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 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연구개발중심 대학의 해외기술이전 실적이 바닥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는 전자통신연구원과 화학연구원을 비롯해 대덕특구 내에 연구기관이 즐비하지만 해외기술이전 실적은 고작 20건(누적건수)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동안 대덕특구 내 20여개 기관이 인프라 구축 등에 40조원가량을 투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도 출연연을 중심으로 수천 건의 R&D 과제에 매년 1조원 이상 투자되고 있다. 특허 등록건수도 최근 2∼3년간 1000건을 넘었다. 하지만 출연연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 일부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특허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기관을 제외하곤 기술이전 전담조직 인원이 1∼2명에 불과한데다 국내 기술이전에만 주력, 해외 쪽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전략품목이 아니라면 출연연과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의 해외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전문가도 양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외기술이전 현황=출연연과 연구개발중심 대학의 해외기술이전 누적 실적은 20건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 5년간 12건, 화학연구원이 지난 93년부터 지금까지 총 8건의 실적을 보였다. 또 생명공학연구원이 단일클론 항체 및 동물세포 발현과 관련해 3건의 기술을 해외에 이전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한두 건에 그친다. 이들 기관을 제외하곤 다른 기관의 해외기술이전 실적은 전혀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우선 R&D 시스템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R&D나 출연연 프로젝트 중 70∼80%가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진행되는 매칭펀드 방식이어서 참여 기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또 기관들이 관련 기술을 해외에 이전하더라도 지원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 연구자들이 국내 기업 기술 지도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해외 지원을 위해 장기간 자리를 비울 경우 진행중인 프로젝트 수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일부 기술은 국가 전략품목에 묶여 있어 해외기술이전이 원천적으로 힘들다.
◇해법은 없나=대부분의 출연연이 기술이전팀이나 성과확산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1∼2명이 기술이전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IT기술이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ETRI를 제외하곤 해외기술이전 전문가가 없어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 정부 차원의 해외기술이전 설명회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과제 기획 때부터 시장 타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연연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기술 시장을 겨냥해 진출을 모색했으나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기술보다 패키지 기술을 원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우선 비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해외의 기술 수요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해외기술이전을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