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부품의 화려한 부활이 시작된다

 한물 갔다고 여겨지던 구형 부품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시장 환경이 변함에 따라 새로운 수요가 나오고 있으며 수익성도 좋아 부품 업계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부활한 구형 부품의 대표주자는 저용량 원통형 2차전지다. 보통 저용량 원통형 2차전지는 2000㎃h 이하의 제품을 말한다. 현재 원통형 2차전지는 2800㎃h 용량까지 개발됐으며 곧 3000㎃h 제품도 나올 전망이다.

 저용량 2차전지가 다시 각광받는 이유는 초저가 노트북PC 시장이 크게 커졌기 때문이다. 초저가 노트북PC가 1000달러대에서 이제 500달러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좀더 싼 2차전지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2000㎃h 이하 저용량 원통형 2차전지는 2400㎃h 제품보다 30% 정도 싸다.

 조석제 LG화학 부사장은 “고용량 제품의 수요가 늘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저용량 제품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가격은 싸지만 기술 발달로 원가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용량 2차전지 시장에 힘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내 2차전지 업계의 대표주자인 삼성SDI와 LG화학은 저용량 제품 비중을 10% 이하로 잡았지만 작년 비중은 30%를 웃돌았으며 올해도 이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휴대폰 부품에서도 구형 부품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우선 눈에 띄는 제품은 30만화소 카메라모듈. 이미 시장의 대세는 130만화소 이상 제품으로 넘어갔지만 3세대 서비스 중 하나인 영상 통화가 나오면서 다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영상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에는 일반 사진을 찍는 고화소 제품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30만화소 제품이 각각 필요하다.

 박상규 엠씨넥스 사장은 “이미 일본을 중심으로 듀얼카메라폰이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30만화소 제품의 수요도 다시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이중층콘덴서(EDLC)도 시장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휴대폰에서 폭발적인 수요가 일고 있다. 기지국에서 표준시간을 받는 CDMA 방식과 달리 GSM 방식은 전원을 끄더라도 시계를 움직일 최소 전원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EDLC가 담당하고 있다.

 휴대폰에서 단음 벨소리를 내는 버저도 스피커에 밀려 사라졌다가 MP3플레이어나 DMB단말기 등에서 다시 사용되고 있다.

 모터 시장에서도 복고 바람이 거세다. 마모나 소음 문제를 해결한 BLDC 모터가 나오면서 일반 DC 모터가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최근 DVD플레이어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다. DVD플레이어는 모터의 회전수가 2000rpm 정도면 충분하고 속도 변화가 거의 없어 제어기능도 필요치 않기 때문에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DC 모터가 오히려 BLDC 모터를 밀어내고 있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구형 부품이라도 새로운 수요처를 찾으면 얼마든지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며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판가는 내려가는 어려운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