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의미와 IT시장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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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두 은행 간 전산 통합과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 향배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국민은행이 그동안 미뤄왔던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외환은행의 시스템까지 흡수 통합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초대형 은행 탄생=국민은행은 23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주당 1만5400원에 외환은행 경영권 인수를 위한 의향서를 교환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 270조원(국민 197조원+외환 73조원), 세계 50위권의 초대형 은행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같은 규모는 통합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후위 은행들을 따돌리며 규모 면에선 명실상부한 국내 리딩뱅크의 위상이다.

 IT 측면에서도 그동안 비슷한 시스템과 트랜잭션 규모로 시장을 이끌어왔던 농협을 앞서게 된다.

 ◇차세대 프로젝트의 향배=지난 3년 동안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늦춰왔던 국민은행은 올해 강정원 행장의 관심과 지원 속에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예상돼왔다.

 하지만 이번 외환은행 인수로 차세대 시스템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외환은행이 지난해 초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약 700억원을 투입, 오픈(개방형) 플랫폼 기반 차세대 시스템을 개통했다.

 따라서 메인프레임을 사용중인 국민은행과 오픈 시스템의 외환은행 간 시스템 통합이 국민은행 차세대 프로젝트와 함께 최대 IT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 IT업계는 향후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당분간 각자 시스템을 유지하며 두 은행의 고객 정보와 접점을 공유하는 방식의 시스템 병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계정계를 포함한 양 은행의 물리적 통합을 수행한 뒤 이를 토대로 통합 차세대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식과 신한·조흥은행처럼 빅뱅 방식의 통합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식을 두고 국민은행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 후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이든, 빅뱅 방식이든 국민은행은 메인프레임과 오픈 플랫폼을 두고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외환은행처럼 유닉스 플랫폼을 전격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통합 은행의 규모에 비춰볼 때 메인프레임을 채택할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메인프레임 플랫폼을 고수할 경우 최근 구축된 외환은행의 시스템을 포기해야 하는 쉽지 않은 판단이 요구된다.

 한편 외환은행이 그동안 한국IBM 측과 추진해왔던 데이터센터 아웃소싱은 국민은행의 인수로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전망=국민은행의 인수는 아직 독과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 국부 유출에 대한 비판 등 넘어야 할 산이 있지만 뒤집힐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통합 국민은행의 출범으로 변화될 IT 전략과 관련 프로젝트 향배에 금융 IT업계가 시선을 집중하고 대응 전략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인수로 국내 금융 시장에서 리딩뱅크 규모를 갖게 된 국민은행이 어떻게 그에 걸맞은 IT전략과 시스템을 통해 선진 금융 서비스 체계를 구현할지 주목된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