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후불 교통카드 수수료 분쟁과 관련해 밝힌 조정안에 카드 업계가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면서 교통카드 주체인 서울시·한국스마트카드(KSCC)·카드사 3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후불 교통카드 분쟁과 관련해 역할론이 제기되자 약 석달간의 침묵을 깨고 최근 서울시가 조정안을 내놨지만 카드 업계는 20일 여신금융협회 자료를 통해 “KSCC의 주장을 대변한데다 비현실적”이라며 서울시가 공공재인 교통 시스템의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보다 책임있는 중재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주요 쟁점=수수료 체계가 가장 큰 난제다. 카드 업계는 “KSCC가 교통카드 시스템 운용권을 따낼 당시 후불 교통카드 가맹점 수수료 1.5%와 정산 수수료 0.5%에서도 충분한 수익이 가능하다고 밝혀 서울시가 사업권을 승인해 줬다”며 “이제 와서 KSCC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가맹점(서울메트로·서울버스운송조합) 수수료를 선불카드(2.5%)보다 낮은 1.5%로 묶어놓고 카드사의 정산 수수료를 높이는 식의 조정안을 내놓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서울시가 정산 수수료 인상에 앞서 후불 교통카드 가맹점 수수료부터 조속히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서울시가 조정안으로 제시한 2000원 선의 수수료는 “신용카드사들이 1500원의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 KSCC에 2000원을 주라는 것”이라며 “이는 원가 분석을 통한 적정 시장가격이 아니라 KSCC의 적자 해소를 위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접점 못 찾아 소비자 피해 늘듯=카드사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교통카드 기능을 제공하고도 수익성에 도움이 안 된다고 수수료 인상과 카드 신규발급과 재발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 카드 업계는 “후불 교통카드 서비스를 적자에도 불구하고 공공재 차원에서 제공해 왔다”며 “재계약 협상시 최대한 감내할 수 있는 비용 부담 수준을 제시했지만 KSCC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카드사들이 계약 만료 3개월을 앞두고 미리 신규 발급을 중단한 것은 고객의 선택권을 무시한 것이라는 서울시 주장에 “KSCC가 수용 불가한 조건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유효기간 5년의 카드를 발급하고 서비스가 중단되면 결국 3개월짜리 카드가 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며 부득이한 조치라고 맞섰다.
수수료 인상안에 대한 양 측의 견해 차도 뚜렷하다. 서울시는 선불과 후불 카드의 시스템 사용 비중이 비슷한데도 수수료 수입은 7 대 3 정도인데다 지난 2004년 7월 이후 KSCC가 후불 교통카드의 데이터 관리 부담까지 안고 있는만큼 수수료 인상을 통한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카드 업계는 “KSCC의 적자는 교통 시스템의 잦은 변경과 시스템 에러 등에 따른 비용 때문”이라며 “KSCC의 누적 적자 중 후불제 교통카드 시스템이 미치는 영향 분석, 시스템 관리를 위한 고비용 구조 개선 등이 이뤄진 뒤 카드사를 포함한 운영 주체가 형평성에 따라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망=지난 3개월간 카드 업계와 KSCC의 개별 협상이 답보를 거듭하면서 제기된 역할론에 일단 서울시가 조정 의사를 밝힌 것은 사태 수습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서울시 조정안 역시 기존 KSCC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서울시의 후속 협의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 모두 ‘공공재 서비스’ ‘고객(시민) 불편 최소화’를 내걸고 있지만 수수료 인상 원인과 운영 주체 간 비용 분담이라는 각론에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후불 교통카드의 합리적인 원가 분석과 수수료 산정, 공평한 비용 부담 등에 서로 공감하고 있다”며 “우선 잠정 합의로 카드 발급 중단에 따른 고객 불편을 막고 향후 외부 기관을 통해 전반적인 비용 체계 컨설팅에 나서 이를 토대로 서울시·KSCC·카드사 3자가 비용을 소급해 분담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