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페이 중심가에 위치한 루즈벨트거리. 도로 위 자동차 사이로 수많은 스쿠터가 속도를 내며 달린다. 이방인의 눈에는 이륜차 전용도로도 아닌 곳에서 자동차 옆을 지나치는 스쿠터가 위험천만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차 후 출발 시에는 자동차가 스쿠터에 앞 자리를 양보하고, 고속주행 시에는 스쿠터가 자동차에 앞 길을 내주는 그들만의 질서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못지 않게 수많은 중소기업이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대만. 우리와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에서 번번이 부딪히는 대만은 자본시장에서도 그들만의 질서를 통해 중소기업의 앞길을 열어주고 있다.
◇혁신기업의 천국 대만=루즈벨트거리에 자리잡은 중소기업 전용 시장 GTSM(GreTai Securities Market)은 ‘혁신기업의 파라다이스(Paradise of Innovative Enterprises)’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에게 문호를 개방해 원활한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지난 1월 현재 전체 505개 상장사 중 IT기업이 67%에 달할 정도로 IT업종 비중도 높다.
여기에는 GTSM이 혁신기업 전용시장으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됐다. GTSM은 우리의 코스닥에 해당하는 제너럴보드(General Board)와 프리보드 역할을 하는 이머징스탁마켓(Emerging stocks Market) 등 두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이머징마켓은 사실상 진입요건이 없는 특성상 자칫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제너럴보드로 건너가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하도록 규정됐다.
이머징마켓에서 6개월 이상 거래 경험이 있어야 제너럴보드에 상장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프리보드를 거쳐야 하는 셈이다.
이는 우량 벤처기업의 진입을 늘려 이머징마켓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동시에 아직 수익성을 입증받지 못한 초기 벤처에게도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추주엔 GTSM 부총경리(수석부사장)는 “두 시장을 연계 운영해 안정권에 접어든 중소기업은 물론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벤처기업도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를 모색하는 홍콩=홍콩은 금융분야와 달리 산업기반은 부실한 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자연히 홍콩의 중소기업 전용 자본시장도 최근 내리막길이다. 이는 산업과 자본시장 연계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홍콩증권거래소(HKEx)가 운영하는 GEM(Global Enterprise Market)은 지난 99년 설립 초기 IT붐을 타고 활황을 띠기도 했으나 자국 우량 벤처기업의 진입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 2001∼2002년에는 매년 신규상장기업이 50개를 웃돌았으나 지난해에는 10개에 불과했다. 지난해말 기준 GEM상장기업 수는 201개다.
이처럼 GEM이 제기능을 못하자 HKEx는 최근 구조개편에 착수했다. 지난 1월 HKEx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GEM상장기업의 실적이 나쁘고 유동성도 좋지 않다는 판단 아래 △GEM의 제2시장화 △GEM과 주 거래소 통합 △GEM을 대체하는 신시장 개설 등을 모색중이다.
이와 별도로 GEM은 자국 기업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다. 특히 중국 본토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목승균 우리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홍콩은 중국 기업과 해외 투자자를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국 IT기업 유치도 추진중”이라고 전했다.
타이페이(대만)·홍콩=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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