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시네마 사업 발목 잡는다

 정부가 민간업계 주도로 진행되는 국내 디지털시네마 전환 사업의 발목을 오히려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 파일로 전환된 영화파일을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 디지털 영화를 상영하려는 시도가 이미 복합개봉관 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뒤늦게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디지털시네마 테스트베드를 구축·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할리우드에 선점당한 디지털 영사시스템 표준화보다는 보안이나 네트워크 부문에서 우리만의 표준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문화부는 아직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상태다.

 ◇기술 개발 테스트베드 실효성 의문=문화부는 최근 테스트베드 사업자로 영화진흥위원회를 선정했다. 총 14억원이 투입된 이번 테스트베드 사업은 촬영·후반작업·압축·전송·배급·상영 등 디지털시네마 일련의 과정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검증할 수 있는 실험환경을 구축해 사업주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복합상영관 업체들이 디지털영사기(DLP)를 비롯한 관련 장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중이다. 일부 업체는 네트워크 전송 방식의 디지털시네마 상영을 발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문화부 주도의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의 실효성과 함께 중복 투자에 대한 논란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 업체가 투자를 통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테스트베드 등을 구축하는 데 별도로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디지털시네마 전환 사업에서의 정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갈팡질팡하는 문화부=문화부는 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디지털시네마 한국적 기술표준화 보고서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콘텐츠진흥원은 각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디지털시네마기술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늦어도 내달에는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테스트베드 사업 주체와 기술보고서 주체를 달리함으로써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문화부가 내놓은 디지털시네마비전 보고서에서 밝힌, 2010년까지 국내 영화 상영 환경을 절반 이상 디지털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 올해와 내년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업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 지원 방안 마련해야=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는 정부가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디지털시네마 영사 시스템보다는 보안·네트워크 등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안·네트워크 등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는 디지털시네마 관련 기술은 아직 많다”며 “정책 및 지원을 현실화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