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전국 시·도 의회는 물론이고 해외 의회에서까지 벤치마킹 열풍이 한창인 ‘서울시의회 전자회의시스템’의 산파는 정보화담당관도, IT전문가도 아니다. 의회장내 의사 진행 등을 전담하는 최용환 서울시의회 의사담당관(56)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69년 고교 졸업 직후 서울시 공무원으로 임용돼 줄곧 시청과 일선 구청·시의회 등서 근무해온 최 담당관은 한번도 정보화 관련 부서에서 일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정보화능력 평가에서 1등을 도맡아 하는 등 정보화 마인드에 관한 한 여느 전문가 못잖다.
“개인적으로 지난 1980년대 초반부터 8비트 애플PC를 시작으로 컴퓨터에 남다른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80년대 말 하이텔의 전신인 케텔(KETEL) 시절부터 PC통신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했고요.”
최 담당관은 이같은 능력을 개인적 기호로만 놔두진 않았다. 시청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얼마 안 돼 예산실에 발령받은 최 담당관은 특유의 정보화 능력을 발휘, 당시 국장실에 ‘장식용’으로 배치돼있던 8비트 삼보컴퓨터를 가져와 업무에 실제 활용했다. 수기로 한달 이상 걸리던 시 부채 신규차입·상환 회계 관리 기간이 ‘비지칼크’라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으로 단 사흘 만에 가능해진 것이다.
이후 최 담당관은 부서를 옮길 때마다 뚜렷한 정보화 ‘흔적’을 남긴다.
IMF 직후 시청 농수산유통과에 유통기획팀장으로 있을 때는 우리 농산물의 판촉을 위해 ‘농수산물 직거래장터’라는 e마켓플레이스를 직접 구축했다. 지난 2001년 서울시공무원교육원의 서무팀장으로 부임해서는 ‘사이버교육센터’를 만들어냈다.
“2003년에 시의회에 와보니 모든 의사진행이 주먹구구식이더군요. 담당직원이 바뀌면 의사진행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죠.”
보수적인 시의회 분위기에도 불구, 최 담당관은 작년부터 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구축 업체는 물론이고 부하 직원도 최 담당관 특유의 ‘밀어붙이기’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지금도 최 담당관은 “그때 고생한 직원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뿐”이라면서도 “관련 백서를 발간해 이번 사업이 연속성을 갖고 누가 후임자로 와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놓고 싶다”는 ‘일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