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4)지방 로봇산업의 현주소①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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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로봇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로봇 산업이 최근 1∼2년 새 각광을 받으면서 지방 곳곳에서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지방 산업 육성화를 위해 ‘클러스터’ 개념을 도입한 이후 로봇 산업도 시너지 제고를 위한 클러스터의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신성장 동력으로 지능형 로봇이 지정된 이후 관련 예산이 크게 확대되면서 지자체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춘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선 지자체의 로봇 산업 현주소를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올해 들어 전국적인 로봇 열풍이 불고 있다. 부천과 안산 지역은 로봇연구단지와 로봇종합지원센터를 구축해 관련 기반시설을 운영하며 로봇 전문업체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포항은 이달 23일 지능로봇연구소 기공식을 갖고 로봇산업 육성에 나섰으며 대전과 경남·마산, 인천, 전남·광주 등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로봇 산업에 발을 내디뎠다. 여기에 신산업 단지로 육성하고 있는 서울 상암동과 인천 송도 u-IT 허브도 새로운 산업 인프라를 통해, 로봇업체 유치에 발벗고 나설 예정이다.

◇특화 산업별 클러스터화 추진=이처럼 지자체들이 로봇 산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면서 정부 차원의 육성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안산의 로봇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각 지역거점센터와 연계해 공용 평가시험환경을 오는 2010년까지, 공용인증시스템을 2013년까지 완성키로 했다. 또 특허지원 및 공용제작 지원 시스템 등을 구축해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로봇산업 육성 방안은 ‘혁신클러스터’ 체계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로봇 관련 산·학·연 집적화를 통해 정보공유화 효율제고를 추진하고 로봇산업 혁신클러스터 육성과 지역혁신클러스터로 점차 확대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지역 특화사업을 로봇 관련 산업별로 묶을 방침이다. 표 참조

산자부 유정열로봇산업팀장은 “지자체별 로봇 산업은 이제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라며 “지역 특성별로 클러스터화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해외 모범사례를 조사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기 산업 편승 ‘눈총’도=지자체들이 최근 들어 로봇 산업 육성과 관련 업체 유치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인기 산업에 편승한 단기성 정책 추진이라는 지적도 높다. 중앙 정부가 로봇을 성장동력 사업으로 지정한 이후 관련 예산이 크게 늘어난데다 연계사업 지원까지 포함한다면 연간 1000억원대에 육박하면서 이를 유치하기 위한 전시행정을 추진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지자체들은 최우선 사업으로 로봇을 지정하면서 각종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부분 현실적인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로봇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지역별로 전문업체 유치가 가장 관건. 그러나 국내 로봇 전문업체가 한정적이라 각종 혜택을 부여해 기업을 유치할 경우, 이미 특정 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기업을 빼내는 결과가 된다. 일종의 ‘제로섬’ 경쟁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원체계나 인프라 등을 갖추고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자체별로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역별 특화 산업과 크게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로봇산업을 추진하는 데 뚜렷한 이득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벌써 지자체별로 지원방안이 중복되거나 특혜 제공 등으로 인한 예산 낭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큰 밑그림을 통한 체계적인 조율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기고: 지역별 배후산업과의 연계가 성공의 열쇠

-산업자원부 자본재산업국장 이태용 taeyong@mocie.go.kr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견인하기 위한 차세대 먹거리산업의 창출과 국가균형발전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명제다. 정부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미래 유망산업으로서 로봇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산업은 향후 자동차산업 규모 이상의 성장잠재력을 가진 미래 ‘STAR 산업’이며, 타분야에 대한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첨단기술의 복합체로서 기술혁신과 신규투자가 유망한 신산업이다. 세계 각국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로봇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의 아시모(ASIMO)와 같이 자국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봇은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공장의 생산성 향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조업용 로봇, 일반 가정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개인서비스용 로봇, 국방·의료용 등의 전문서비스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 걸쳐 적용이 가능하다. 로봇은 인공눈, 촉각센서 등 수천 개의 기계·전기부품으로 구성돼 지역의 부품·소재 기반과 기술역량을 연계, 발전시킨다면 향후 선진국과의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우리 로봇산업은 자연스럽게 지역별로 특성화가 이루어져 가고 있다. 안산, 부천 등 수도권역에서는 자연발생적으로 서비스 로봇을 중심으로 60여개의 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이 밀집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조선을 포함해서 국내 기계산업 총 생산액의 2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경남의 경우는 조선, 기계, 항공 등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최적의 배후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국내 제조업용 로봇의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를 비롯해서 다수의 국책연구소가 밀집하여 풍부한 고급인력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전권은 개인서비스용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해안과 인접한 포항에서는 수중청소 로봇 등 해양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포항공대와 첨단 로봇부품 기술력을 갖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전문서비스용 로봇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수도권인 안산에 ‘로봇종합지원센터’, 창원에 ‘경남거점로봇센터’, 대전에 ‘대전지능로봇산업화지원센터’, 포항에 ‘포항지능로봇연구소’를 지역거점 로봇센터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개발된 기술의 인증에서부터 신뢰성 시험, 시제품제작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 구축을 지원하고, 지역별로 부품·소재의 기술개발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의 혁신 중소기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로봇산업은 기계, 전자, 컴퓨터 등 여러 분야 첨단 원천기술이 융·복합적으로 적용되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서 단독연구소 또는 개별기업이 모든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화하기가 곤란한 측면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자본·인력·기술 면에서 열세이므로 전문화와 특성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태동기인 우리 로봇산업이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성장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내 핵심역량을 정확히 진단하여 자원을 배분하고, 지역의 배후산업과의 연계 및 연구센터 간의 상호 보완적인 협력체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해외 모범 사례-일본 오사카시 차세대 RT산업 클러스터

 일본 오사카시는 10여년간 지속된 장기불황과 제조업 추락 등으로 위기를 느끼는 가운데 경제 재건을 위해 신규시장 창출이 가능한 산업으로 로봇 산업을 주목하면서 클러스터화를 추진했다.

 오사카시는 ‘오사카를 세계적인 로봇 시티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2004년부터 관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했다.

 오사카시는 해외 로봇 관련 클러스터 지역 중에서도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표본 모델로 삼기에 가장 적합하다. 전략적인 계획안을 세워 출발했으며 이를 기준으로 세부적인 시행은 물론이고 연계 사업, 국제적인 로봇 대회 개최 등 다방면에서 빈틈없이 추진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목표 설정이다. 오사카가 일본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총 생산액 규모는 약 7% 수준인 300억엔. 서비스로봇 등 산업용 로봇 산업을 집중 육성해 2010년께 시장 규모를 2000억엔대로 늘려 전체 시장에서 11%대로 올라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로봇 산업을 선정한 것도 탄탄한 기반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충분한 사전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오사카에는 오사카대학·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 등 로봇 관련 대학과 연구기관을 비롯해 로봇업체, 요소 기술 업체 등 연구집단과 관련 업계, 지원기관이 모두 갖춰져 있다. 오사카가 서비스 로봇에 초점을 맞춰 집중하자 중앙 정부도 2004년 4월 ‘오사카 생활지원 로봇 산업거점 형성’을 결정하고 본격 지원에 나섰다. 이와 함께 산·학·관 연계조직이 꾸려지는 등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오사카시는 ‘로봇진흥지침’을 마련해 단기, 중장기 세부 시행 계획도 마련했다. 향후 1∼3년 내에 실증실험을 바탕으로 한 로봇 용도개척과 기반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3∼5년 내에 지적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이를 모두 포괄해 벤처기업들과의 연계 기능 확충과 정보교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로봇산업 육성 열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로봇 대회인 ‘2005 로보컵대회(RoboCup)’를 개최, 세계 각국 로봇 전문가 4000여명이 행사에 참가했으며 참관객만 18만명에 달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지자체별로 열리는 로봇 행사나 대회와 비교할 때 약 10배 이상으로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실행력이 일궈낸 결과의 차이를 뚜렷하게 나타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