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에 ‘재혼 마케팅’ 바람이 일고 있다.
최근 독신생활을 즐기는 ‘싱글족’이 늘고, 결혼 시즌이 봄·가을에서 사계절로 분산되는 등 결혼 특수가 줄어들면서 업계가 새로운 가전 수요처로 재혼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혼인 이혼 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결혼한 사람은 31만944쌍으로, 이 중 7만5735쌍이 재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결혼하는 다섯 쌍 중 한 쌍이 재혼이다. 재혼은 2003년 6만7709쌍, 2002년 6만4372쌍, 2001년 6만7497쌍, 2000년 5만9874쌍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재혼’이 일반적인 결혼 형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혼인 인구는 2000년 33만4030쌍에서 2004년에 31만944쌍으로 줄어든 반면, 이혼인구는 같은 기간 11만9982건에서 13만9365건으로 늘어 재혼 가능 인구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혼수는 지금도 가전시장을 이끄는 주 테마이고, 디지털TV·양문형 냉장고·드럼세탁기 등 고급제품이 판매되기 때문에 매출규모는 늘고 있지만 투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4년간 추이를 토대로 이유를 분석했더니, 재혼이 늘어난 탓이었다”며 재혼 마케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재혼인구는 30∼50대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으로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구매가 높은 것도 특징. 재혼 중개 전문회사인 ‘행복출발’ 오미경 팀장은 “올해 회원 가입자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재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경제력은 20대 초혼 커플을 크게 능가한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가전업계에서도 재혼 시장을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으로 구분하고 재혼 전문 중개회사와 마케팅 제휴를 체결하거나 보상판매와 같은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혼 연령대가 30대 이상이다 보니 직접 나서서 결혼준비를 하기보다는 전문기관에 의뢰, 일괄적으로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오미경 팀장도 “앞으로 가전업체와 공동으로 재혼 마케팅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전업계는 이미 기본적인 가전제품을 갖춘 가정이 결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 사용하던 가전제품 2∼3개를 패키지 형태로 보상판매를 실시, 최고급 제품 판매를 유도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지금까지 보상판매는 세탁기나 에어컨 등 단일 품목에 한해 이뤄졌을 뿐, 2∼3개 품목을 동시에 보상판매한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해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구매력이 강한 집단이기 때문에 프레스티지 제품 판매를 유도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혼 시장이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재혼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은 ‘쉬쉬’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가전업계로서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혼을 자신있게 알리려 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마케팅을 펼치기 힘들다”면서도 “재혼이 급격하게 커가는 시장인 만큼 다각적인 방법으로 마케팅 기법을 고안해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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