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게임) 세상이 온통 총소리(?)로 요란하다.’ 1인칭 슈팅게임(FPS)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범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중장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FPS’로 불리우는 ‘스페셜포스(SF)’의 동시접속자수가 11만명을 오르 내리는 등 현재 서비스 중인 주요 온라인 FPS의 동접만도 무려 3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FPS를 즐기는 유저 수 역시 어림잡아도 1000만명은 넘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전문가들은 “FPS는 미국·유럽 등에선 가장 대중적인 장르중 하나”라며 “MMORPG와 스포츠에 이어 FPS가 국내 게임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뿌리를 단단히 내렸다는 것은 아주 의미있는 변화”라고 강조한다.
FPS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일시적인 돌풍이 아니라 거대한 태풍과도 같다. 작년 6월께 ‘스페셜포스’(SF)가 당시 국민게임으로 불리우며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카트라이더’를 제치고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를때만해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됐다.
‘카트라이더’ 유료화를 둘러싼 PC방업계와 넥슨의 헤게모니 싸움의 반대급부를 ‘SF’가 누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이후 ‘SF’는 단 한차례도 1위를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2∼3위권과 점유율을 벌리며 8개월째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SF’와 함께 최근엔 CJ인터넷이 퍼블리싱하는 ‘서든어택’까지 동접 10만명을 바라보는 대박을 터트리면서 그야말로 ‘FPS 전성기’를 맞은 듯하다. 최근엔 PC방랭킹 1위와 3위를 독차지하기도했다. 넥슨의 ‘워록’과 CJ인터넷의 ‘건즈온라인’까지 만만찮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PC방조사업체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작년 7월 이후 PC방 내 전체 게임중 FPS장르의 점유율이 24%대에 달한다. PC방에서 10명중 3명은 FPS를 즐긴다는 것. 작년 9월엔 무려 28%에 육박하기도 했다. 불과 2년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 게임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동시에 30만명이 즐긴다(?)
FPS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동시접속자수, 즉 동접이다. 현재 온라인 FPS의 최대 동접은 무려 3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업계는 추산한다. 30만명이 동시에 FPS의 매력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
상용화 1년을 맞았음에도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SF’가 동접 11만명대의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SF’와 FPS시장의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는 CJ인터넷의 ‘서든어택’이 동접 9만명을 넘어섰다. 두 게임만으로도 가볍게 동접 20만명에 달한다.
넥슨이 퍼블리싱하는 대규모 전투 방식의 FPS게임인 ‘워록’도 2만6000명대의 안정적인 동접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CJ인터넷의 또 다른 FPS ‘건즈온라인’도 4만명대의 동접을 유지하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FPS의 대명사인 미국 밸브소프트사의 ‘카운터스트라이크(스팀)’는 ‘SF’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동접 5000명을 넘어서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온라인 FPS의 원조격인 ‘카르마’를 비롯해 ‘파병’ ‘엑스틸’ ‘헤드샷’ 등을 포함할 경우 전체 FPS류의 동접이 30만명에 근접할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더이상 ‘마니아장르’란 꼬리표를 달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 G세대의 새 키워드 ‘FPS’
이용자 저변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2004년까지만해도 FPS는 20대 이후 성인 남성들의 전유물로 간주돼왔다. 인터페이스가 복잡한 데다 게임자체가 총기류로 화끈하게 승부를 내는 전형적인 남성지향적이기 때문.
그러나, ‘SF’ 등 커뮤니티와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승부수를 띄운 한국산 온라인 FPS들이 잇따라 대박을 터트리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그들만의 커뮤니티인 클렌이 활성화되면서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유저풀이 계속 확대되는 상황이다.
네오위즈에 따르면 현재 ‘SF’의 클렌은 무려 7만여개에 달한다. 전략적으로 클렌전과 게임방송을 통한 리그전을 통해 클렌 결성을 유도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FPS의 게임성과 커뮤니티의 매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서든어택’도 1만개 이상의 클렌이 활동 중이며, ‘워록’은 5500여개 달한다.
중복 가입이 많은 ‘건즈’의 경우 무려 50만개의 클렌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FPS의 장점을 더욱 살리기 위해 서비스사가 클렌을 활성화한 것이 주효한 것같다”면서 “커뮤니티의 본질적 특성상 특정 게임의 클렌이 다른 게임의 클렌에 가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같은 클렌의 규모는 주목할만하다”고 설명했다.
클렌을 통해 유저들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 FPS의 묘미가 배가되면서 유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픈 1년 9개월차에 접어든 ‘SF’의 누적 회원수는 이미 800만명을 넘어서며 꿈의 1000만명 돌파가 가시권 내에 들어섰으며, 본격 상용화를 앞둔 ‘서든어택’ 역시 동접 추이 등을 감안할 때 최소한 500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넥슨의 ‘워록’ 역시 누적 회원수가 350만명을 돌파했으며, ‘건즈온라인’도 400만명을 넘은 지 오래다. 상당수 유저들이 몇몇 FPS게임에 동시에 회원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FPS를 자주 즐기는 유저수가 1000만명이 넘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FPS는 이제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G세대의 핵심 계층의 대표적인 코드로 자리잡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FPS, 바람은 계속된다
저변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앞으로 FPS가 게임시장의 강력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르의 결합, 즉 퓨전게임의 한 축으로 FPS적 요소가 적극적으로 차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웹젠의 기대작 ‘헉슬리’, 빌로퍼가 개발중인 ‘헬게이트-런던’, 엔씨소프트의 차기작 ‘오토어썰트’ 등 주요 메이저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준비중인 몇몇 차기작의 근간도 다름아닌 FPS다. 네오위즈와 CJ인터넷의 성공에 자극받아 퍼블리셔나 게임포털 운용사들도 FPS를 콘텐츠 포트폴리오의 핵심축으로 선정하고 개발 및 퍼블리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FPS가 게임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했다는 것은 여러면에서 주목할만하다. 우선 국내 게임시장의 트렌드가 ‘글로벌 스탠드화’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FPS는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에선 RPG와 함께 대표적인 인기 장르다.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선 RPG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린다. 또 우리 게임시장이 MMORPG, 스포츠에 이어 FPS라고 하는 또 하나의 ‘흥행 축’을 만들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 만큼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대감을 높여 개발 및 투자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FPS바람은 MMORPG나 캐주얼 스포츠게임에 지나치게 편중돼온 개발사들의 눈길을 보다 다변화함으로써 한국 게임산업의 저변을 강화하는데 기여했다”면서 “게임의 다양성 못지않게 게임시장의 다양한 흥행 코드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