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기업용 이동통신 시험망 하반기 구축 추진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 시험망(테스트베드)이 정부 주도로 구축된다. 이 시험망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유럽통화방식(GSM)은 물론이고 3세대 이동통신(WCDMA)과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차세대 이동통신 기기 개발시 필요한 각종 성능 평가 및 검증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보통신부는 19일 중소기업들이 각종 이동통신 기기 개발시 모든 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이동통신 시험망 구축 계획을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모바일 특구(MSD)’ 프로젝트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이를 위한 기본 계획을 별도로 수립중이라고 밝혔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앞서 “삼성전자가 구축하는 수원-구미-독일을 연결하는 시험망을 중소기업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아 중소기업 전용 이동통신망을 별도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내달까지 중소기업용 이동통신 시험망 도입 계획을 마련, 5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하반기에 본격적인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구축 배경=중소기업 전용 이동통신 시험망은 전파방송 산업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주파수 분배 및 전파 이용 기술과 연계, 단말기 개발 및 제조 전문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자체적으로 망을 구축, 활용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제주나 인천공항 등에 GSM망 구축이 꾸준히 논의돼 온 것도 국가 차원에서 주력 수출 품목인 휴대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GSM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동통신 분야로 그 범위를 넓힌 것이 다른 점이다.

 ◇이동통신 기기 시험 현황=중소기업들이 국내에서 이동통신 기기를 다양한 용도로 시험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예컨대 GSM 단말기를 개발하는 중소기업은 제품 출시 전에 다수의 엔지니어를 독일 등 시험망이 갖춰진 해외에 내보내 6개월 이상 각종 기능 검증과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대부분 시험과정이 해외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기업들에 막대한 시간 소비는 물론이고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에는 극소수 대기업이 소규모 시험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중소기업들에 개방되는 것은 아니다.

 한 중소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신제품이 출시되기까지 소요되는 1년의 개발기간에서 시험 기간만 절반”이라며 “마지막 시험 단계에서는 엔지니어 20∼30명이 해외로 나가 2∼3개월씩 합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기업은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연인원 500∼1000명이 해외 출장을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험망이 구축되면=장기적으로는 이동통신 단말기(휴대폰)뿐만 아니라 무선랜·와이브로 등 무선통신 기기 시험 기능까지 아우르는 통합망으로 확대돼, 다양한 분야 기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독자적인 이동통신 통합 테스트망을 구축중인 삼성전자와의 연계 방안을 마련해 중소기업이 좀더 광범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삼성전자가 구축하는 통합망을 중소기업용 시험망과 연동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통부는 시험망이 구축되면 중소기업의 제품 출시가 30∼50일 단축되고, 제품의 완성도도 높아져 신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하는 이동통신 시험망은 시설 및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개발을 촉진하고 기간 단축과 생산원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