵심 인물이다.

 HP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에서 근무한 지 부사장은 철저한 시장 분석에 따른 마케팅 및 영업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정 상무는 200여 리셀러를 총괄하는 현장 영업을 맡고 있다. 지-정 투톱 체제는 지난 하반기에만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과시했다. 회계사 출신인 정순암 상무는 한국정보공학의 든든한 살림꾼이자 전략가로 인사와 재정을 두루 총괄하고 있다.

 한국정보공학의 자회사인 센트로닉스의 손택만 사장은 2년 여라는 짧은 기간에 지상파 DMB 베이스밴드 칩 연구 개발부터 양산까지 이뤄낸 인물이다. 소만사와 한국정보공학 기획실장을 거쳐 센트로닉스 사장으로 취임한 손 사장은 국내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의 싸움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임경영체제

 한국정보공학 변신의 핵심 요체 중 하나가 책임경영 체제다. SoC 사업을 향후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면서도 자회사로 출발시킨 점, 솔루션사업본부를 독립시킨 점 등도 책임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한국정보공학은 사업 운영 관련 책임과 권한을 사업본부로 위임함으로써 사업본부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성과주의 기업 문화를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IT 유통과 IT SoC 사업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하는 모든 사업에도 책임운영 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정보공학의 사업본부 책임운영 체제 대표적 사례가 사내 자본금 개념이다. 한국정보공학의 경영기획실에는 승인된 사업 계획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는 한편, 사업본부에 예산 내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한다. 또 성과에 근거해 보상을 주거나 사내 파산제를 통해 자율성에 상응하는 책임도 묻는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업본부는 배정 예산 한도 내에서 사업 특성에 맞게 조직을 운영하거나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게 되며 매년 사업 계획서를 경영기획실에 제출, 계획에 대한 사업의 객관성, 합리성을 검토 승인한 후 추가적인 사업도 진행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335억원, 당기 순이익 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과감한 변신에 대한 성장 청신호를 켠 것이다. 유용석 사장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처럼 한국정보공학은 오랜 준비 끝에 새로운 사업으로 변신을 시작했고 사업부 책임경영 체제도 마련했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한국정보공학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회사연혁

1990년 12월 한국정보공학 설립

1995년 01월 윈도용 통합 OA 소프트웨어 ‘미래로’ IR52 장영실상 수상

03월 정보검색 시스템 ‘레이다’ 개발

1996년 12월 교육부 ‘초중고교 종합정보관리 시스템’ 1차 구축

1997년 07월 침입차단 시스템 ‘인터가드’개발

1999년 09월 문서 저장관리 미들웨어 ‘리파지웨어’ KT마크 획득

2000년 07월 코스닥 등록

2001년 09월 지식기반 EIP 솔루션 ‘와이즈키즈’ 개발

2003년 09월 자료관 시스템 ‘하이익스프레스 자료관’ 정부 인증 획득

2004년 09월 센트로닉스(IT SoC R&D) 설립, 출자

2005년 04월 지상파 DMB 베이스밴드 칩 개발

05월 HP 총판 선정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