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계관리(CRM) 업계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CRM은 지난 2000년대 초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객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으나, 최근 2∼3년간 경기침체와 함께 ‘투자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면서 수요가 크게 감소했었다. 이에 CRM 시장은 깊은 침체에 빠졌고 사업을 포기한 업체들도 속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가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른바 정책 CRM(P CRM) 수요가 늘어나고, 시스템 구축 후 추가 투자를 미뤘던 대기업들이 CRM 업그레이드에 나서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것. 관련 업체들도 올 1분기 실적이 크게 호전되면서 CRM 특수에 한껏 부풀고 있다.
◇공공 프로젝트 ‘봇물’=관세청은 최근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1단계 구축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급업체에 발송, 이달 말까지 입찰 참여업체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책정 예산만 48억원에 달할 정도로 단일 공공 CRM프로젝트로는 대규모다. 3단계까지 추진될 이 프로젝트 규모는 100억여원에 달할 전망이다.
관세청에 이어 여성부·통계청 등에서 연내 대규모 CRM 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공공기관이 대국민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전자우편으로 대변되는 CRM을 콜센터·통합메시징 등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채널 접점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도입됐던 CRM이 전면 도입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김종현 위세아이텍 사장은 “공공기관이 예년과는 달리 연초부터 CRM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다”며 “올해 CRM 시장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수요가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그레이드 수요 ‘기지개’=기업 시장도 심상치 않다.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최근 몇 년간 CRM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던 대기업·금융·통신 등의 메이저 시장에서 CRM 시스템 재구축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현재 LG카드·CJ홈쇼핑 등은 CRM 재구축 프로젝트를 검토중이며, KB국민은행·기업은행·SK텔레콤 등도 기존 CRM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후속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김정수 공영DBM 사장은 “대기업들의 재구축 프로젝트와 더불어 중견기업으로의 시장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시장은 작년보다 10∼2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인 KRG는 최근 보고서에서 라이선스 기준으로 올해 CRM 시장은 전년보다 10%가량 성장한 25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업계 실적 봄바람=이 같은 분위기는 업체들의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위세아이텍·공영DBM·씨씨미디어·애드잇정보기술 등 주요 CRM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년 대비 배 이상 매출이 늘어난 곳도 있다.
위세아이텍은 1분기 영업수주액이 작년 대비 100% 늘어난 20여억원에 달한다. 공영DBM도 매출액과 영업수주액은 작년대비 두 배 늘어나 각각 15억원, 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씨씨미디어나 애드잇정보기술은 1분기 실적이 지난해 수준과 비슷했으나 인력 확보와 매출 상향 조정 등 CRM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씨씨미디어는 최근 인력을 30% 이상 추가 확보했으며, 애드잇정보기술은 지난해 매출 50억원에서 올해 최대 70억원까지 상향조정했다.
정해원 애드잇정보기술 사장은 “국내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따라 시장이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데이터 마이닝 등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포함해 CRM 시장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