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TV 시장이 상위 5개사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상위 5개 업체가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서면서 수백개의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던 ‘군웅할거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PDP·LCD TV 등 막대한 개발비가 요구되는 디지털 TV 중심으로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업체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V도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5개 안팎의 메이저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빅5’ 처음으로 50% 장악=시장 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가 15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세계 TV 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소니·필립스·파나소닉 등 상위 5개 업체 시장점유율이 50.2%를 기록했다. 수백개의 브랜드가 경쟁하는 세계 TV 시장에서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 5개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40.8%에서 9개월 동안 무려 10%포인트나 급증, 상위 업체 중심으로 시장 쏠림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도 LCD TV 신제품을 대거 출시한 소니가 130%나 매출이 늘어났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36%와 32%씩 증가했다.
◇디지털 TV가 우열 좌우=소수 메이저의 약진은 세계 TV 시장이 브라운관에서 LCD와 PDP를 주축으로 한 디지털 TV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LCD TV와 PDP TV의 시장 규모는 각각 137%와 109%씩 급증한 반면 브라운관 TV는 오히려 15% 줄어들었다. LCD와 PDP 쪽으로 빠르게 무게 중심을 옮긴 상위 5개사의 매출이 당연히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이다.
실제 상위 5개사는 지난 4분기 PDP TV 시장의 70%를 장악했으며, LCD TV도 시장점유율이 51.3%로 절반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TV 시장에서 최근 가격 인하 경쟁이 불붙으면서 막강한 자본력과 규모의 생산력을 갖춘 메이저 업체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LCD와 PDP 진영으로 나뉘어 벌이는 차세대 TV 시장의 주도권 경쟁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CD TV 시장 1위인 샤프가 상위 5위에서 탈락한 대신 LCD TV와 PDP TV를 동시에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0%대 성장세로 ‘빅5’를 유지한 것은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창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세계 TV 시장은 상위 5개사가 전체 50%를 넘지 못하는 군웅할거 시대였지만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가는 디지털 TV의 등장으로 급속한 구조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며 “TV 시장도 상위 4개사가 시장의 70%를 장악한 휴대폰 시장처럼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5년 4분기 TV 상위 5개사 시장점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