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FPS에 열광토록 했나

과거 FPS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마니아 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북미나 유럽의 경우 그 인기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에서 2만장 정도 판매된 ‘콜오브듀티2’가 북미에서만 65만장이 판매됐다는 것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FPS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던 우리나라가 이처럼 FPS 전성시대를 맞게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접근성이 좋고, 온라인 강국 명성에 걸맞은 초고속 인터넷 망 보급이 크게 작용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네오위즈의 박정필 SF 사업부 부장은 “기존 패키지 기반의 작품들이 높은 그래픽과 작품성으로 마니아 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FPS 게임들은 이전 게임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쉽게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다는 접근성으로 인해 국내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쉬운 접근성을 대중화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이같은 인기몰이에 초고속 인터넷 망 보급도 큰 역할을 한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FPS게임의 경우 인터넷 회선의 처리 속도가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다. 더구나 다른 작품보다 그래픽 수준 역시 높아, 초고속 인터넷망이 없다면 게임의 진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카스)’의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GNA소프트의 서로몬 팀장은 “초고속 인터넷 망의 보급은 개별 서버에 분산되어 있었던 것을 벗어나 하나의 통합된 서버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국산 온라인 FPS 작품들이 패키지 기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지닐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이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이 FPS 게임의 대중화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게임 외적인 원인 외에 FPS 장르가 지닌 특성 역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정해진 시간이나, 정해진 킬수를 채워나가는 빠른 경기 진행 방식은 속도감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국내 유저들의 정서와 부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작품들이 대테러전이나 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군 복무를 마치거나, 군 입대를 앞둔 성인 남성들에게 어필한 부분도 무시 할 수 없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으로 FPS게임의 대중화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적지않다. 온상민 온게임넷 FPS 해설위원은 “국내에서 FPS게임이 대중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타리그와 같은 방송경기가 나와야 한다”며 “5대5로 이루어지는 대회의 특성상 기술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상황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는 사람은 즐겁지만, 보는 사람은 즐겁지 않은 반쪽짜리 방송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유저들이 20대 남성에 치우쳐 있어 대중적인 게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여성유저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게임 자체에 내재되어있는 폭력성도 대중화를 가로 막는 장애물이다.

대중화를 넘어서 국민게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패키지 기반의 작품을 뛰어넘는 수준높은 그래픽과 퀄리티를 갖추고, 온라인의 장점인 커뮤니티의 활성화, 프로게이머의 양산을 통한 e스포츠로서의 입지 구축,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FPS(First Person Shooting) 즉 일인칭 슈팅게임의 시초는 존 카맥, 존 로메로, 탐 홀이 모여 설립한 ID소프트의 ‘울펜슈타인3D’다. 처음 울펜슈타인이 발표되었을 때는 2D 기반이었지만, 실제 사람의 눈으로 보는 듯한 시점은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ID소프트는 1994년에 둠, 95년 퀘이크를 선보이면서 지금의 FPS의 형태를 완성했다. ‘퀘이크’는 현실적인 그래픽 외에 완벽한 3D 개념을 도입했다. ID소프트는 ‘퀘이크’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이후 후속작인 ‘퀘이크2(1997)’와 ‘퀘이크3(1999)’를 출시, ‘퀘이크’엔진을 명실상부한 FPS게임엔진으로 떠오르게 만든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밸브사의 하프라이프(1998)역시 이 엔진을 사용한 작품이다.

이같은 ID소프트의 독주체제에 신생 개발사 에픽 게임즈에서 ‘언리얼(Unreal)’이 개발된다. 뛰어난 완성도와 인공지능, 그래픽 등의 영향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양사의 3D엔진 경쟁은 90년대 중반 FPS게임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게 했다.

하지만 이역시 또하나의 경쟁자인 모노리스가 등장하면서 오래 지속되진 못한다. 다이렉트X 개발자들이 주축을 이룬 모노리스의 리스텍 엔진은 다이렉트X 기반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했고, FPS게임엔진은 3개사가 각축을 벌이게 된다.

최근들어 에픽 게임즈는 언리얼 토너먼트, 언리얼 토너먼트2k3, 2k4등의 후속작들을 내놓고 있으며, 언리얼2엔진은 국내에서 ‘리니지2’에 사용되기도 했다. ID소프트의 경우 ‘퀘이크 2, 3’를 거쳐 ‘둠3’를 제작했으며, 밸브 소프트의 경우 얼마전 ‘하프라이프2’를 선보였다.

반면 국내에서 FPS 장르는 90년대 인터넷의 발달과 PC방의 보급으로 ‘카운터스트라이크’가 소개되면서 도입기를 맞이한다. 그 중 ‘카르마 온라인’은 국내 FPS 시장을 개척한 선도자 역할을 했다. 당시 카르마 온라인은 점유율부분에서 상위에 랭크되면서 큰 반응을 얻게된다.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팡팡 테리블’과 ‘바이탈 싸인’ 등이 제작됐고 비슷한 장르에 ‘아웃포스트’나 ‘더스트 캠프’와 같은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2000년때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FPS의 비중은 MMORPG에 비할바는 못되었지만, 2004년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스페셜포스’나 ‘파병’, ‘히트프로젝트’가 서비스되면서 PC방 점유율부분에서 부동의 일위였던 MMORPG를 누른것이다. 바야흐로 FPS게임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