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세계인입니다. 지역적인 구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죠.”
이노디자인 김영세 사장은 한국의 디자인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한국은 김 사장에게 세계인이 사는 사회 중 한 곳일 따름이다. 지역에 관계없이,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디자인 철학을 설파하고 디자인산업을 펼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절친한 사이가 됐지만, 중국 TCL의 양웨이창 총재가 처음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한국인으로서 중국 제품의 디자인을 하는 것에 무리가 없겠느냐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한국인 출신의 미국 디자이너이지만 디자인에는 국경이 없다고요.”
김 사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노디자인을 설립한 것이 1986년. 지난 24일, 이노디자인은 20주년 ‘생일파티’를 했다. 디자인이라는 척박한 분야에서 20년 외길을 걸어오며 꿋꿋하게 커 온 데 대한 김 사장 본인의 감회도 남다르다.“제가 자주 언급하는 말 중 ‘21세기형 수학공식’이 있습니다. D(Digital)+D(Design)=D(Dream)라는 겁니다. 디지털은 디자이너에게 과감하게 공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자유와 가능성을 던져주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무엇이든 구현된다고 가정하면, 훨씬 생동감있는 디자인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일명 ‘와이 낫(Why not?)’ 정신을 갖고 ‘왓 이프(What if?)’를 실현한 것이 현재의 이노디자인을 만든 동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소비자들도 ‘디자인의 힘으로 소비자 욕구가 변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5∼6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1986년 창업 이후 ‘디자인 우선주의(Design First)’ 철학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 디자인 현장은 그렇지 않더군요. 여기에 전환점이 바로 레인콤의 ‘프리즘’ MP3플레이어였습니다.” ‘프리즘’은 김 사장이 디자인을 먼저 제안해 상품화가 된 첫 사례였다. ‘프리즘’은 당시 불모지였던 MP3P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고, 이를 시작으로 제품개발에 앞서 디자인을 하는 풍토가 확산됐다.
이제 김 사장은 또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새로운 20년을 향한 출발이다. 지난 20년이 한국 디자인산업 개척에 올인했다면, 앞으로는 더욱 활성화해서 미래 디자인에 불을 붙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김 사장이 지난 20년간 동서양을 왕복한 횟수만 200번. 여기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디자인하는 데 중요한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바삐 움직이는 그의 발걸음 속에서 디자인의 미래를 엿보게 된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사진=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