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창조를 위한 과제들

국내 게임업계가 게임 본고장 미국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것은 여러면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진정한 게임강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북미·유럽 시장 공략이 결코 헛된 꿈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한 결과다. 특히 점차 고도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진입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무한한 새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일본의 게임명가들 처럼 국내 게임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당당히 세계적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뿌리를 단단히 내리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상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게 중론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온라인게임 서비스의 핵심인 서버 관리 및 운용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아직 선진국과 거리가 있다. 국내선 빅히트한 게임이 미국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정책국장은 “미국 시장에서 팔릴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국 시장과 같이 로컬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을 안일하게 내다파는 형태는 미국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인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철저한 현지화 작업도 중요하다. 특히 미국인들의 문화를 알고 게임을 만들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미국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추진중인 이쓰리넷 전근렬부사장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각 나라별로 입맛이 다 다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현지 유저들의 게임 이용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간과해선 안될 대목이다. 국내선 흥행에 실패했지만, 미국에선 성공할 수도 있다. 현대증권 황승택애널리스트는 “국내시장에선 참패한 ‘길드워’가 북미·유럽시장에선 127만장이 판매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X박스나 PS2같은 콘솔게임에 익숙한 미국 유저들을 유인하기 위해선 그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문화부, 정통부, 산자부 등 부처를 망라한 종합 게임 수출 지원 시스템이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미국에서 진정한 어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선 더욱 더 철저한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연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게임에 관한한 미국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게임은 물론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어메리칸 드림’을 향해 뛰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많다.

우선 모바일 부문에선 게임빌과 컴투스가 주목된다. 게임빌의 경우 지난 2004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한국프로야구’를 미국 실정에 맞게 리모델링한 ‘CBS베이스볼’가 빅히트를 기록하며 미국에서 일약 유명 개발사로 올라섰다.

게임빌은 특히 ‘물가에 돌튕기기’를 출시하며, 현지 언론과 게임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1년여만에 100만건에 육박하는 다운로드수를 기록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송병준 게임빌사장은 “현지 게임전문지 등에서 5개의 상을 받았을 정도로 ‘물가에 돌튕기기’에 대한 반응이 무척 좋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창작게임으로 시장 공략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컴투스의 경우도 버라이존 등 미국 이통사들과 연계,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작년에 80억 상당의 자금을 투자한 미국 벤처캐피털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체 개발 게임의 서비스와 함께 국내 다른업체들의 퍼블리싱을 병행할 계획이다.

또 콘솔 부문에서는 ‘킹덤언더파이어’로 세계적인 콘솔게임 개발사로 올라선 판타그램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한 게임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판타그램의 경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주협력개발사로 인정받아 ‘N3’ 등 차기작의 경우 미국 시장 공략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