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호 창간특집기획](1)프로게이머 70명에 듣는다 ①

비록 연예계 스타들에겐 못미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부와 명예, 그리고 화려한 인기를 먹고 사는 프로게이머. 어릴적엔 공부안하고 게임만 한다고 부모들에게 몹시 야단을 맞았을 법한 프로게이머들이지만, 이젠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중 항상 상위권에 포진하는 유망 직업이다.

출중한 실력과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를 갖춘 특급 스타들은 청소년의 우상이다. 수 천만 게이머중의 최고수, 공인된 선수래야 단 100여명에 불과한 프로게이머. 그들은 대체 누구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누구를 제일 존경할까. 그들의 고민과 보람은 또 무엇일까. 더게임스가 창간 2주년 특별기획으로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스타크래프트 부문 프로게이머 70명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2006 프로게이머 e스포츠 인식도’ 결과를 요약, 정리한다.<편집자>

여느 오프라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프로게임의 세계에도 많은 선수들로부터 존경과 질시를 동시에 받는 우상은 늘 존재한다. 같은 무대에서 때론 같은팀에서 때론 다른팀에서 뛰지만, 막연한 동경의 대상은 맘속에 두기 마련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이승엽이나 박찬호를, 축구는 박지성과 이영표를 동경하며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사는 짧지만, e스포츠계에서도 많은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선수들도 막연의 동경의 대상이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도 바로 현직 선수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가 과연 누구일까란 점이었다.

# ‘테란의 황제’ 존경 대상 1호

예상대로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존경하는 프로게이머로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압도적인 표차로 낙점됐다. 그를 빼놓고는 스타리그를 논할 수 없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듯, 조사 대상 선수 70명중 52.9%에 달하는 37명이 임요환을 꼽았다.

특히 정성적으로 같은 팀의 최고 스타를 존경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대상에 임요환의 소속팀인 SK텔레콤 T1선수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출된 결과란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는 ‘드랍십의 마술사’로 불릴 정도로 전략의 귀재인데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정상권의 실력을 뽐내는 자기관리 능력, 그리고 후배를 아끼고 다그치는 카리스마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요환 다음으로는 전투의 귀재 ‘투신’ 박성준이 11.42%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으며, ‘영웅토스’ 박정석이 그 뒤를 따랐다.

올 시즌 가장 주목해야할 선수로는 POS의 ‘앙팡테리블’ 염보성이 당당히 첫손가락에 뽑혔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신예 선수가 거론된 가운데 염보성은 9표를 받아 12.9%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이는 염보성이 지난 온게임넷 스타리거 선발전인 ‘K·SWISS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파죽지세로 강민·홍진호·조용호 등 S급 선수들을 물리치고 1위를 차지해 차기 스타리그 4번시드를 확보한 것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6살의 신예로 첫 진출에 시드를 받고 ‘로열로드’(첫 스타리그 진출에 우승하는것)를 꿈꾸고 있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염보성 다음으로는 지난 ‘온게임넷 신한은행 스타리그’ 우승자 최연성이 5.7%로 2위에 올라 변함없는 강자로 다시한번 이름값을 했다.

3위권에는 신프로토스 3인방중 하나인 삼성전자 칸의 송병구, 김윤환(KTF), 전태규(KOR) 등 5명이 지목을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다양한 선수들이 지목돼 선수들이 올 시즌도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 ‘포스타 스타리그’ 0순위는 ‘SF리그’

‘스타크래프트’는 현존하는 e스포츠 종목중 가장 방대한 유저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영원할 수는 없다. 보다 재미있고, 인기있고, e스포츠에 맞는 게임이 등장한다면 언제든 맹주자리는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향후 ‘스타크래프트’를 이어 가장 인기 e스포츠로 성장할 게임은 무엇일까.

‘포스트 스타크’를 묻는 질문에 현직 조사 대상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의 22.9%(중복응답)가 네오위즈의 1인칭 슈팅 게임(FPS) ‘스페셜 포스’(SF)를 첫손으로 꼽았다. ‘SF’는 회원수가 800만명이 넘고 동접에 11만명에 이르는 등 저변이 매우 넓은데다 단기간에 승부가 결정나는 게임 특성으로 최근 리그전이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특히 외국의 경우 ‘카스리그’(카운터스트라이크)가 우리의 스타리그 이상으로 활성화된 것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SF’의 뒤를 이어 ‘카트리그’(카트라이더)가 18.6%로 2위에 올랐다. ‘카트’는 회원 1300만명이 넘는 국민게임이지만, 프로게이머들이 보기엔 e스포츠 종목으로는 ‘SF’에 다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그 뒤는 블리자드의 ‘워3’와 벨브소프트의 ‘카스’ 등 외국 게임이 지목됐다.

프로게이머들은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외에는 평소에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평소 즐기는 게임을 묻는 질문에 무려 52명, 즉 74.3%가 ‘없다’고 응답한 것. 다만 나머지 선수들이 ‘맞고’ ‘SF’ ‘위닝일레븐’ ‘그라나도에스파다’ ‘카트’ 등을 주로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개인리그보다는 팀리그가 우선

오프라인의 프로스포츠는 비시즌이 길다.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의 경우 실제 시즌은 6개월 안팍에 불과하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들은 1년중 3월을 제외하곤 거의 비시즌이 없다. 경기 수가 많다보니, 각 대회마다 집중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개인리그를 앞둔 선수는 팀에서 적지않은 배려까지 해준다.

그래서일까?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대회를 묻는 조사에서 프로게이머들은 압도적으로 팀리그인 ‘프로리그’를 선택했다. 점유율이 무려 55.7%에 달했다. 통합리그가 출범하면서 선수들이 점차 개인리그보다 팀리그를 중시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중요한 데이터다.

반면 한때 프로게이머들에겐 꿈의 리그로 불렸던 온게임넷 스타리그는 30%의 득표에 그쳤으며, 경쟁 개인리그인 MBC게임 스타리그(MSL)은 단 4.3%에 그쳤다. 선수들은 특히 WCG 등 국제대회를 지목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어 주목됐다.

스타크가 e스포츠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가 종족간의 밸런싱이다. 그러나 사실 스타크는 ‘테란→프로토스→저그→테란’의 먹이사슬 구조의 종족 상성(크지는 않지만)이 존재한다. 선수들이 생각하는 가장 강한 종족은 테란이 압도적으로(57.1%) 많았다.

역대 스타리그 우승자중 테란 유저가 가장 많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예상됐던 결과지만, 다른 종족과의 격차가 많아 눈길을 끌만하다. ‘비슷하다’는 답도 34.3%를 차지했다. 스타크 프로게이머로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에 대해선 가장 많은 44.3%가 ‘전략’을 꼽았다. 다음은 ‘빌드오더’(20%), ‘물량’(8.6%), ‘컨트롤’(7.1%) 등의 순이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