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이 달 들어 선풍기가 유통가에 깔리기 시작하면서 업계 오랜 라이벌인 신일산업과 한일전기의 지존대결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에너지효율등급제 시행에 따라 저전력 제품들이 새롭게 출시, 절전시대 ‘감초’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양사의 경쟁은 한층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선풍기 시장은 ‘폭염’으로 매기가 활발했던 전년과 유사하거나 20% 정도 늘어난 280만∼300만대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신일산업과 한일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60%를 넘는 데다, 냉·냉난을 비롯해 전체 사업군에서 유사한 전력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온 만큼 올해 선풍기 시장을 둘러싼 접전도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한일전기의 올 목표는 165만대. 지난해 125만대보다 20%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수치에서만 놓고 보면 신일산업보다 한 수 위다. 신제품에서도 다양해 한일전기는 올해 새로운 디자인의 신제품만 10개 모델을 내놓는다. 리모콘으로 조작되는 제품을 포함해 총 50개 모델이 선보인다. 에너지효율등급은 최고 2등급.
이에 비해 신일산업의 판매 자회사인 신일IDM은 올해 100만대 판매에 도전한다. 특히 그간 난립했던 유사상표를 지난해 정리함에 따라 올해는 20∼30만대 추가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일IDM은 에너지효율등급제가 적용되는 14인치 좌석용 32개 모델을 비롯해 올해 총 52개 제품을 선보인다. 예년보다 훨씬 많아진 것으로 특히 높이와 베이스가 커진 ‘키높이’ 모델을 출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방침이다. 이 제품은 가격도 4만6000원으로 최고가 제품이어서 회사 수익 증진에도 한 몫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전자양판점 외에 할인점을 집중 공략하는 등 유통망도 강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에너지효율등급제도 신일산업에 든든한 힘이다. 업계에서는 드물게 1등급을 취득, 브랜드 제고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일전기 관계자는 “초창기만 해도 신일산업이 한일전기를 앞질렀지만, 최근 3∼4년 전부터 한일전기가 역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선풍기 시장이 밀려드는 중국산으로 침체돼 있지만, 선의의 경쟁은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만큼 앞으로도 경쟁을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