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LCD TV 신제품 ‘로마&밀라노’를 전세계에 출시했다. TV로는 다소 파격적인 ‘오각형’ 디자인을 도입한 이 제품이 2005년 ‘대표주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뒤 ‘대표주자’는 ‘사각형’으로 바뀌었다. 신제품 ‘LN51BD’시리즈가 전격 출시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3개월 뒤 9월에는 명암비 5000대1를 구현한 ‘LN61BD’ 시리즈가 새로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보르도’라는 LCD TV 신제품을 또 선보인다. 1년 새 무려 4종의 LCD TV 시리즈가 발표되는 셈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년에 한 번씩 발표되던 가전 신제품 출시 사이클이 급속도로 짧아지고 있다. 소비자 취향이 수시로 바뀌고, 기술개발 속도도 빨라지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6개월도 안 되는 제품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에 내놓고 뒤돌아서면 ‘퇴물’이 되는 현실 때문에 대기업 디자인센터에서 1∼2년 뒤 제품 디자인을 미리 만들어 놓고 준비할 정도다.
◇첨단 가전 3개월이면 ‘퇴출’=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분야는 경쟁이 치열한 최첨단 디지털가전에 집중돼 있다. 앞선 성능과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LCD와 PDP 등 디스플레이와 휴대가전이 대표적이다. 시장선점 경쟁이 불붙은 LCD TV의 경우 삼성전자가 1년 새 ‘간판주자’를 4번이나 갈아치우는 동안 LG전자도 지난해 2월 엑스캔버스 신제품을 출시한 뒤 3개월 뒤 ‘타임머신’이라는 새 제품으로 응수했다. LG전자는 올해에는 아예 시리즈 3종(LB, LC, LX)을 한꺼번에 내놓기도 했다.
LCD 모니터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LCD 모니터 시리즈를 무려 5종이나 출시하고, 세부 모델을 매달 1종씩 발표했다.
김기선 피씨뱅크 사장은 “지난해 초만 해도 LCD 모니터 신제품 출시 주기가 6개월 간격이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은 2개월, 중소기업은 3개월으로 절반 정도 짧아졌다”고 말했다.
컨버전스가 급진전되는 휴대가전에서도 자고 나면 ‘퇴물’이 속출한다.
디지털큐브는 지난해 12월 PMP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넣은 신제품을 발표하고, 3개월 만에 DMB방송 시청이 가능한 PMP를 내놓았다. 다음달에는 PMP, 내비게이터, DMB 등이 모두 가능한 제품도 선보인다. 6월 말에는 무선인터넷, 여름에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이 가능한 신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급락 저지 효과도 한몫=가전업계의 신제품 출시 간격이 짧아진 것은 디지털가전의 가격 급락에 대한 하나의 대응책이기도 하다. 디자인과 성능을 개선해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올려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비티씨정보통신 관계자는 “모니터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유통업체들이 마진 확보를 위해 가격이 다소 비싼 신제품 출시를 요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김태봉 책임연구원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제품 때문에 출시 몇 개월 전에 시작하던 디자인 작업이 1, 2년가량 앞당겨지는 추세”라며 “미래 소비자 취향이나 기술 트렌드 변화에 디자이너들이 오감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앞선 성능과 디자인으로 시장 선점 경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디지털큐브 PMP 신제품 발표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